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가이’를 창업한 주부 오성진씨가 한 사무실에 방문해 잉크를 충전하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서 부는 창업열풍


여성의 사회진출 움직임이 활발해 지면서 주부들 사이에서도 창업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남편의 조기퇴직으로 생계형 창업이 주를 이뤘던 이전과 달리, 현재는 추가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한 서브 창업이 뜨고 있다. 창업 아이템도 생계형 창업이 아니기 때문에 주부 혼자서 운영하기에 부담이 없고, 가사일도 어느 정도 병행할 수 있는 것이 인기다. 주부의 강점을 100% 살려 성공할 수 있는 서브 창업 아이템을 알아본다.

가사·사업 병행 가능한 무점포 사업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주부들은 위험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무점포 사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점포 사업의 대표적인 아이템으로는 ‘잉크가이’(www.inkguy.co.kr)가 있다. 잉크가이는 가정집이나 사무실 등을 방문해 다 쓴 잉크, 토너 카트리지를 충전해 주는 사업이다. 고객이 잉크 충전방을 찾아가 잉크 카트리지를 맡긴 후 1~2일을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 번 충전하는데 5~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고 가격은 정품보다 많게는 70%까지 저렴해 인기다. 이밖에 재생잉크와 토너 및 전산 소모품 판매 등으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방문형 사업이기 때문에 점포를 개설할 필요가 없어 창업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마진율도 70~80% 정도로 높다. 잉크·토너 충전작업은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다.
주부 오성진(41)씨는 지난 5월 경기도 일산에 잉크가이를 창업했다. 오씨는 “본사에서 실시하는 교육만 성실히 이수하면 어려움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며 "컴퓨터와 같은 기계에 약한 주부창업자들은 꾸준히 프린터와 관련된 공부를 통해 전문성을 키워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부 창업자들이 잉크가이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업무 스케줄 조정이 자유로워 가정일을 함께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씨와 같은 주부들은 ‘여성’이고 ‘주부’라는 것 때문에 고객들이 기술력에 의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는 고생도 하지만,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가정집 접근이 유리하다는 장점을 활용하면 쉽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방문형 서비스라는 특성상 남성보다는 여성 점주에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주부라는 강점을 살려 주부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파트와 같은 주택 밀집 지역은 특성상 주부들의 입소문이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가정집을 방문할 때 육아나 살림에 관한 정보, 노하우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주부란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아파트, 주택지역 주민을 1차 타깃으로 잡아 영업을 하면서 자리를 잡고 자신감을 갖게 되면 소규모 공장, 사무실 등으로 거래처를 넓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머니 마음담은 간식업종 인기
주부들이 창업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업종이 ‘먹는장사’다. 즉 주부의 손맛을 살려 운영을 할 수 있는 외식업종이다. 하지만 규모가 크고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아이템은 서브창업으로 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따라서 경험과 자본이 부족해도 시작 할 수 있는 간식업종 창업이 적당하다. 대표적인 아이템으로는 포켓형 샌드위치 전문점 ‘빵파네’(www.bangpane. com)가 있다. 빵파네는 고구마, 단호박, 떡갈비 등 15가지에 이르는 속 재료로 독특한 주머니 모양의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곳이다.
특별한 조리 능력이나 점포 운영 경험이 없어도 본사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이수하고 제공되는 레시피를 이용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익숙한 샌드위치 메뉴지만 주머니 모양의 독특한 생김새가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기존 토스트는 버터나 마가린을 사용해 빵을 구워내는데 반해 이 제품은 생빵을 샌드위치 그릴의 순수 열로만 구워 칼로리를 낮춘 건강간식이라는 점에서 특히 여성고객에게 인기가 많다. 더불어 속재료와 빵을 고객이 직접 선택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서대문점 이정화(48)점주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골라먹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제공해, 주위 비슷한 업종의 전문점과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깔끔한 재료 관리와 푸짐한 양 역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자녀들에게도 종종 만들어주는 음식이라 재료를 아끼거나 허투루 관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과일, 양배추 등의 재료는 2일에 한 번씩 인근 시장과 마트에서 신선한 것으로 골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빵을 만들던 손으로 돈을 받고, 다시 빵을 만드는 것과 같이 위생상 좋지 않은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깨끗한 음식을 만든다는 인식이 퍼지자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레시피보다 20% 정도 풍부하게 사용하는 재료도 인기 비결이다.
떡볶이와 같은 분식 전문점도 도전해 볼만한 업종이다. 매운 떡볶이전문점 ‘신떡’(www.sindduk.com)은 기존 분식집과 달리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맛과 특유의 향을 첨가한 차별화된 떡볶이를 제공한다. 고추, 후추, 설탕 등 20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간 매운 양념장과 그 양념장에서 풍기는 매콤한 향이 마니아층을 만들어내는 신떡만의 비법이다. 일주일에 2~3번씩 오는 단골고객이 늘어나면서 ‘마약 떡볶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선호도가 높아지는 특성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단골고객 비율이 높아진다. 실제로 먼저 자리를 잡은 대구는 전체 매장의 70~80% 정도가 재 구매 고객일 정도다.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신떡은 수도권공략을 위해 지난해 서울에 진출했다. 지역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고 좀 더 보편화된 맛을 내는 ‘신떡미니’를 만들었다. 신떡미니는 메뉴를 대폭 축소하고 떡볶이 위주로 개편해 동네 떡볶이집 컨셉트로 만든 브랜드다. 매운 맛 보다는 일반 대중을 겨냥해 맛을 순화시키고 매운떡볶이, 카레떡볶이, 자장떡볶이 등 떡볶이 메뉴를 다양하게 개발한 테이크아웃형 즉석 떡볶이 전문점 형태다. 또한 수도권 고객들의 바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 주로 포장형태로 판매를 하고 있어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 고객 겨냥한 문구점도 유리
자녀를 둔 주부의 또 하나 강점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눈높이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구점과 같은 아이템이 아이들 고객 상대로 주부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이다. 기존 문구점은 아이들의 선호도에 맞는 제품이 부족하고, 공간도 협소하다. 통큰딱따구리(www.tongttak.co.kr)는 매장을 편의점 형태의 개방형 공간으로 구성, 깔끔한 매장에 문구, 팬시, 캐릭터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제공한다. 물류 진열방법도 타 문구점의 주먹구구식 방법이 아니라 문구, 팬시, 생활용품 등으로 제품을 분류해 찾기 쉽게 배치했고, 펜 옆에 노트를 진열하는 것처럼 연계 판매가 가능한 제품끼리 진열해 구매의 편의성을 살렸다. 더불어 고객이 자유롭게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곡점 박지희(34)씨는 ‘아이들이 부르기도 쉽고 재미있는 이름이라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난 7월 ‘통큰딱따구리’를 열었다. 아이들 시야에 맞춘 진열방식으로, 어린 아이들도 손만 뻗으면 원하는 제품을 집어올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신경 썼다. 인근에 초·중학교도 있어 아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다. 매일 준비물과 학용품, 팬시문구, 잡화, 캐릭터 상품 등을 판매한다.
학교 근처 문구점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게 오픈 시간은 아침 7시다. 매일 전날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준비물 물품을 발주하고 새벽에 물건을 받아 등교 시간 전에 진열을 해놓는다. 학교 준비물부터 각종 팬시, 캐릭터용품을 한번에 구매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박씨는 “상투적인 말이지만 ‘내 자녀’처럼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생을 대상으로 몇 백원, 몇 천원 짜리 물건을 파는 일이지만 서로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레 매출은 상승한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문구점은 성수기인 신학기와 비수기인 방학기간의 매출 기복이 심해 점주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큰딱따구리 본사에서는 신학기와 같은 성수기에 노트와 펜, 가방과 같이 신학기 필수 아이템을 가맹점에 대량으로 제공, 세일 판매하는 행사를 실시해 수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행사실시 후 10% 정도 매출 상승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비수기에는 최대한 매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특화상품을 적극적으로 제공해 주고 있다. 겨울방학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요즘은 크리스마스 선물용 팬시용품과 같이 시즌에 맞는 제품을 판매하고, 여름철에는 물놀이 용품 등을 준비해 제공함으로써 매출상승을 꾀한다. 또한 방학 때는 아이들 스케줄에 맞춰 문을 닫을 수도 있고 영업시간도 조절할 수 있다. 이처럼 아이들 스케줄에 맞춰 운영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생활 패턴과도 크게 어긋남 없이 운영이 가능하고, 시즌 상품으로 매출유지까지 가능해 주부점주들의 만족도가 높다.

성공전략 및 주의점
주부 창업자의 경우 주부로서의 경험과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살려 나간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소비가 여성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소비심리를 더 잘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어 성공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부창업자들은 주의할 점도 많다. 상대적으로 시간과 체력, 자본에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창업 전 충분히 검토한 후 시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전에 폭넓은 정보 수집과 운영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성공창업으로 이르는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부 창업자들은 보통 자금조달, 홍보 및 마케팅, 법률지식 등 창업의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 따라서 창업 시작부터 운영까지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창업 후에 발생할 일을 미리 시기별로 구분해 상정해보고 각각의 대응책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좋다. 즉, 창업과정을 직접 가상 체크해 보는 것이다. 그 때 그 때 필요한 지식과 신고사항, 문제점에 대한 대비를 하고 나아가서는 시기별로 사업의 업그레이드 방향까지 잡아보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창업에 관련된 책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읽어보고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창업 강의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사업이든 일단 시작하면 전력투구해야 한다. 창업에 앞서 가족들에게 양해를 얻고, 가사분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점포 창업인 경우 집과 가까운 곳에 점포를 얻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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