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잇는 다음 대통령이 되고 싶을까? 아주 간절하게 그럴 것이라 짐작해 본다. 유시민의 말대로라면 ‘직업적 정치행위에서 은퇴’했지만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갖는 것은 다른 얘기다. 유시민 같은 사람이 직접 국가권력을 잡아 그 기능과 작동방식을 본인의 희망대로 바꿔보고 싶다는 열망이 식을 리가 없다.
 
하지만, 결국 유시민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정치에서 은퇴하는 시점에서 자신이 불쏘시개가 될 수는 있어도 대권을 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는 연이은 실패에 지쳤고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계산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재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시민의 대권 토대가 되기 어렵다. 열린우리당을 계승했던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 유시민은 민주당 쪽과 거리를 둬 왔다. 노무현 서거 이후로 유시민은 내내 혼자였고 현실정치에서 토대를 잃어갔다. 현 여권의 주류라 할 수 있는 친노, 친문세력과도 결이 다르고, 비주류와도 섞이기 어렵다.

현 여권이 유시민에게 가지는 양가감정은 뿌리가 깊다. 유시민에게는 김영춘이 했다는 "유시민은 왜 저토록 옳은 얘기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할까”라는 말이 늘 따라 붙는다. 유시민은 “그 말이 맞다”면서 자신이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하지만, 유시민이 다시 현실 정치에 나서는 순간 ‘유시민의 싸가지’는 호불호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유시민이 정치를 은퇴한 이후에도 은퇴를 믿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그건 유시민이 정치 은퇴이전에는 현실 정치인 중에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돌아보면 노무현 이후 팬덤이 없는 정치인이 대통령 권좌에 앉은 사례가 없다. 이명박은 이명박대로, 박근혜는 박근혜대로 정치적 지지가 팬덤으로 승화되고 대통령 권좌로 밀어 올렸다.

유시민 팬덤은 유시민이 ‘썰전’이란 방송에 출연하면서 더 깊어지고, ‘알쓸신잡’이란 방송에 출연하면서 영역을 넓혔다. 유시민의 정치 은퇴로 정치적 팬덤은 효력이 다했지만,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를 감안하면 언제든지 터져 나올 수 있는 활화산으로 봐야 한다. 본인이 마음만 바꿔먹으면 지표면을 뚫고 뜨거운 용암을 분출할 수 있는 활화산.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출마할 일 없을 거라는 유시민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나머지 하나는 유시민이 죽은 공명이 되어 산 중달을 잡을 것인가. 논리적으로는 유시민이 한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유시민의 대선출마에 대한 갑론을박 중에“대선 나갈 거면 이렇게 안 산다”라는 말보다 설득력 있는 논리가 없다.

“대권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로 정치재개를 전망하기보다는 안 나설 것이라는 절실한 발언을 믿어주고 새로운 인물을 찾아 나서는 것이 여권에는 더 바람직한 길이다. 야권 입장에서도 죽은 이름을 굳이 안 죽었다고 살리려고 할 이유가 없다. 유시민에 대한 제대로 된 공격은 유시민을 잊는 것이지 유시민을 죽은 공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현 여권은 이미 안희정을 잃었고, 김경수, 이재명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20년 집권은 고사하고 당장 다음도 쉽지 않은 처지다. 정치 밖의 행복과 자유의 맛을 알아버린 유시민으로선 살아 있는 공명보다 죽은 공명의 역할에 더 매력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무진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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