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 27일 오후 파주시 판문점에서 박원순(왼쪽부터)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 27일 오후 파주시 판문점에서 박원순(왼쪽부터)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한국노총 산하 버스노조가 오는 7월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준공영제, ‘요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경고하는 등 쟁의절차에 돌입하자 국토부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김현미 장관이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버스 요금인상을 설득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 지사 측이 "서울시 동참"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 물귀신 작전에 나서며 애가 타는 모양새다.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6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면담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오는 7월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가는 도내 버스업체 요금 인상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지사 측은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지사 측이 ‘서울시가 동참하지 않으면 (요금을) 올리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이 지사 설득에 나선 데는 버스업계 최대현안인 주 52시간제 연착륙의 열쇠를 경기도가 쥐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기도가 버스 요금 인상의 총대를 메야 나머지 7개도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또 이들 자치단체가 버스 요금을 올려야 업체들도 요금 인상분을 재원으로 기사 충원에 나서는 등 인력 운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버스 요금 인상이 민선 지자체장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선택지라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기도) 버스 요금이 지난 2015년에 올랐고, 이제 다시 인상할 때가 됐다. 지자체들도 재정 압박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서울시의 지난번 택시 기본요금 인상 때도 요금만 올리고 서비스는 나아진 게 없다는 시민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박 시장에게로 갔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장들이 장기간 버스요금 동결로 재정압박을 느끼면서도 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각자의 셈법도 다르다. 이재명 도지사는 서울시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만 요금을 올리면 환승 할인으로 묶여 있는 서울시가 인상하지 않는 부분까지 고스란히 떠 앉게 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주52시간제를 이미 시행 중인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중이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인기 없는 요금 인상의 십자가를 굳이 먼저 져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를 비롯한 8개 도는 현재 ‘버스 준공영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토부도 뾰족한 해법이 없어 속이 타들어가는 모습이다. 오는 7월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발등의 불로 떨어진 버스기사 충원 문제를 풀 해법이 버스 요금 인상 외에는 딱히 없지만, 셈법이 다른 지자체 장들을 설득하기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김현미 장관이 이재명 지사 설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기도가 시내 버스 요금을 올리면 따라서 올리려는 곳들이 있다. 경기도가 풀리면 다 풀릴 것”이라며 “빨리 결정이 돼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에 따르면 전국 버스사업장 479개 중 234개 노동조합이 29일 일제히 각 지역 노동청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노선버스 노사 측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근무 형태와 임금 보전문제 등을 놓고 대립해왔으며, 노조 측은 내달 15일 전면파업을 경고한 상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