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규모 만만찮아…“버텨야 산다”

마켓컬리 홈페이지 캡처.
마켓컬리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치킨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늘었다. 업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입하는 판매·관리비와 물류비 등이 차곡차곡 쌓여 적자 규모가 만만찮다. 유통 대기업들마저 새벽배송에 뛰어들면서 업계에서는 “버티는 자가 이긴다”는 식의 끝장 경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마켓컬리·쿠팡 등 이용자 증가, 흑자 전환은 언제쯤?
유통 대기업까지 ‘눈독’…업계 출혈 경쟁 우려 목소리 커

현재 온라인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40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마켓컬리는 이중 매출 기준으로 4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마켓컬리는 2015년 국내 최초로 ‘샛별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온라인 유통업체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매출도 꾸준히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인 주식회사 컬리의 매출은 지난해 15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설립 후 29억 원, 2016년 174억 원, 2017년 466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만큼 적자 규모도 늘었다. 영업손실 규모는 2015년 54억 원, 2016년 88억 원, 2017년 124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337억 원으로 증가했다. 여러 업체들이 새벽배송에 뛰어든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투입한 판매비와 관리비가 증가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운반비와 포장비, 광고선전비 등이 전년 대비 대폭 늘었다.

운반비는 2017년 55억 원에서 지난해 150억 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포장비는 40억 원에서 지난해 177억 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광고선전비 역시 2017년 24억 원에 비해 지난해 148억 원을 기록하며 520% 넘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했다.

이커머스 업체 쿠팡도 새벽배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신선식품 배송 ‘로켓프레시’를 론칭하고 유료 회원 멤버십 ‘로켓와우’를 통해 신선식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멤버십 가입자는 약 1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홈페이지 캡처.
쿠팡 홈페이지 캡처.

쿠팡 적자 兆단위…투자는 지속

쿠팡은 지난해 매출을 전년 대비 약 65% 끌어올렸으나 영업손실도 62% 늘어났다. 지난해 쿠팡이 기록한 매출액은 4조4227억 원이었다. 2017년 2조68446억 원 대비 약 65%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이 늘어난 비율만큼 영업손실도 커졌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970억 원으로 2017년 6788억 원 대비 62% 증가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도 1조 원을 넘어 1조1130억 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6735억 원보다 4395억 원, 65% 증가한 규모다.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함께 큰 폭으로 늘어난 건 쿠팡이 지난해 전국 12개 지역 물류센터를 24개로 늘리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과 관련 있다. 하지만 쿠팡은 계속해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은 앞으로도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하게 될 때까지 고객 감동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새벽배송 서비스 경쟁에 유통관련 대기업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GS리테일은 ‘GS프레시’, BGF리테일은 ‘헬로네이처’, 롯데마트와 슈퍼는 ‘롯데프레시’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기업, 전국 유통망으로 승부

GS리테일은 2017년 7월 GS프레시를 내놓으며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시장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GS리테일의 새벽배송 주문량은 2018년 1년간 3배가량 증가했다. GS리테일은 새벽배송을 위해 수도권과 경기도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5곳을 운영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헬로네이처도 해마다 매출 규모가 2배 넘게 증가하고 있다. 헬로네이처는 2018년에 매출 163억 원을 거두고 2019년에는 매출목표를 전년보다 2배 이상으로 높였다. 헬로네이처는 2019년 2월 부천에 1400평 규모의 신선물류센터를 열었다.

롯데마트와 슈퍼의 롯데프레시는 지난달부터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롯데 오토프레시 의왕센터’를 오픈했고 올해 내로 4개 센터로 추가 확장할 계획이다.

이들 대기업은 이미 전국에 갖춘 물류망과 기존 회원들을 바탕으로 새백배송 시장에서도 쉽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 등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장의 영업이익 대신 고객 확보와 물류 시스템 구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택배기사 업무 과중, 배송 문제 등 여러 과제들을 안고 있지만 소비 형태나 흐름을 보면 이 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기업들도 여기에 눈독을 들이고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마켓컬리가 선두주자이지만 언제 흐름이 뒤바뀔지 모른다. 공격적인 투자에는 당연히 큰 위험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쿠팡도 매출은 늘지만 흑자 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출혈 경쟁을 낳고,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치킨게임으로 번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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