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리비아와 예멘 등 중동 지역에서 드론(무인 항공기)을 이용한 공격이 속출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같은 기존 무기체계 보다 값싸고 확보하기도 쉬운 드론이 전 세계 분쟁의 변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과 디펜스뉴스, 가디언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은 통합정부군(GNA)이 지배하는 수도 트리폴리를 수차례 야간 공습했다.

전문가들은 LNA가 보유한 전투기가 낡아 야간 공격을 할 수 없는 만큼 드론이 투입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디펜스뉴스는 야간 공습에 투입된 드론은 아랍에미리트(UAE)가 운용 중인 중국제 정찰 및 공격용 대형 드론 '윙룽(翼龍) 2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트리폴리에서 윙룽 2호에서 발사할 수 있는 중국제 미사일 잔해가 발견된 것이 근거다.

LNA 후원자 중 하나인 UAE는 2016년 리비아 동부 알 하딤에 군사 기지를 구축하고 드론을 비롯한 공군력을 LNA에 제공하고 있다. UAE 드론은 지난해 LNA가 리비아 북동부 데르나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을 공격할 때도 투입됐다.

잘렐 하르카우이 네덜란드 클링엔델 연구소 박사는 "미국제 드론을 사려면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고 책임도 져야한다"며 "중국제 드론은 빠르고 싸며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고 전했다.

예멘 후티 반군도 정밀하고 광범위한 무장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가 범용 상업 기술이 미국과 중동 동맹국에 새로운 위협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후티 반군은 소형 감시용 드론은 물론 시속 150마일(약 241km)로 900마일(1448㎞)을 날 수 있는 대형 드론 운용 능력까지 갖고 있다. 사우디와 UAE 수도를 비롯한 걸프만 대부분이 사정권이다.

사우디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후티 반군이 이란의 지원으로 급속한 진전을 이뤘다고 비난하지만 후티 반군이 드론 운용 능력을 자생적으로 확보했다는 미국 정보기관 평가도 있다.

미국 전직 관료들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해 7월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외곽 정유공장을 공격했다. 후티 반군 드론은 같은 달 UAE 방공망을 뚫고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자폭해 트럭 1대를 파괴하고 비행기 이착륙을 한때 중단시키기도 했다. 1월에는 무인정찰기(UAV)로 예멘 정부군 열병식을 공격해 고위 장교 등 6명을 암살했다.

무장단체가 정부 관계자를 암살하기 위해 UAV를 운용한 것은 후티 반군이 처음이다.

후티 반군은 최근 사우디 관리들이 미사일보다 드론을 더 많이 격추했다고 할 정도로 드론 공격 횟수를 늘리고 있다. 사우디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 성공 횟수가 감소하면서 드론 공격을 대안으로 택한 것이다.

반면 사우디와 UAE는 드론 요격 체계 구축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티 반군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상 교통로 중 한 곳인 예멘 인근 해상의 선박을 목표로 한 드론도 띄우기 시작하면서 미국 관리들은 지역 상업용 선박과 미군 선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WSJ는 드론은 흔히 구할 수 있는 값싼 상업용 부품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처럼 부품 수급이나 기술 이전을 막기 어렵다면서 드론이 전세계 분쟁의 변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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