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있어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부분이 점포구입비용이다. 점포를 임차해야 하는 창업자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임대인에게 지불하고 입점하지만 대부분 약자라고 생각한다.
건물주의 눈치를 봐야 하고 건물주에게 잘 보여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 건물주만 나타나면 굽신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생각을 버리자. 왜 스스로를 약자라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건물주에게는 고객인 것이다. 그들에게 꼬박꼬박 월세라는 월급을 주고있는 고객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장사를 잘해서 손님이 많고 매출이 좋으면 건물도 살아난다. 그만큼 건물가치도 올려준다는 얘기다. 그렇게 건물주를 먹여 살려주는데 왜 약자란 말인가. 이제는 당당해지자. 그러나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처음 계약에서부터 재계약, 또는 손 털고 나올 때까지, 법률적으로 하자만 없다면 당당할 수 있다.
다양한 계약사례를 통해 점포창업을 준비하는 모든 창업자들이 당당하게 계약에 임하고 장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5년간 임대차 계약기간 보장? 글쎄…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마련된 지 3년이 조금 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당연히 5년간은 안 쫓겨나고 장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예비창업주들은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필자에게 창업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 32살의 김아무개씨는 2004년 4월 20일 점포계약을 하고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해 왔다. 계약기간은 2년이었고, 나름대로 성실하게 운영한 덕에 단골 손님도 많고 매출도 좋았다.
그러나 1년여를 운영하면서 가끔 찾아오는 건물주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생트집을 잡는가 하면 “그렇게 하면 재계약 못해줘”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꺼냈다고 한다. 이따금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운영에 대한 조언을 듣거나, 또는 건물주에 대한 하소연을 털어 놓던 터라 그 점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006년으로 해가 바뀌면서 인사차 찾아 온 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혹시 모르니까 3월이 넘어가기 전에 미리 계약 연장을 건물주에게 요구해 놓으라 일렀다.

그러나 김씨는 “특별한 하자도 없는데 5년간은 못 내보내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일찌감치 요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필자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수긍을 한 김씨는 2월초 건물주에게 재계약을 요구했다. 그런데 건물주가 확답을 안해 주고 그때 가서 하면 되지 뭘 벌써부터 설치냐는 식의 퉁명스러운 대꾸만 돌아 왔다고 한다.
이에 필자는 김씨에게 늦어도 3월20일 전에는 건물주 앞으로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당부했다. 건물주가 재계약 의사가 없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되레 건물주로부터 2월 말경 내용증명이 먼저 왔다고 한다. 재계약의사가 없다는…. 그래서 김씨 역시 바로 재계약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후 수차례 재계약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었으나 건물주는 3월 20일 전후해서는 아예 김씨의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서 3월 25일께 가게로 찾아와 화를 내며 재계약을 못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건물주가 김씨를 정당한 방법으로 쫓아낼 방법은 없었다. 김씨의 얘기로는 건물주가 법률사무소를 찾아다니며 김씨를 쫓아 낼 방법을 알아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쫓을 만한 사유가 하나도 없었기에 김씨는 재계약할 수가 있었다.
여기서 만약, 건물주의 내용증명만을 받고 콧방귀를 뀌며 자동으로 연장 될 것을 믿고 가만히 있었다면 내쫓겼을 가능성이 높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5년간 임대차계약을 자동으로 연장시켜준다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계약갱신요구권’을 준 것이다. 그것도 임대차 계약 만료전 6개월에서 1개월 전에 요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정당한 사유가 없는한 이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물주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에 대해 거절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유란 아래와 같다.

1.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2. 임차인이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3. 쌍방 합의하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4.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
5. 임차인이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6.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7. 임대인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목적 건물의 점유 회복이 필요한 경우
8.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존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따라서 위와 같은 사유가 없다고 해서 건물주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건물주가 3월 20일 전후에 전화를 안 받은 것은 이러한 계약갱신요구의 기한을 넘기려고 한 것이다. 그 전에 내용증명을 받았다는 것을 모른 채.
만약 김씨가 건물주의 나가라는 내용증명만을 받고 맞대응해서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고 계약 만료 1개월전인 3월 20일 전에 건물주에게 재계약에 대한 요구를 하지 못했다면. 건물주의 나가라는 말에 이의가 없다고 법에서도 판단했을 것이다. 법이란 아무 것도 하지않았을 때도 당연히 보호받는게 아니다. 법에서 요구한 정당한 행위가 있을 때 보호 받는다.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한다.
김씨는 지난해 건물주와 1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올해도 일찌감치 건물주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건물주에게 권리금 요구할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지난해 말쯤 필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2년전 신축건물에 입점을 하면서 자리가 좋다는 이유로 건물주에게 바닥권리금으로 1,000만원을 주고 입점했는데 계약만료후 건물주에게 권리금을 받아 낼 수 있냐는 거다. 이 상담자는 나름대로 장사도 잘 되었고 주변에 점포들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인근점포들의 평균 권리금 시세도 5,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뛰었다고 한다. 그런데 2년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즈음, 상담자의 개인 사유로 인해 지방으로 이사를 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발생하자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을 내 놓았다. 시세대로 권리금 5,000만원에 점포를 내 놓았으나 점포를 보러 오는 사람도 없고 상담자는 가능하면 빨리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고….
그런던 차에 계약기간이 종료되고 계약연장에 대한 요구가 없자 건물주는 임대보증금을 내 줄 테니 점포를 비우라고 통보해 왔다. 그러자 이 상담자는 건물주에게 비워줄 테니 권리금을 내 놓으라고 했다고 한다. 시설도 아직 깨끗하고 장사도 잘 해 왔지만 급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2,000만원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주장했지만 건물주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비우라고 한다. 그렇다면 처음 입점할 당시 지불했던 권리금 1,000만원이라도 내놓으라고 건물주와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데, 혹시 소송이라도 하면 받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질문의 요지다.

이와 유사한 사례의 대법원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다음은 판결문 전문.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에 수반되어 행하여지는 권리금의 지급은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아니고 권리금 자체는 거기의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know-how) 또는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고 볼 것이어서, 그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수 또는 약정기간 동안의 이용이 유효하게 이루어진 이상 임대인은 그 권리금의 반환의무를 지지 아니하며 다만, 임차인은 당초의 임대차에서 반대되는 약정이 없는 한 임차권의 양도 또는 전대차의 기회에 부수하여 자신도 그 재산적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 또는 이용케 함으로써 권리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임대인이 그 임대차의 종료에 즈음하여 그 재산적 가치를 도로 양수한다든지 권리금 수수 후 일정한 기간 이상으로 그 임대차를 존속시켜 그 가치를 이용케 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임대인의 사정으로 중도 해지됨으로써 약정기간 동안의 그 재산적 가치를 이용하게 해주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임대인은 그 권리금 전부 또는 일부의 반환의무를 진다고 함이 타당하다.

위의 판례상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상담자가 건물주에게 지불한 권리금 1,000만원은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에 대한 무형의 재산적 가치와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로 지불된 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건물주에게는 상담자인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만약 권리금을 받고자 한다면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 또는 가치를 양도하면서 지급받을 수 있다는 거다.
상담자가 얼마나 급한 일로 지방을 가야 하는지는 몰라도 만약, 계약 만료전에 건물주에게 점포가 빠질 때까지만이라도 계약을 연장해 달라는 말을 했다면 건물주는 기다려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기간이 다소 걸리고 시세대로 받지는 못할지언정 최소한 2,000만~3,000만원 정도는 권리금으로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추가로 덧붙인다면 권리금이란 정해진 기준이 없다. 따라서 주변 시세에 의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한 부르는게 값인 경우도 많다.
상권이 왕성하게 발달된, 즉 검증된 지역의 좋은 입지라면 적정권리금은 당연하다. 하지만 신축건물의 경우 향후 발전될 것이라는,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예측치에 지불되는 바닥권리금이기 때문에 특히 세심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권리금이란 것은 보험과 같다. 다만 소멸성 보험이냐 저축성 보험이냐는 점포를 운영하는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

<에이킹창업시스템 정연강 소장> pro@akingbiz.com
(02)2296-8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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