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道, 옳은 길을 가는 것. ‘잡탕 정치’ 아냐”

박형준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위원장 [뉴시스]
박형준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대중에게 JTBC 프로그램 ‘썰戰’으로 친숙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정치 선수로 뛰지는 않지만 치어리더 역할은 해야겠다”며 ‘플랫폼 자유와 공화’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일요서울이 그를 만나 ‘중도(中道)’의 진정한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현 보수, 반사이익만으로 집권하면 의미 없어…‘대안’ 갖춘 세력 필요”
“자유와 공화, 보수·중도 보수 뛰어 넘어 함께할 수 있는 가치”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주대환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박인제 변호사와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 단체는 자유와 공화를 핵심 가치로 내걸고 보수와 중도 보수를 아우르겠다는 목표를 갖는다. 일요서울은 지난 24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 시대 보수와 중도 보수가 나아갈 정치적 방향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박형준의 생각TV’라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유튜버로서의 활동은 어떤가.
▲처음부터 정치 인문학이나 정치학, 사회학, 정치 교양, 정치 등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진단을 할 목적으로 유튜브를 만들었다. 준비한 것도 뉴스 브리핑이 아닌 강좌 중심의 콘텐츠다. 구독자는 청년층이 많고, 이제 조금씩 마니아층이 생기는 것 같다.

-최근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는데. 정치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나.
▲내가 직접 정치를 하겠다기보다는 나라의 녹도 먹었고(2011년 청와대 사회특별보좌관, 2014~2016 제38대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 역임),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에 관여해 왔으니 ‘선수로 뛰지는 않지만 치어리더 역할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정치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정치의 긍정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문재인 정권이 잘했다면 내가 (발언을) 할 이유도 없는데, 여러 가지로 위태롭고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 세력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과 가치, 그와 관련된 정치 노선 등을 제대로 세워 앞으로는 정치가 ‘대안을 갖는 정치’가 되도록 지원하려 한다.

-플랫폼 자유와 공화는 어떤 단체이며,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나.
▲우리나라 헌법은 자유·민주·공화 세 가지를 가치로 삼는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우여곡절과 얼룩, 한계도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제헌 헌법부터 시작해 이 가치를 풍부하게 만들어 온 역사가 있다.

나는 앞으로도 세 가지 가치를 더 풍부히 하고, 수용하고, 보편화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자유와 공화’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자유주의, 공화주의, 민주주의는 서로 교집합이 많다. 다만 서로 강조하는 측면과 원리가 조금씩 다르다. 그 가운데 공화는 권력의 자의적 남용을 방지하고 공공선을 중심으로 한 국가 운영, 시민들의 참여나 자질, 도덕성 등 이들의 역량을 키우는 시민적 덕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정치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정신을 담고 있는 이념이다. 이 이념은 ‘민주주의공화국’이라 명시한 우리나라 헌법1조에도 담겨 있다. 

문제는 이를 올곧게 실천하지 못하고 여러 역사적인 이유로 제한을 두거나 왜곡, 변형시켜 온 데 있다. 이를 딛고 나가자는 것이다. 공화의 반대말은 전체주의다. 전체주의는 권력을 독점·남용하거나 자의적으로 사용한다.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을 ‘공화국’이라 칭하지만 공화국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자유와 공화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다. 플랫폼의 이름을 ‘자유와 공화’로 정한 것도 단순히 보수 또는 스스로 중도로 인식하느냐를 뛰어 넘어 함께할 수 있는 가치를 세우자는 의미다.

-우리나라 정치는 거대 양당제 패러다임으로 운영돼 왔다. 많은 정치 인사들이 이를 지적하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는데.
▲정당 정치가 양극화되는 이유는 양쪽이 핵심 지지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라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형태다. 이 때문에 중간 세력은 핵심 지지층이 없는 것이다.  중간 세력은 막연하게 좋아하거나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만 핵심 지지층이 없다. 

또 젊은 세대는 모두 개인화 세대로,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응집력이 없다. 선거제도도 소선거구제이다 보니 결국 정당을 중심으로 표가 나뉠 수밖에 없다. 중간 세력은 양쪽 중에 어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을 확 묶어내는 것은 둘 중에 하나다. 하나는 양쪽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세력이나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안철수가 그런 인물로 꼽혔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에도) 소위 중도 세력 중심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플랫폼 자유와 공화’ 출범 당시 “합리적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다수의 보수 또는 대안보수 세력이 이를 기치로 내걸어 왔다.
▲중도는 옳은 길을 가는 것이지, ‘잡탕 정치’가 아니다. 중도는 편협한 시각이나 교조주의에 빠지지 않고 그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치와 비전을 가져야 한다. 양극단이 편향됐고, 잘못돼 있다는 걸 분명히 지적하면서 그 속에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도다. 

보수와 중도보수가 함께 지지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드는 게 내 목표다. 그 정치세력은 자유한국당 같은 당이 거듭나 이를 중심으로 아우르는 방법이 있고, 이와 다른 세력이 새로운 가치 내걸고 새 정치를 하는 방법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기존) 보수층도 끌려올 수밖에 없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많은 보수 세력이 ‘개혁보수’를 자처하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보수’에 대해 구태의연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니 단언하면 안 된다. 총선을 앞두고는 역동적인 드라마가 펼쳐진다. 개혁이라는 말은 범위가 넓다. 다만 어떤 개혁인지가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 젊은 세대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원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한 개혁은 기득권 타파나 적폐청산이 아니다. 국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해 젊은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우리 사회가 좀 더 공정하게 변모해 가는 것이다. 국정과 정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 개혁이지, 그러지 않고 무조건 개혁이라는 추상적 구호를 앞세워 현실을 왜곡시키는 것은 ‘개악’이다.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능하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도 위상을 못 찾고, 남북 관계에서도 그렇다. 국내 정세에서는 어떤 의미로서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혼란과 왜곡이 너무나 많이 생겼다. 지금 이 시기에 한국 경제가 혁신해 새로운 전환기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를 (정책에)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가 반사이익만을 가지고 (다음에) 집권하면 이것이 또 무슨 의미가 있느냐. 지금 필요한 것은 현 정세나 문재인 국정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예리하게 비판하고 문제를 드러내되 동시에 대안을 갖춘 세력이다.

대안을 실천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근원적인 과제이고 이를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것은 일종의 정치 전략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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