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엄경영 소장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지지층이나 정치인들에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린치핀(핵심축) 입니다. ‘노무현’ 키워드는 성골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죠. 문재인 대통령도 노무현의 정치적 자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습니다. 민주당, 정부, 청와대에서 일하는 주요 인사들도 대부분 노무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을 지칭할 때 친문(친문재인)보다 친노(친노무현)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지난 4월 2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날 저녁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는 얘기가 소개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 10주년을 맞아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을 관람한 것이죠. 여당과 야당이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놓고 육탄전을 벌이던 시기였습니다. 극심한 대치 정국이라 언론 대부분은 단신으로 처리했습니다.

이 총리는 2년째 여권 차기 주자 1위입니다. 여야 전체를 놓고도 자유한국당(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함께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총리는 한국당 황 대표와 일 대(對) 일 구도에서는 여유 있게 앞섭니다. 이 총리는 뛰어난 정치 감각을 갖추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격랑 와중에도 노사모와 영화를 봤다는 것은 이 총리가 민주당의 대선후보 리치핀을 꿰뚫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은 20∼40세대, 광주/전라, 이념성향 중 진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권의 대통령선거 후보도 이들 핵심 지지층에 의해 결정됐습니다. 과거에는 광주/전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진보와 20∼40세대가 뒤따르는 방식으로 대선 후보가 정해졌습니다. 곧 과거에는 광주/전라가 후보를 결정하면 진보층과 20∼40세대가 추인하는 방식으로 대선 후보가 정해졌죠.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2년 노 전 대통령, 2012년 문재인 후보, 2007년 정동영 후보 등이 그랬습니다.

이제 달라지고 있습니다. 광주/전라 비중이 점점 축소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도 엷어지고 있습니다. 광주/전라 대신 20∼40세대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도 20∼40세대가 야권 대선 후보를 결정하다시피 했습니다. 당시 야권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같은 해 2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4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1위를 꾸준하게 유지하다가 무난하게 당선됐습니다(두 여론조사 모두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됨)

2017년 2월 7일 KBS.코리아리서치, 2월 6일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은 각각 29.8%, 32.5%를 얻어 경쟁 후보를 멀찍이 따돌렸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20∼40세대에서 37.1∼49.0%라는 압도적 지지로 경쟁 후보가 추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20∼40세대가 대선 후보를 결정하고 진보층과 광주/전라가 추인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2022년 민주당 대선 후보도 20∼40세대가 사실상 결정할 공산이 큽니다. 20∼40세대는 노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20∼40세대는 노사모의 린치핀이기도 합니다. 이 총리는 영화를 통해 ‘노무현’ 키워드를 넘어 20∼40세대와 소통을 시도한 겁니다. 이 총리는 20∼40세대의 지지와 안정감을 동시에 얻고 있습니다. 

민주당 차기 주자로서는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안정감은 확장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젊은층에서는 인기가 있지만, 고령층에서는 고전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도 50대 이상에서 잘 통하지 않아 애를 먹은 적이 많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총리는 민주당 차기 주자로서는 매우 유리한 정치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선거는 변수의 연속입니다. 바다에 가까이 갈수록 물결은 거칠어지기 마련입니다. 국민은 이 총리의 정치가 무엇인지 묻게 될 것입니다.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면 변수는 더욱 많아지고 물결은 계속 높아질 것입니다. <엄경영 또바기 발행인/시대정신연구소 소장>

※ 위 글은 또바기뉴스(https://ddobaginews.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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