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중천 씨. [뉴시스]
건설업자 윤중천 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최근 '별장 성범죄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당사자로 의심받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첫 소환 시점에 이목이 집중된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지난 26일 윤 씨를 세 번째 불러 조사했다.

윤 씨는 최근 수사단 조사에서 의혹을 불거지게 한 '별장 성범죄 동영상'의 등장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6일 채널A와 인터뷰에서도 "그 동영상 속에 나오는 인물은 김 전 차관이 맞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출범한 수사단은 한 달 동안 윤 씨의 뇌물 의혹과는 별개로 동영상 속 인물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를 집중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단은 최근 압수수색 과정에서 원본에 근접한 파일 동영상을 확보했고, 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7년에 촬영된 것으로 확인했다.

또 압수수색을 통해 새로운 사진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에는 여성 한명과 남성 두 명이 등장하며,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며 성폭력 피해를 주장해온 A씨는 사진 속 여성이 본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수사단은 윤 씨의 부탁으로 동영상 CD를 직접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윤 씨의 5촌 조카와 윤 씨 동업자, 원주 별장 관계자 등을 소환해 추궁했으며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과거 두 차례의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을 잘 모른다는 입장을 보였던 윤 씨가 과거 수사 때보다 유의미한 진술을 조금씩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사건 핵심이자 동영상 속 인물의 당사자로 의심받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첫 소환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소환은 다음 달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수사단은 윤 씨의 진술을 기반으로 김 전 차관을 곧장 소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씨가 과거 진술을 일부 번복해 그대로 신뢰하기 힘들고, 자신의 혐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은 피하면서 선택적인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씨는 본인이 김 전 차관에 금품을 전달하긴 했지만 지난 2008년 이전이며 액수도 많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동영상 속 여성은 A씨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본인의 뇌물 혐의 공소시효를 의식하고, 수사에 혼란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수사단 역시 이 같은 윤 씨의 말이 수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수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물적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 자택과 윤 씨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한 뒤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 중이다.

수사단은 진술 증거로만 김 전 차관을 불러 조사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물적 증거들을 더 탄탄히 확보한 후 김 전 차관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사단은 윤 씨 등의 소환과 달리 김 전 차관의 소환에는 조금 더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김 전 차관이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진상조사단의 소환에도 불응한 바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은 앞서 지난달 15일 조사단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다만 조사단은 피조사자를 강제 구인할 수 없고 임의수사만 할 수 있지만, 수사단은 피조사자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가 가능하다.

수사단 관계자는 "윤 씨를 더 불러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물적 조사 등을 계속 하고 있지만 김 전 차관에 대한 소환을 결정하려면 조금 더 시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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