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법.공수처 패스트트랙 정국은 고발정국이라는 후폭풍을 낳았다. 삼삼오오 모인 국회관계자들이 2012년 5월 통과된 선진화법이후 처벌 수위가 높아져 몸싸움을 대비해 ‘라운드 티를 입어야 한다’, ‘넥타이를 매면 손해다’라며 곳곳에서 수군거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 보좌진들이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고발된 국회의원만 68명인데 그 중 한국당 의원 50여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실정법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당하거나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다. 

선진화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회장장 출입 등을 방해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회의를 방해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단체로 위력을 보이는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다. 

의원직 상실 기준이 ‘100만원 이상 벌금형’임을 감안하면 내년 총선을 앞둔 한국당 의원들의 경우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또한 선진화법을 위반할 경우 출마도 제한된다. 공직선거법은 국회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경우 피선거권을 제한한다. 

국회회의 방해죄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는 경우는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무엇보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경우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수십명의 의원들이 고발된 이상 ‘정치적 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겠지만 이도 안된다. 

선진화법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더라도 일단 고발된 사건은 수사가 계속된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관련된 한국당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조치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이다. 

윤 지검장은 박근혜 정권 직후인 2013년 4월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특별수사팀’ 팀장을 맡아 채동욱 검찰총장과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파헤치다 채 총장이 ‘내연녀 문제’로 낙마했음에도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을 파헤쳐 박근혜 정권과 정면충돌했다. 

윤 지검장은 평검사로 좌천되는 수모속에서 국정감사장에 나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윤 지검장의 화려한 컴백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박영수 특검이 그를 특검수사팀장에 임명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키면서 재차 주목받았다.  

윤 지검장이 수장으로 있는 중앙지검에 한국당 의원들이 선진화법 위반으로 무더기로 고발됐다. 윤 지검장은 이 “정치가 할 일을 검찰에게 떠넘긴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결국 윤 지검장은 중앙지검에 할당된 고소.고발사건을 남부지검으로 병합해 보냈다. 자신에게 쏟아질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또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번 검경수사권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동의 못한다’고 정면 반발했다. 사실상 청와대와 여야 4당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셈이다. 검찰 수장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은 곧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을 긴장케 만들기 충분하다. 내년 총선전에 검찰이 기소라도 할 경우 사실상 공천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당에서는 내년 공천은 검찰에 손에 달렸다는 냉소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 지검장의 지적처럼 국회가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할 현안을 검찰의 손에 넘긴 대가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외치면서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웃픈’ 국회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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