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계·유승민계 ‘동상이몽’에 ‘사분오열’… 민주당 어부지리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4.3 보궐선거 이후 손학규 대표 사퇴를 둘러싼 논쟁은 선거제 개혁안, 공수처법 등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로 2라운드에 돌입했다. 어지러운 집안 소식에 해외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설과 평화당에서 불어오는 호남계 통합론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며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이 깜깜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차원에서 바른미래당이 통합의 갈등을 겪던 도로 국민의당·바른정당으로 돌아가 자멸하는 야권분열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안철수 유승민 [뉴시스]
안철수(좌) 유승민(우) [뉴시스]

- 바른미래당, 도로 국민의당·바른정당으로 분열
- 민주당, 선거제·패스트트랙 ‘미끼’로 바른미래당 갈등 부채질

현재 바른미래당은 호남에 지역 기반을 둔 ‘호남계’, 국민의당 출신 중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안철수계’,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계’로 나뉘어 있다. 한 지붕 세 가족인 셈이다. 손학규 대표 사임 건으로 위태롭게 유지되던 관계가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로 완전한 결별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뭉친 유승민계 본격 활동 시작하나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각 당은 다음 날 합의안을 추인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손학규 대표 사퇴에 대한 내홍이 아물지 바른미래당은 12대 11의 박빙의 결과로 합의안을 최종 추인했다. 하지만 단 1표 차로 합의안이 통과돼 여전히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바른미래당의 갈등은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사보임을 두고 격화됐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분열을 막고 저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김관영 원내대표가 오 의원의 사보임을 결정했지만 반대파 의원들의 제지로 불발됐다.

이후 유승민 의원은 국회 의사과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 김 원내대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지난 25일 바른미래당은 사개특위 위원을 오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기 위한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 의사과에 팩스로 제출했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를 허가하며 유승민계가 발끈했다.

유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이미 과반을 넘는 의원들이 사보임이 부당하다고 했는데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을 철회하고 당장 물러나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하태경, 이혜훈, 정병국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계’로 불리는 의원들이 잇따라 사보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오 의원에 이어 같은 사개특위 위원인 권은희 의원을 사임시키고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를 단행했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과 관련해 유승민계 뿐만 아니라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몇몇 의원도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김중로, 이태규 의원은 긴급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에 서명했고 김삼화, 신용현, 이동섭 의원은 ‘오신환 의원 사보임 반대’ 문건에 서명했다. 이들 모두 안철수계로 분류된다.

특히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5일 “지도부 의견과는 다른 것이므로 더 이상 수석대변인을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수석대변인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의원 모두가 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아 사보임 사태로 분열이 발생했다는 시각도 있다.

안철수계로 불리는 의원의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사보임 문제와 지도부 사퇴는 묶어서 생각할 수 없고 따로 떼놓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호남 가고 안철수 돌아오나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수그러드는 모습 없이 절정에 치닫자 내부에서는 손학규·김관영 지도부를 안철수·유승민 ‘투톱’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오신환·권은희 사보임’ 사태로 당내 자신의 계파 의원들과 뜻을 같이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 의사가 없어 ‘투톱 체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2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전 대표는) 당분간 국내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더 공부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안 전 대표가 한국정치 상황을 잘 모르니 현장에 있는 분들이 함께 의논하고 지혜를 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또 바른미래당 통합정신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와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한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손 대표가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밝힌 것은 안 전 대표의 복귀까지 고려한 큰 그림에서 말한 내용이라고 추측한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1년 일정으로 해외로 떠났기 때문에 추석 전후로 손 대표가 거취를 옮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당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은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모임을 갖는 등 호남 발 정계개편 바람으로 손 대표를 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당대 당 통합론이 제기됐지만 손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추선 전까지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10%를 넘지 못해 손 대표가 사퇴하거나 안철수·유승민 ‘투톱’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손 대표의 당내 입지가 좁아진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손 대표를 향해 “험한 꼴 보지 말고 새 집 짓자”며 연이어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당대 당 통합까진 아니더라도 당내 호남계 의원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민주평화당으로 입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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