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3개 안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4당 합의로 ‘좌파 대연합’이 이루어 졌다. 정국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가 되었고, 한국정치는 난장판이 되었다.

선거제도 개편 등 ‘패스트트랙 3개 안건’ 합의는 세 가지 면에서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정국 구도가 1여(與)4야(野)에서 4여1야로 인위적으로 재편되었다. 야당이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민주당 2중대·3중대·4중대의 ‘관제 야당’이 된 것이다. 둘째, 팩스트트랙 절차에 돌입하면 최장 330일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4개 정당은 협력할 수밖에 없고, 결국 민주당과 한국당의 ‘강 대 강’ 대치로 협상 파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4당 합의라는 미명 하에 좌파의 ‘다수(多數) 독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선거 규칙을 정하기 때문에 모든 정당의 합의가 기본이다. 표결로 밀어붙인 전례가 없다.

4당이 합의한 개정안은 의석 300석은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75명으로 28명 늘리며, 배분 방식은 50% 권역별 연동형으로 하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개정안은 제왕적 대통령과 계파 줄세우기를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역 의원들조차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복잡해서 유권자를 표만 찍는 우중(愚衆)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거법에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끼워팔기’ 식으로 추가한 것이다. 공수처 합의안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뺀 수사권·영장 청구권을 주는 대신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을 주기로 했다. 대통령 친·인척, 장·차관급, 국회의원은 제외됐다. 진짜 ‘권력형 비리’는 손도 못 대는 ‘누더기’가 되고 만 것이다. 공수처 설치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고치는 일이기 때문에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는 꼬인 정국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국민의 참정권과 연관된 선거제와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을 묶어서 일괄 처리하는 것은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처사다. 이제라도 힘으로 밀어붙일게 아니라 대화로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심의 역풍을 만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를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이를 감행할 경우 20대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경고했다. 한국당이 국회일정을 거부, 장외투쟁 등 “저지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극한투쟁을 예고해 실제 성사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바른미래당도 이언주 의원이 패스트트랙 추인에 반발해 탈당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차제에 여당의 2중대·3중대·4중대 격인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차라리 1990년 우파 3당 합당(보수대연합)처럼 ‘좌파대연합’으로 가는 게 나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선명성이 없는 중간지대를 용납하지 않는다.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두 당은 여권에 붙어서 관제 야당 노릇을 하다간 21대 총선에서 사라지는 포말(泡沫) 정당의 운명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새정치’가 반짝했지만, 이미 그 생명력이 다했다. 바른미래당에 소속된 의원들 중 바른당 출신들은 친정인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택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당에서 받아 줄지는 알 수 없지만.

문재인 정권 출범 2년 만에 경제·안보는 건국 이후 최악의 상황이 되었다. 70년간 피땀으로 이룩한 우리경제가 붕괴되고 있다.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 무리한 정규직화, 주 52시간제, 탈원전 등으로 민심은 정부 여당을 떠나고 있다.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관권 남용과 포퓰리즘의 ‘예산 퍼붓기 시리즈’로 대처하고 있다. 전국 순회 예산정책협의회를 통해 전국에 134兆를 퍼부어 260석 얻겠다는 매표(買票) 발상을 하고 있다. 또한 취업준비생 청년들이 6개월 간 300만 원 ‘현금 배급’을 받으라고 수만(萬) 명씩 줄을 세우고 있다. 이런 나라에 미래가 있을 수 있겠는가.

현 좌파 정권은 내년 4.15총선 승리를 위해 국민 의존성을 조장하는 제2 베네수엘라로 가는 정책을 쓰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는 국민들에게 ‘자조(自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지 ‘배급(配給)’으로 국민의 표를 사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회주의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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