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유죄…“건설현장인가 싸움판인가”

사진-정우건설산업 홈페이지 캡처
사진-정우건설산업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본지는 1299호에서 정우건설산업과 인천 전 고위 공직자 간의 불법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에도 정우건설산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됐고, 지난 16일에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정우건설산업을 압수수색했다. 그런 가운데 이순재 정우건설산업 대표가 과거 ‘업무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순재 대표 등은 인천 남구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 공사 현장에서 타 인테리어 업체의 공사를 방해하는 등 위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타 업체 직원들이 현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엘리베이터 전원과 방화문을 차단하기도 했다. 성명불상 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차로 주차장 입구를 막으며 진입을 방해한 정황도 드러났다.

엘리베이터 전원·방화문 차단하는 등 ‘위력 행사’
성명불상 직원 수십 명 동원…주차장 입구 막기도

일요서울이 입수한 판결서에 따르면 이순재 정우건설산업 대표와 G이사는 피해자 H씨에게 도급받은 K요양병원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타 업체가 진행하자 이를 방해하기로 공모했다. 피해자로부터 ‘추가 공사대금’을 받기 위한 목적이었다.

G이사는 2016년 9월 9일 K요양병원 현장소장과 부장 7~8명에게 전화해 “직원들에게 연락해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K요양병원으로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G이사는 다음 날 새벽 6시 15분경부터 10시 30분경까지 수십 명의 직원들과 함께 K요양병원 지하 주차장 입구를 차단기와 차량으로 막고, 피해자 H씨에게 도급받아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모 인테리어 업체 직원을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G이사는 인테리어 업체 직원들이 K요양병원 내부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직원들에게 엘리베이터 전원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지시에 따라 성명불상의 정우건설산업 직원들은 2016년 9월 11일부터 19일까지 인테리어 업체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전원을 차단하고 방화문을 차단하는 등 위력을 행사했다.

앞서 정우건설산업은 2014년 11월경 이 사건 피해자 H씨로부터 인천 남구 지상에 신축할 J빌딩(K요양병원) 공사를 127억6000만 원에 도급받았다. 이어 정우건설산업 G이사는 2016년 2월 26일 피해자와 해당 병원 신축공사 중 1개층(10층) 증축공사를 약 30억 원에 도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인 이순재 대표와 G이사는 “피해자 H씨로부터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위해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K요양병원을 점유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발주한 인테리어 업체 직원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출입을 통제한 것일 뿐,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유치권자로서 인테리어 업체의 부당한 침해를 막은 것이므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해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유치권이 없었고, 업무방해의 고의를 가진 위법 사항”이라고 봤다.

K요양병원 내부 인테리어 업체 공사 현장 책임자가 이순재 대표 등이 피해자 측 직원들의 출입을 막기 시작하기 전날인 2016년 9월 9일경, 이미 정우건설산업 관계자와 내부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공정 회의를 마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출입을 막았다’는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유치권 행사할 수 없어”

G이사가 검찰에서 “당시 유치권을 행사할 목적으로 현장소장 등의 직원들에게 다음 날 새벽까지 K요양병원으로 출근할 것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점도 의도적인 업무방해의 근거로 봤다.
또한 이순재 대표와 G이사가 피해자 측 직원들의 출입을 허용한 이후에도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력행사를 계속한 점 역시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서도 업무를 방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유치권’과 관련해서는 공사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미 정우건설이 ‘시공권 유치권 등 포기각서’를 작성해 제출했으므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봤다.

정우건설산업이 이 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국외환은행에 “차주(피해자)의 대주(한국외환은행)에 대한 대출원리금 상환채무가 잔존하는 한 당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본건 공사의 기성부분(건축중인 건축물 포함)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차주에 대한 공사비 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해 본 건 공사현장에 대한 유치권, 저당권설정청구권을 행사하거나 가압류, 가처분 등의 보전처분, 강제집행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포기각서를 작성해 제출했기 때문이다. 

인천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이영광)는 2017년 11월 30일 이순재 대표와 G이사가 공모해 위력으로 피해자의 K요양병원 내부 인테리어 공사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인천지법은 “이순재 대표와 G이사가 피해자에 대한 공사비를 지급받을 목적으로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며 다만 “업무방해의 위력의 정도가 중하지 않고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이순재 대표는 2005년 이후로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고, G이사는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결 내렸다.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등은 무죄 판결했다.

쌍방 상소…상고 ‘기각’

이후 양측은 2017년 12월 7일 쌍방 상소를 제기했다. 검찰 측은 1심의 선고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이순재 대표 측은 감형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2018년 6월 27일 피고인들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으며 2018년 10월 26일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사례처럼 아직까지도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공사 추가 대금 지급 문제와 하도급 대금 미지급 사태로 물리적 충돌이 빈번히 발생한다. 건설현장인지 싸움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잡음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한 유치권 행사의 경우에는 존중받아야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 사례처럼 업무방해로 유죄를 선고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요서울은 판결 내용 관련 정우건설산업 측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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