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 일선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만나다보면 묘하게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중에 부동자금도 많고 사람들이 돈이 없는 게 절대 아니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장사도 안 되고 돈이 안돌아 죽겠다.”라는 분들도 많이 있다. 과연 이런 상반된 입장은 가진 자들의 안일한 현실인식 탓인가? 아니면 서민들의 엄살일 뿐인가?

반도체 수출이 5개월 연속 하락하고는 있지만 무역수지는 여전히 최장 기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전체적인 지역내총생산(GRDP)은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돈이 돌지 않는다고 아우성일까? 이는 경기 예측에 따른 심리적 요인 즉, 경제 상황에 대해 비관적인 예측이 지배적이다 보니 통화승수 창출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것에 답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간 소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전에 없던 초유의 경제정책을 실험해 왔다. 본의 아니게 정책의 실험 대상이 된 국민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고, 상당수는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한다는 조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즉,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고 자영업자의 소득도 같이 늘어나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최저임금이 2년째 두 자릿수로 올랐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고용난이 줄어들었다거나 취업시장이 더 좋아졌다는 조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들어 상하위 소득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는 통계가 눈에 띌 뿐이다.

문 대통령은 서민과 골목 상권,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지역과 성별·연령·직업을 가리지 않고 ‘J노믹스’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영세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3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159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명(4.2%)이나 줄어든 통계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출에 중점을 두고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는 고도의 경제 발전을 이루어 왔지만,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수출주도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기에, 이런 경제 침체와 성장 둔화의 원인을 내수 부족, 소득분배 불균형의 문제로 보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늘리고 소득분배를 통해 총수요를 늘려 경제성장을 달성해야 한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을 펴는 것도 일면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교과서적인 이론과 달리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만 봐도 현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심지어 청와대 정책실장조차 “속도와 균형에 있어서 염려가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고, 경제부총리도 “‘소득주도성장론’을 계속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책은 인프라와 속도에 따라 보약이 될 수도, 독약도 될 수도 있는데 ‘소득주도성장’은 속도가 너무 빨랐고 업종 및 지역별 차별화 없이 획일적으로 추진한 것도 잘못이었다는 게 중론인 것이다. 세율과 세수에 관한 ‘래퍼곡선이론’으로 유명한 아서 래퍼 교수는 “그렇게 멍청한 이론은 처음 들어봤고 울고 싶을 정도”라며 ‘소득주도성장론’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아무리 의도가 좋지만 부작용이 많은 정책, 즉 과도한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각종 연금과 세금 부담이 경제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있다면, 더 울고 싶기 전에 과감하게 정책을 변경하는 것이 정권의 성공을 넘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일 것이다. 소주성! 이제 그 견고했던 성을 스스로 조금씩 허물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다. 더 이상 “소득 ‘도주’ 성장”이 되기 전에... <서원대학교 교수/前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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