손에 잡히는 부동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급매물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최근 11·3대책 발표 이후 하락폭이 다소 진정되면서 저가 급매물이 빠르게 자취를 감췄으나 호가가 오르자 다시 관망세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13일 종합부동산세 일부 위헌 결정 호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나마 일부 급매물이 거래되며 시세가 소폭 상승한 단지의 경우 매수세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

부동산1번지 스피드뱅크(www.speedban k.co.kr)가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재건축 매매가 주간변동률 추이를 살펴보니 11·3대책 시점부터 전반적으로 내림폭이 급격히 둔화됐지만 이번 주(’08.11.22) 들어 다시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렇게 지난 3일 용적률 상향 조정, 소형의무비율 완화에 이어 13일 종합부동산세 부분 위헌 결정에도 재건축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것은 실물경기침체가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로 거래가 잠깐 살아났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와 내수경기침체, 고금리 여파 등 재건축 시장을 둘러싼 외부 요인의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은 것. 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면서 시장 흐름도 11.3대책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강남권 시장은 11·3대책 이후 주요 단지별로 저가 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이뤄지면서 조심스레 반등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규제완화 기대감에 매도자들이 호가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추격매수가 중단돼 이내 내림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 62㎡(19평형)의 경우 시세가 8억7000만~10억원 선에 형성돼 있으나 급매물은 시세 하한가인 8억7000만원 선에 나와있고 이마저도 거래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개포주공1단지는 59㎡(18평형)가 시세 하한가인 12억4000만원보다도 무려 6000만원 낮은 11억8000만원까지 급매물이 출시돼있다.

개포동 일대 K중개업소 관계자는 “11·3대책은 재건축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만한 주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그 효과가 일시적인 것 같다”면서 “대책 발표 직후 급매물이 빠르게 회수되고 호가도 올랐지만 2주일도 안돼 매수세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11월 초에 저가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됐으나 호가가 오르자 매수세가 사라졌다.

2단지 52㎡(16평형)가 4억6500만원 선까지 매물이 나와있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도 전반적으로 시세 하한가보다 3000만원 낮은 가격대에 매물이 출시돼 있다. 1차 109㎡(33평형) 급매물이 6억5000만원 선.

송파구 잠실동 J중개업소에서는 “현재 거시경제침체, 높은 금리 등 주택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극도로 좋지 않고 주가폭락에 따른 주식 및 펀드의 가치가 뚝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매수여력이 매우 약하다”면서 “재건축 약세가 규제여부보다는 앞서 언급한 외부요인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대책만으로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