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오른팔에서 ‘이직’…무슨 일?

소진세 교촌에프앤비(F&B) 대표이사 회장. (사진-뉴시스)
소진세 교촌에프앤비(F&B) 대표이사 회장.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복심으로 불렸던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이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F&B)에 새 둥지를 틀었다.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지난해 12월 19일 단행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42년간 몸담았던 롯데를 떠났다. 롯데그룹은 인사를 통한 세대교체를 강조했지만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던 소 전 위원장의 퇴진으로 ‘뉴롯데’를 강조하는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 원톱 체제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각규와 엇갈린 길…42년 몸담았던 롯데그룹 떠나
오너리스크로 상장 멈춘 교촌, 올해 재추진 전망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19일 롯데지주 이사회를 열고 소진세 회장의 용퇴를 공식적으로 확정했다.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 체제 전환을 위한 인적쇄신 결정에 따른 결과로 알려졌다.

소진세 회장은 1977년 호텔롯데에 입사했다. 이후 롯데쇼핑의 창립멤버로 활동하면서 롯데 유통부문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호텔롯데와 롯데백화점에서 실무를 쌓은 뒤 롯데슈퍼, 코리아세븐 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롯데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롯데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다.

그룹 위기 때 전면 나서

소 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아버지인 신격호 명예회장을 가까이서 보필해 온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소 회장이 본격적으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함께 신동빈 체제 하의 ‘2인자’로 자기매김한 것은 이른바 롯데그룹 ‘형제의 난’ 이후로 회자된다.

2015년 소 회장이 정책본부 대외협력단 단장을 맡고 있을 당시 신동빈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게 되자 소 회장은 신동빈 회장 곁에 서서 뛰었다.

롯데그룹이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등 잇단 비위 사건에 휘말렸을 때도 그룹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전면에 나섰다. 2017년 당시 국정농단 논란으로 그룹 이미지가 추락하자, 그룹은 신 회장이 맡았던 사회공헌위원장 자리를 소진세 회장에게 맡겼다. 무게감 있는 인사로 그룹의 사회공헌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하지만 소 회장은 결과적으로 함께 2인자로 불렸던 황각규 부회장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황각규 부회장은 지난해 초 진행된 2018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반면, 소진세 회장은 사장에 유임됐다. 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호에 승선했지만 소 회장은 결국 롯데를 떠나게 됐다.

이후 소진세 회장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됐고, 교촌에프앤비는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을 선임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황학수 대표이사와의 투톱 운영이다.

이번 선임은 40년 이상 유통업계에 몸담았던 소 회장의 경영 노하우와 네트워크 파워를 활용해 교촌에프앤비의 사세를 더욱 확장시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권원강 전 회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창립 28주년 기념식에서 퇴임을 밝히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예고한 바 있다

권원강 회장과 오랜 친분

이번 인사에는 창업주인 권원강 전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회장과 신임 소 회장이 같은 학교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소진세 회장은 “교촌이 가진 상생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글로벌 교촌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시스템 확립,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형성, 상생의 가치 발전 등을 향후 경영 방침으로 내세웠다.

이로써 교촌에프앤비가 오너리스크를 해소함과 동시에 IPO(기업공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기업공개를 추진했었다. 권 전 회장이 직접 2018년 3월 창립 27주년을 맞아 “성공적 기업공개로 투명하고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권원강 전 회장의 6촌 동생 권순철 상무가 직원들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음식점 주방에서 소속 직원에게 위협을 가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소비자들은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그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권 전 회장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결국 교촌치킨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소진세 회장이 물러나며 신동빈 원톱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을 것”이라며 “오너리스크가 있었던 교촌이 ‘사회공헌위원장’을 맡았던 소 회장을 선임한 만큼 이를 해소하고 기업공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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