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려달라"…도산하면 중국에 시장 잠식 우려

[홍보팀]
한국태양광산업협회 홈페이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파산 위기에 처한 웅진에너지를 둘러싸고 태양광 업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웅진에너지가 파산하면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중국 업체에 시장을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웅진에너지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향후 태양광 업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국내 업체 설 자리를 잃어…업계 '도미노파산' 우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정부·협회·민간기업 협업해야"

웅진에너지는 최근 외부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지난 22일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웅진에너지는 잉곳을 생산하는 대전 공장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구미 공장 가동률을 20%까지 낮췄다.

생산 인력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최근 5년간 적자를 이어온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약 10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웅진에너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양전지의 원재료에 해당하는 잉곳, 웨이퍼를 제조하는 업체다. 잉곳은 태양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녹여 원기둥 모양의 결정으로 만든 것으로 태양광반도체(태양전지, 셀)전지의 핵심 소재다.

5년 적자, 지난해엔 1000억 순손실 '경영 악화'

에너지 관련 매체들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제조업 밸류체인 중 한 곳이 무너지면 전 밸류체인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주장은 2015년 5월께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내놓은 '세계 태양광산업 최근 흐름'리포트에서도 나와 있다.

강 연구원은 당시 '태양광기업동향'에서 2011년 1400을 넘었던 태양광에너지 지수가 2013년을 저점으로 2015년 1200선을 회복했지만 8월 기준 890원으로 하락했다.

이어 2010년을 기점으로 공급과잉 상황이 닥치면서 태양광 기업들의 사업전략이 원가경재력 확보를 위한 수직계열화에서 수요 기반 확보를 위한 다운스트림 분야 통합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태양광산업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 중 제조분야가 10% 시공분야 10% 나머지 80%가 사업개발, 금융 및 운영에서 발생하고 있어 태양광기업들은 다운스트림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이 문제에 대한 태양광업체의 해결책은 전무했고 오히려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더불어 협회는 값싼 전기료와 각종 중앙·지방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국내 업체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기업의 경쟁력은 중국 중앙정부ㆍ지방정부의 세제, 금융 등 각종 지원, 특히 싼 전기료 혜택 덕분이다. 중국의 해당 업종 전기료는 우리나라의 30-40% 수준이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런 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전기료 혜택이 전혀 없다고 협회는 설명한다. 또한 협회는 성명을 통해 '웅진에너지가 회생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도 확실한 처방은 전기료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라며 ' 전력요금 체계를 선진국 독일처럼 산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이는 법과 제도와 국민의 공감대 형성 등이 필요해 곧 바로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고 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잉곳ㆍ웨이퍼를 만들고 있는 웅진에너지가 문을 닫는다면 우리나라는 곧바로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중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정부 재원 투입, 업종 살리자 vs 특정기업 지원 안 돼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이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웅진에너지를 살려야 한다는 성명서를 또다시 발표했다.

협회는 "웅진에너지를 살려야, 한국 태양광산업이 살 수 있다"며 "속절없이 웅진에너지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폐업으로 직행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태양광산업 밸류체인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잉곳과 웨이퍼 제조기업이 사라진다면 우리나라 전체 태양광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정해진 순서다"라며 "정부와 우리 업계가 한뜻으로 나서준다면 웅진에너지의 대주주인 웅진그룹도 다시 한 번 절치부심해 웅진에너지가 세계를 선도하는 잉곳ㆍ웨이퍼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으로 화답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앞서도 협회는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일부 언론의 중국 태양광 기업 홍보성 기사가 도를 넘었다”며 “밀려드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중국 기업들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중국 태양광 기업의 홍보성 기사 중간에는 기업의 본사나 공장, 시공 현장 등의 사진이 실려 있는데 문제는 사진 설명에 중국 현지 위치 등을 소개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이 야기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특정 민간기업을 살리기 위해 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성의 목소리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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