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직감’ 클리닉-3단계 원칙


상권을 조사하는 기법은 다양하다. 인구조사부터 경쟁점 조사, 거시적 상권 발전 조사까지 그 세세한 면을 살펴보자면 끝이 없다. 저마다 창업 전문가들은 상권 분석에 대한 대안과 자기만의 툴을 공개하지만 실상 살펴보면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론적으로 무장되어 있을 경우 실제 현장에서 대응하는 허술함은 보기 민망할 정도가 많은데 그 까닭은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치장한 상태인 탓에 현실적으로 응용 가능한 부분이 아주 적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상권은 퇴근 방향이 좋다.”
“점포가 언덕 방향에 있어서는 망하기 쉽다.”
“전면이 넓은 점포가 가시성이 좋다.”
“코너 점포가 가게를 크게 보여주고 접근성에서 유리하다.”
“보행자 통로가 넓을수록 파라솔 설치가 가능해 우수하다.”
“시간당 유동인구가 1,000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런 식의 틀에 박힌 소리는 누구나 아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 나가보면 이런 기준에 들어맞는 점포는 눈을 씻고 찾아야 할 정도로 드물다. 상가를 짓는 사람이 이런 기준을 염두에 두고 건축하지 않는 이상 점포는 생긴 대로 방치되어 있다. 때문에 상권 분석은 이러한 장점을 두루두루 갖춘 점포를 ‘선택한다’는 것보다 최악의 약점이 있는가 여부만 살피는 데 그치는 것이 현장에서 뛰는 실전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상권보다 업종 컨셉트 중요
필자도 상권 분석에 남다른 소신을 가지고 있다. 업력만 놓고 본다면 벌써 십 수해를 넘어간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해 시간이 지날수록 상권을 보는 이론적 토대가 줄어든다. 직관적 감이나 상권과는 무관하게 업종 컨셉트에 따라 결정하는 빈도가 높음을 고백한다.
그에 대한 변명은 다음과 같다. 소자본 창업자에겐 임차비용에 투자하는 자금이 적은 탓에 입지력을 따르다 보면 창업은 물 건너가기 십상이다. 둘째는 상권은 이렇게 분석하나, 저렇게 분석하나 결론은 처음의 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척박한 상권이 아닌 이상 무엇보다 중요한 창업의 요소는 컨셉트라고 굳게 믿는 필자의 집착 때문이다.
조금 더 심하게 표현을 하자면 소자본 창업자는 업종에 맞는 상권을 고르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무조건 발품을 팔아 상대적으로 적은 임차비용에 나온 매물을 고른 후에 그에 맞는 업종을 끼워 넣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서울에서 5,000만원으로 식당을 차리는 일이 가능할까? 그것도 번듯한 식당을…. 결론은 바로 나온다. 기술력과 시설에 대한 편애가 필요한 서비스업이라면 5,000만원으로 창업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다. 있다면 겨우 대여점 정도. 그렇다고 유통업을 선택할 수 있을까? 철저하게 유동량에 의해 매출이 좌우되는 유통 판매업은 소자본 창업자에게 그림의 떡이다.
마찬가지로 있다면 겨우 도매상 수준의 유통업 창업이 가능할 뿐이다. 바로 이런 탓에 소자본 창업자들이 외식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눈에 띄게 외식업의 경쟁은 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헐값 점포 발굴에 초점
때문에 5,000만원으로 외식업을 창업하자면 입지의 우수성은 무시되기가 일쑤다. 먹는 장사는 입지가 ‘첫째이자 끝’이라고 하지만 그건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입지를 포기하면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컨셉트가 중요하다. 같은 고깃집을 하더라도 메뉴의 특색, 시설의 특색, 조리의 특색, 서비스의 특색이 수반되어야 일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소자본 창업자는 무조건 이유(?) 있는 헐값의 점포 발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급작스런 이사, 병치레, 계약 만료 등의 뚜렷한 이유가 있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권리금이 낮은 점포를 확보한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믿고 전력투구해도 좋다.
신축된 빈 상가를 찾는 것도 소자본 창업자가 점포를 구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또 업종 선택을 잘못해 고전을 하고 있는 식당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업종 선정이 잘못된 점포를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분명히 식당 자리인데 공구상이나 지물포 등을 하고 있는 점포는 공략 대상이다. 호프집 자리로 그만인 상가에 당구장이나 탁구장이 있다면 이도 작업을 시도해 봄직하다. 더 나아가 조류독감으로 영업이 부진한 삼계탕이나 치킨집, 광우병 파동으로 죽을 쓰고 있는 고깃집,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파리만 날리는 횟집 등은 헐값에 인수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렇다 해도 점포 물색엔 작전이 필요하다. 부동산에 매물로만 나온 점포를 찾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영업이 부진해 약간의 권리금으로 점포 이전이 용이할 대상을 불시에 접촉할 경우,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급 노하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동네 슈퍼나 미용실 등에서 굴러다니는 정보를 건져라도 봐야 한다. 방법은 찾고자 할 때 보인다. 도대체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서라도 소자본의 약점을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
간단히 좋은 자리를 찾는 방법을 말하자면 “노점상을 그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노점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영업 권리금’ 애초 무시
이유라면 돈이 이유다. 노점을 할 만한 돈 밖에 없기 때문에 난장을 편 것이다. 이들에겐 생존 본능에 의해 소비가 가능한 자리를 찾는 힘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눈이 안 좋은 사람이 귀가 밝은 것처럼 노점은 상권을 배우지 않았음에도 사람이 이동하는 선과 소비를 위해 지갑을 여는 면을 찾아낸다.
가급적 노점이 많이 모인 장소를 벗어나지 않는 점포 위주로 물색해야 한다. 이는 시간을 절약하면서 내 점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자, 바로 소자본 창업자가 알아야 할 1단계 원칙이다.
2단계 원칙은 ‘영업 권리금’은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다. 권리금엔 세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점포 계약을 위해 나가보면 이런 얘기는 씨도 먹히지 않는다. 논리적인 대응보다는 감정적인 협상이 계약을 성사시키기 때문이다. 조목조목 권리금 항목에 대한 요건을 설명한다고 치자. 그러면 “그렇게 잘 아는 양반이 장사는 뭐하러 하느냐?”는 말을 듣기 일쑤다.
그래서 ‘권리금은 오직 시설에 대한 비용 지불만 계산하겠다’고 집에서 나올 때부터 다짐하는 것이 오래 사는 지름길이다.
특히 영업 권리금이라는 것은 이 글을 읽는, 소자본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장사가 잘 되니까 그에 대한 보상을 부담해주는 것이 영업 권리금인데, 주인이 바뀌어도 이전처럼 호황을 누리는 점포는 절대 내 차례까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맞는 말이다.

현장에선 ‘감’이 최우선
요행히 번성 점포를 계약할 확률은 로또 복권 당첨보다 절대 높지 않다고 인정하자. 진심이다.
3단계는 자신의 느낌을 신뢰하라는 것이다. 전세방을 보러 다닐 때도 똑같이 햇볕이 잘 드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밝게 느껴지는 집과 왠지 어둡게 느껴지는 집이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느낌이 좋은 집을 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점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전문가가 좋은 입지라고 권해도 어쩐지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면 나와 궁합이 맞는 점포가 아님을 확신해도 좋다.
장사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신바람이 나야 힘든 가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비과학적인 표현이지만 자신의 느낌을 중시하는 점포 발굴도 필요하다.
물론, 위에서 제시한 단계별 원칙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이론적 관점과 너무 다른 얘기다. 하지만 소자본 창업자에게 상권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일은 궤변일 뿐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임차비용이 적다는 부분을 직시하고, 다른 곳에서 대안을 찾는 게 성공 창업의 지름길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해서 상권 분석이나 점포 발굴을 어렵게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점포란 장사를 위한 기본적 하드웨어일 뿐, 영업 매출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연강 에이킹창업시스템 소장>



# 점포 Q & A
남북으로 뻗은 도로
동향 점포 ‘선택 유리’


Q
제과점을 준비 중인 30대 여성입니다. 점포를 구하기 위해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점포를 두 곳 찾았는데 판단이 안서네요. 남북방향 2차선 도로가 있고 도로를 마주보고 점포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점포들도 서로 마주보고 있는 점포 두 곳인데 점포 규모나 비용은 비슷하구요. 통행 인구는 어느 쪽이 많이 다니는지 얼핏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장사는 잘 되는 지역이라 큰 무리는 없겠다싶기는 한데 그래도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어 문의합니다.

A
직접 보지 못한 상황에서 자세한 답변은 어렵겠습니다만, 단순히 위치적 조건에 대한 견해를 드립니다. 남북으로 도로가 나 있다고 하면 상식적으로 접근해 보시기 바랍니다.
웬만한 업종 모두 포함되겠습니다만 오전보다는 점심 이후 고객이 들기 시작할 겁니다. 그 시간대라면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때이구요. 즉, 오후 영업 시간내 점포로 볕이 따갑게 드느냐 안 드느냐에 따라서 운영에 애로를 겪기도 합니다.
오후내내 볕이 드는 방향이라면 즉 서향의 점포라면 외부 창가에 블라인드나 심지어 신문지로 창가를 가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점포내 진열해 놓은 상품이 색이 바랜다거나 탈색이 되어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점심 이후 오후에 지역상권에 다니는 고객은 여성층이 많습니다. 햇볕에 대한 민감한 반응 때문에 통행보도 역시 볕이 안 드는 방향쪽을 이용하겠지요. 따라서 남북으로 도로가 나 있다면 동쪽을 바라보고 출입구가 나 있는 점포, 즉 동향의 점포를 선택하시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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