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강남 재건축, 매도 호가 6000만원 ‘뚝’


연초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에 급제동이 걸렸다.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등 올 들어 재건축을 중심으로 호가 상승세를 이끌던 4대 핵심 지역들이 최근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 올해 기록한 최고점 가격에 비해 많게는 5~6000만원 가량씩 떨어진 매물도 등장했다.

지난 9일 부동산1번지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2㎡는 지난 달 최고 11억4000만원에 달했던 매물 가격이 무려 6000만원 낮은 10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3월말 11억2000만원까지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4000만원 가량 낮은 금액이다.

지난 달 12억2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호가가 12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던 115㎡ 역시 최고점 대비 5000만원 하락한 12억원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119㎡의 경우 13억2500만원에 팔리고 13억5000만원까지 매물이 나왔지만 지금은 12억9000만원까지 내려가 13억원선이 다시 붕괴됐다.

서초구에서는 최근 구반포주공1단지 72㎡ 급매물이 9억5500만원에 팔려나갔다. 이달 초만 해도 10억2000만원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6500만원이나 싼 수준이다. 현재 남은 매물은 9억7000만원선까지 나와 있지만 매수자들이 나서지 않고 있어 더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급등 뒤 하락세 이어져

실제로 올 초만 해도 7억원대 후반에서 8억원선에 거래되던 이 곳은 4월 들어 10억원을 훌쩍 넘어서 불과 4개월새 2억원 가량이 뛰었다. 인근의 A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들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던 만큼 수요자들이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가격도 다소 조정을 받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02㎡가 9억원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최고 9억6000만원까지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6000만원이나 하락한 금액이다. 112㎡는 4월초 11억5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3000만원 낮은 11억2000만원에 최근 거래를 마쳤다. 1층의 경우 11억원짜리 매물도 등장했다.

이와 함께 지난 달 최고 7억6000만원까지 거래됐던 개포동 주공1단지 42㎡는 현재 7억3500만원까지 매물이 나와 있다. 49㎡는 9억2500만원에 거래됐지만 5000만원 떨어진 8억7500만원부터 매물이 형성돼 있고, 최고 12억원까지 거래됐던 56㎡ 역시 4000만원 가량 빠진 11억6000만원선에 매물이 있다. 인근의 B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2주간 거래가 전무할 정도로 분위기가 조용해졌다”며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내리기를 기다리면서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들어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던 강동구도 최근 강남 3구의 하락세 대열에 뒤늦게 합류했다. 면적별로 1~3000만원 가량씩 호가가 조정된 상태다. 둔촌주공4단지 112㎡는 최고 9억4000만원까지 호가했으나 현재 3000만원 하락한 9억1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둔촌주공1단지 52㎡도 최고 6억3000만원까지 올랐던 매매 가격이 지금은 6억1000만원선이다.

거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둔촌주공 일대는 올 들어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월 평균 3~40건 가량씩 거래가 이어졌지만 최근 거래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한달간 7건에 그쳤다. 이달 들어서는 현재까지 단 한 건 거래가 성사되는 데 그쳐 매수세 위축을 더욱 실감케 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들어 거래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4월 중순 이후부터는 기존 거래량의 1/3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며 “강남3구의 영향으로 동반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그간 상승세를 이끌던 재료가 거의 소진된 데다 여전히 불안정한 실물 경기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올 들어 강남 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급등했지만 정부의 규제완화가 사실상 물거품이 되면서 매수자들의 실망감이 커졌다.

더구나 단기간 급등한 가격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 그로 인해 가격 메리트도 상당수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버블’논란 속에 거품 붕괴 우려까지 확산되자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또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대부분 가격에 이미 선반영된 상태여서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강남권에서도 다시 하락세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수요 기반이 매우 취약해져 있음을 반증한다. 다른 지역과 달리 강남권은 '투자' 목적이 매우 강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저금리 기조의 유동성 장세에서 정책적 수혜까지 입으면서 큰 폭의 상승세를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남권 역시도 실물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이와 무관하게 고공장세를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시중에 풀린 800조원에 달하는 유동성 자금이 자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물 경제로 유입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한 ‘제2의 버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경제가 ‘W’자형의 ‘더블딥'에 빠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추가 조정 불가피

결국 현재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실물 경기임을 감안했을 때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강남권의 나홀로 상승세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 목적의 대기 매수세가 꾸준한 강남권의 특성을 감안하면 급격한 하락 가능성은 낮지만 당분간 수요 위축에 따른 추가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가격 급등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과 정부 정책의 혼선으로 불신이 더해지고 있어 당분간 관망세 속에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리서치팀] www.spee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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