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검증 나선 정부…업계 타격 올까 '전전긍긍'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로또 분양'으로 불린 하남시 '힐스테이트 북위례' 엉터리 분양가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 분양 원가를 재조사할 뜻을 밝혔다. 건설사와 분양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분양가 상한제 기준에 따라 제대로 땅값과 공사비를 산정했는지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정부의 개입으로 분양가에 대한 갈등과 건설사 압박이 거세질 것 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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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 북위례’가 적정 분양가를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단지는 정부가 공공택지에 짓는 공동주택의 분양원가 공시항목을 12개에서 62개로 대폭 늘린 후 관련 개정안을 처음 적용한 단지다. 분양 당시 주변 시세보다 2억~3억원 저렴한 분양가로 7만여 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로또 분양으로 소개되면서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많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 19일 하남시로부터 '힐스테이트 북위례' 분양가 산정 세부 내역을 받아 적정성 검증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와 건설사가 산출한 분양가 내역을 일제 점검해 분양가 산정 과정의 위법 여부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품목별, 항목별로 공사비를 어떻게 인정했는지, 중복해서 인정한 것은 없는지, 분양가 산정과 심의 절차상 위법사항은 없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위법이나 잘못된 부분이 나올 경우 처벌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9년 전과 공사비 비슷한데 간접비용은 6배로 상승

정부가 직접 조사 방침을 밝힌 건 한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분석 결과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적정건축비는 3.3㎡당 450만 원 선이지만 실제 건축비는 912만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힐스테이트 북위례가 건축비 명목으로 1908억 원, 토지비 명목으로 413억 원을 부풀려 총 2321억원의 분양수익을 냈다"며 분양가 과다 의혹을 제기했다.

세대당으로 환산하면 부풀린 분양가는 2억1000만원선이다. 이 현장의 시행과 시공은 각각 보성산업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맡았다. 경실련 측은 이날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엉터리 분양원가'에도 하남시청은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했다"며 "담당 공무원들이 분양원가 심사·승인업무를 엉터리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이번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분양가 논란을 주목하고 있다. 자칫 건설업계 전반으로 조사가 진행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9월에는 SH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가 은평 뉴타운 분양가를 공개하면서 토지비 원가를 감정평가액으로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감정평가액은 조성원가에 시장가격이 반영돼 결정된 것으로 통상 원가에 비해 1.2배 정도 높은 수준인데 이를 원가로 발표해 주목 받았다.  

특정업체 특혜 없어...사후 검증 있어야  

일각에서는 원가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엉터리로 자료를 공개하면 소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고의적인 부실 자료 공개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 법적 책임을 묻는 엄격한 사후 검증이 필요하다.

주택업체가 이미 책정된 분양가에 맞춰 비용을 허위로 신고하고 사업승인권자인 지자체가 검증에 소홀하고 그냥 도장을 찍어주면 오히려 시장 혼란과 불신이 가중될 수 있다. 사업승인을 신청할 때 지금도 원가관련 서류가 일부 첨부되지만 행정기관의 주도면밀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무사통과’되고 있다.

민간 택지의 아파트 원가도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체들은 민간아파트의 원가 공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에는 적용되지 않아 집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듯 원가 공개도 공공에만 적용된다면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현재 분양가 상한제 토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산정 기준에 대해서도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공공택지내 민영아파트 분양가가 현행보다 인하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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