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역대 정부 대통령의 재직 중 특징을 잘 표현한 대표적인 유머로 “솥단지론”이 유행한 적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해외에서 돈을 빌려 커다란 가마솥에 흰 쌀밥을 가득 해놓았는데, 전두환 대통령은 주변 지인을 모아 잔치를 벌이면서 많이 먹었고, 뒤를 이은 노태우 대통령까지는 그런대로 남은 밥을 긁어 먹었다.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은 누룽지로 숭늉을 끓여 먹으려고 불을 지피다가 솥을 통째로 다 태워버리고 말았다. 그 뒤의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들 금판 돈을 모아 새 전기밥솥을 겨우 하나 마련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코드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새 전기밥솥마저 태워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새 전기밥솥을 샀지만 잘못해서 가스 불에 전기밥솥을 올려놓아 태워먹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큰 밥솥에 밥을 짓다가 벼락을 맞았다는 게 유머의 골자다. 풍자와 해학의 촌철살인 속에 허탈한 웃음을 짓기는 하지만 나름 역대 대통령의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이다.

 
1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의 -3.3% 이후 1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2017년 4분기의 -0.2% 이후 5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직전과 비교하든,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든 약 10년 만에 가장 나쁜 실적이기도 하다.

특히 설비투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1분기 이후 21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수출은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기와 반도체 및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홍남기 부총리조차도 산업활동 동향을 통해 경제지표가 많이 나빠진 건 인식하고 있었지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원인을 세계 경제 하강 등 대외 불확실성의 증가로 투자가 부진한 외부 환경 탓으로 돌렸다. 즉, 세계 경기의 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이 지속되고, 신흥국 금융 불안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투자가 위축된 결과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그러나 온 국민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에서 집착하면서 밀어붙이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경제 정책이나 내수 부진, 노동 규제 등 국내적 요인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투자 분위기 확산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더 크게 기울여 왔다는 점만을 강조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에 대해서는 교묘하게 피해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민간 기업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민간 기업들은 정반대로 투자 부진의 원인은 경직된 노동과 규제에서 비롯된다며 국내적 요인에서 답을 찾고 있다. 즉,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 등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해온 경제 정책이 기업의 투자에 부담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문재인 정부가 밀어 부쳐온 경제정책 방향도 수정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 편성에서 보듯이, 정부는 확장적 재정 정책과 규제 완화 정책에 속도를 내야만 하고, ‘규제샌드박스’를 확대하여 기업투자를 불같이 유도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밀어부쳐온 “소득주도성장”의 궤도 수정을 심각히 고민해야만 될 것이다.

해학과 풍자의 “솥단지론”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촛불로 밥을 짓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유머가 현실화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서원대학교석좌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