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평촌… ‘나 버블세븐 맞아?’


2006년 아파트값이 급등세 속에 분당과 함께 ‘제2의 강남’으로 군림했던 평촌이 ‘버블세븐 퇴출’ 위기에 놓였다. 강남권이 최근 재건축 강세와 제2롯데월드 건립 등 호재로 많게는 한달새 2억원 가량씩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강남발 상승세의 영향으로 분당과 용인도 반짝 상승세를 보인 반면 평촌은 유독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대조적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7일 부동산1번지 스피드뱅크(www.speedbank. co.kr)가 올 들어 현재(3월 27일 기준)까지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평촌이 0.80% 하락해 용인(-1.39%)에 이어 두번째로 하락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평촌은 버블세븐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올 들어 현재까지 단 한번의 상승세도 없이 하락세를 지속했다.

강남권의 경우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한강변 초고층 개발 및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등 규제완화 영향에 힘입어 강남구(0.47%), 송파구(2.15%)는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다만 투자수요보다 실수요 비중이 커 비교적 시세 등락폭이 낮았던 서초(-0.31%)구는 약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같은 버블세븐이긴 한데

또 오랜 하락세를 보이며 얼어붙었던 목동과 분당의 아파트 매매 시장도 강남권에서 불기 시작한 훈풍 덕에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저렴한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속속 이어지면서 시세가 상향 조정돼 분당의 경우 2월 한달간 0.59% 올라 같은 기간 0.37% 상승에 그친 강남구의 변동률을 앞지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버블세븐지역 중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기록했던 용인도 강남권 상승에 대한 영향으로 수요가 살아나 거래가 늘어나면서 2월 마지막주부터 3월 첫주까지는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평촌은 강남권에서 촉발된 상승 기운을 전혀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급매물이 소진되며 하락폭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매수세가 따라 붙지 못해 시세상승으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다. 실제로 평촌은 본격적으로 시세가 하락했던 지난 해 6월말 이후 현재까지 약 40주 동안 단 한 차례도 오름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평촌의 이 같은 하락세는 2006년의 비정상적인 시세 폭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06년 한해 동안 평촌은 32.4% 급등하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폭등의 중심지였던 강남과도 단 1% 차이 밖에 나지 않는 높은 상승세였다. 2006년 1월초만 해도 1000만원 대 초반이었던 3.3㎡당 매매가는 2006년 12월말에는 1551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평촌은 서울과 가까운 신도시라는 이점과 교육시설이 밀집했다는 점 이외에 별다른 시세상승 요인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평촌은 자체 호재보다는 주변지역 개발의 후광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 편승해 가격이 급등했던 측면이 강했다. 더구나 2006~2007년 당시 상승세가 주민들의 가격 담합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버블의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최근의 집값 하락은 ‘거품’이 걷히는 현상으로 파악해 볼 수 있다.

또 평촌을 대표적인 부촌으로 떠오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교육의 메카’라는 이점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평촌의 유명한 사설학원들이 체인화 되면서 평촌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내에서도 대치동에 집중됐던 사설교육이 목동, 중계동 등으로 확대된 것처럼 수도권 남부에서도 평촌 이외에 기존의 분당의 학원가 및 판교, 광교의 발전된 교육 서비스가 새롭게 주목받게 될 것으로 보여 평촌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1기 신도시가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평촌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평촌은 1989년~1995년에 완공된 오래된 아파트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목련대우, 선경의 경우 오래도록 주민 동의를 받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호계동의 T중개업소 관계자는 “향촌마을 몇몇 단지도 리모델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며 “리모델링 호재만으로 시세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호재 없이 하락세만

일반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향촌롯데 109㎡(33평형)의 경우 현재 2007년 최고 6억8000만원까지 시세를 형성했다가 올 해 2월말 5억원 초반에 급매물이 출시되기도 했다. 현재는 급매물이 다소 소진되면서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려 시세가 다소 오르긴 했지만 매수자들은 여전히 급매물 가격대 수준의 매물을 찾고 있어 거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06년 말 최고 4억원까지 치솟았던 향촌현대4차 79㎡(24평형)도 최근 3억원을 밑도는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중소형아파트로써 비교적 수요층이 두터워 하락폭이 크진 않았지만 예전과 같이 강남-분당에서 이어지는 시세 상승 영향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하락과 보합을 반복하고 있다.

호계동의 H중개업소 대표는 “2006년 단기간 시세 급등을 이뤄 버블세븐에 포함되긴 했지만 최근에는 ‘버블세븐이 곧 인기지역’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 편” 이라며 “특별한 호재가 없어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시세상승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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