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씨가 캄보디아 방문 당시 묵었던 S가든 모습. 간판 아래 ‘부동산 매매’라고 적힌 글이 눈에 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지난 2월 초 극비리에 캄보디아를 다녀온 사실이 확인돼 방문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씨는 참여정부 출범 초기 인사 청탁설에 휘말리면서 행동을 극도로 조심해왔다. 지난 주말(3월12일) 있은 외아들인 상욱씨(31) 결혼식에도 축의금이나 화환을 일체 받지 않는 등 튀는 행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런 노씨가, 더군다나 아들 결혼을 불과 한달여 앞둔 시점에 외국을 비밀리에 다녀온 까닭은 무엇일까. 청와대나 노씨의 가족들은 “단순한 여행 차원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노씨의 여행 동선, 동행자 등을 고려해 볼 때 현지 투자를 위한 사전답사 차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씨가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은 구정을 앞둔 지난 2월 초. 노씨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앙코르와트 사원이 있는 시엠립(Siem Reap) 지역을 다녀온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당시 노씨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S가든에 묵으면서 앙코르와트 사원 등을 관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씨의 가족들은 현재 노씨의 여정을 “단순한 여행 차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노씨의 부인은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연초 캄보디아를 다녀왔다”면서 “그러나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단순한 여행 차원이었다”고 확인해 주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얼마 전 여행 차원에서 (건평씨가) 해외를 다녀왔다”면서 “그러나 캄보디아가 아닌 베트남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씨는 요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 듯 모든 행동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혼자 지내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 곁에서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씨의 심정은 지난 12일 치러진 외아들 상욱씨의 결혼식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노씨는 당초 부산 시내의 특급호텔에서 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한 듯 비용이 저렴한 상공회의소로 장소를 변경했다. 축의금과 화환도 일절 받지 않고 방명록만 비치했다. 때문에 청와대의 주장대로 여행 차원에서 캄보디아를 다녀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편히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건평씨의 행적은 청와대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건평씨가 캄보디아로 출국할 당시 국내 A건설업체 대표와 동행했고, 현지에서도 건설 관련 사업가들과 주로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평씨의 캄보디아 여행이 ‘단순한 관광 차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앙코르와트 사원이 있는 시엠립 지역은 매년 20만명의 한국 관광객이 다녀가는 최고의 관광지”라면서 “(건평씨가) 호텔 건축을 위한 시장조사 차원에서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지에서 사업을 준비중인 김모씨도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를 중심으로 건평씨가 부동산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때문에 이번 건평씨의 캄보디아 방문이 단순 여행 차원에서 다녀온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건평씨의 이번 여행에 국내 건설업체인 A사 대표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주목된다.

노씨가 현지에서 묵었던 S가든의 최모 사장 역시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유명한 부동산 사업가다. ‘캄보디아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최 사장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지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건평씨의 여행목적이 사업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캄보디아 현지 사업가 김모씨는 “최 사장의 경우 시엠립 지역에서만 13년 이상 거주한 마당발”이라면서 “당시 노씨는 최 사장과 만나 호텔 건축에 대해 물었고, 필요한 조언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노씨가 다녀온 시엠립 지역은 매년 12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중 한인 관광객만 20만명에 이른다. 이로 인해 최근 이곳은 호텔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에만 10~20여개의 호텔이 들어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쓰나미 사태’ 이후 더하다.

KOTRA 프놈펜 무역관 관계자는 “푸켓 여행객이 앙코르와트 사원쪽으로 몰리면서 최근 ‘여행 특수’가 일고 있다”면서 “부동산 가격도 최근 급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알고 노건평씨가 투자 차원에서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현지의 한국인 사업가들은 말하고 있다.이와 관련해 청와대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국내에서도 행동을 조심하는데, 구태여 외국에까지 나가서 일을 벌일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건평씨는 베트남에 다녀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욱이 캄보디아 정부의 입장은 개인은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건평씨는 경제적으로도 외국에 투자할 여유가 없는 만큼 와전된 소문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 일문일답

노건평씨의 캄보디아 극비 방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베트남에 단순한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에 갈 이유가 없다”고 부인하면서 노씨의 사업차 방문 관측에 대해 “금시초문이며, 사실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부인했다.

- 건평씨가 캄보디아에 간 사실을 알고 있나. ▲캄보디아는 들어보지 못했다. 베트남에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건평씨의 출국 목적은. ▲단순한 여행 차원이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말이 아니다.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간 것으로 알고 있다.

- 베트남서 캄보디아로 건너갈 수 있지 않나. ▲가능성이 전혀 없다. 갈 이유가 없다. - 캄보디아 현지에서 사업을 준비중이라는데. ▲금시초문이다. 그만한 자금 사정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현지 사업가들 중심으로 소문이 파다하다. ▲그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다. 말이 와전된 것일 수도 있다.

건평씨 부인 일문일답

<일요서울>은 노건평씨의 캄보디아 방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 직접 부인과 통화를 했다. 부인은 “구정 직전에 캄보디아를 여행차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출국목적은 단순 여행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 노건평씨가 캄보디아 간 사실이 있나. ▲그렇다. 구정 이전에 간 적이 있다.

- 구체적인 출국 날짜는. ▲구체적인 날짜는 기억이 안난다. 신정 이후로 기억하고 있다.

- 언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정에 대해서는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 출국 목적은.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 단순한 여행 차원이었다.

- 요즘 생활은 어떻나. ▲마을회관 다니면서 호젓하게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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