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검찰이 집권여당과 야3당이 사법개혁 일환으로 검경수사권 및 공수처설치안을 신속처리법안(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자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검찰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반인 데다 임기가 많이 남아 검찰 개혁에 대해 참고 있었다. 하지만 집권 3년 차에 검찰개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반기를 들었다. 또한 검찰은 경찰 비위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사전에 ‘군기 잡기’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도는 집권 3년 차에 총선을 앞두고  여야 특히 여권 핵심 실세에 대한 사정의 칼날도 꺼내들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제56회 법의날 기념식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무일 검찰총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 뉴시스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제56회 법의날 기념식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무일 검찰총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 뉴시스

- 강신명 전 경찰청장,12시간 조사 치안감 2명 구속영장 청구 ‘군기 잡기’
- 집권 3년 차 총선에 여권 핵심 인사 겨냥 사정 칼날 꺼내 드나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수사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법안에 대해 검찰의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반기를 들었다. 문 총장은 여야4당이 검찰 관련 법안에 대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최대의 국정과제로 삼고 조국 민정수석 임명을 통해 그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검찰은 그동안 경찰의 권력이 비대화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특히 이번에도 문 총장이 반발한 결정적인 배경에는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검, 강신명·황운하·김기용· 이성한 ‘경찰총수’손보기’

검찰은 공수처보다는 경찰관련 된 검경수사권 조정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정황은 최근 검찰의 경찰 관련 수사를 보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검사 출신’ 김학의 법무부차관 관련 사건 수사의 경우 검경수사권 조정국면에 검찰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건이다.

하지만 김학의 특별수사단은 성추문 사건 당시 정부 고위층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2013년 당시 경찰청장으로 근무했던 김기용.이성한 전 경찰청장에 대한 소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한 김학의 수사단은 10여  차례 압수수색을 벌였는데 경찰정 정보국과 수사국, 서초경찰서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굳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도 협조요청을 하면 될 것을 ‘경찰 망신 주기 아니냐’는 시각이다. 김학의 사건을 덮은 쪽은 검찰인데 경찰에 대해서만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아직까지 검찰 조직내부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뤄진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26일 박기호.정창배 치안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지만 경찰에서는 치안감이면 고위직인데 확실한 증거 없이 구속영장부터 청구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두 인사는 진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수립해 공무원 선거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강신명 전 경찰정창도 불러 12시간을 조사했다. 역시 20대 총선 당시 정보경찰을 통해 정치인 동향을 파악하고 선거 전략을 담은 문건을 작성하는 등 불법으로 정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무엇보다 검찰의 경찰 관련 수사 중 ‘경찰 망신 주기’로 보는 사건이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건이다.

황 전 총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 측근 비리 수사를 지휘해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동생 등 10여 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인물이다. 검찰은 당시 경찰이 과잉수사를 했다며 검찰에 송치된 핵심 피의자들을 줄줄이 무혐의로 내보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당시 황 전 청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으로 고발했고 울산지검은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했다.

특히 황 전 청장은 경찰 내에서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해 온 경찰 대표 ‘검찰 저격수’로 통하고 있어 황 전 청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있는 게 아이냐는 시각이다. 검찰의 궁극적인 목표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경찰 망신주기 수사라는 분석이다. 한편 검찰은 경찰뿐만 아니라 여야 고위당직을 맡거나 맡았던 핵심 정치인들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경우 검찰이 최근 ‘채용비리 의혹’관련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검찰이 이 전 회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금명간 김성태 의원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의 자녀 특혜 채용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경영실장 김모씨와 인사를 부탁한 서모 사장은 구속 기소된 상황이다.

검찰은 김 의원을 비롯해 채용 비리에 관여된 의혹을 받는 관계자들을 줄소환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검찰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이 나돌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입당설’, ‘총선배려설’이 돌고 있다.

패스스트랙에 반대한 한국당 내에서는 “김 의원이 현 정권으로부터 뭔 약점이 잡힌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보내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런 지적에 대해 한 언론을 통해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마타도어”라며 “나는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내년 선거에 나가겠다고 공언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그는 ‘카더라식’ 소문을 일축하면서 “패스트트랙 진행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오히려 강한 자신감을 밝히고 있다.

여권 친문 주류 C, K 의원 사정설 나오는 까닭

야권 인사들뿐만 아니라 여권 핵심 인사에 대한 사정설도 여의도 내 그럴듯하게 돌고 있다. 특히 김경수-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관련 또 다른 여권 핵심 인사가 검찰의 사정권에 잡혀 있다며 C 의원이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C 의원은 수도권 중진의원으로 친문 강경파로 알려진 인사다. 또한 당내 고위당직을 지낸 K의원 역시 검찰의 레이더에 포착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교문위 출신으로 친문 주류로 꼽히는 K의원은 사립유치원으로부터 불법적인 후원을 받은 정황과 함께 감사 무마 의혹을 받고 있다.

만약 두 인사 중 한 명이라도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게이트’로 변질될 경우 문재인 정권 도덕성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한 검찰 수사는 내년 총선에서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통상 역대 선거를 보면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집권여당의 경우 중간 심판 성격으로 치러져 승리가 쉽지 않다.

게다가 여권 핵심 인사들의 검찰 수사가 ‘권력형 게이트’로 변질될 경우 총선은 여권의 무덤으로 변할 공산이 높다. 여당이 참패할 경우 레임덕이 가속화돼 검찰 개혁이 유야무야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대표적인 사건이 YS 정권 당시 ‘소통령’으로 불렸던 차남 김현철 비리가 대표적이고 DJ 정부 때에도 이용호 게이트가 정권의 레임덕을 부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통상 집권 3년 차는 5년 단임제에서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기다. 87년 이후 거의 모든 정권은 반환점을 돌면서 레임덕에 빠지거나 빠질 징후에 처했다. 실제 YS 정권 집권 3년차 인 1995년은 각종 사고로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일단 그해 2월에는 국가안전기획부가 지방선거 연기를 획책했다는 비밀 문건이 뒤늦게 폭로돼 정권퇴진 운동까지 벌어졌다.

또 4월에 터진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로 101명이 사망했고 145명이 다쳤다. 대형 사고는 YS 지지율을 급락시켰다. 이는 6월에 치러진 제1회 지방선거에 그대로 나타났다. YS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진 지방선거는 여당인 민자당은 광역단체장 5자리만 가져갔고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 10곳을 내주는 참패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면서 502명이 사망하는 잇따른 악재가 터졌다. 위기에 몰린 YS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를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고 두 전직 대통령은 구속됐다. 그러나 이후 소통령으로 불리는 YS 차남 김현철 씨 비리가 터지면서 재차 지지율을 깎아먹어 빠져나올 수 없는 레임덕 수렁에 빠졌다.

YS 집권 3년 현철, DJ 홍일·홍업·홍걸 ‘사법처리’

DJ 정부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집권 3년 차인 2000년도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DJ 역시 권력형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임기 3년 차에 불거진 ‘진승현 게이트’를 시작으로 퇴임을 1년 앞둔 시점에 ‘이용호 게이트’와 ‘최규선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DJ 정부 역시 상당한 레임덕에 시달려야만 했다.

‘진승현 게이트’의 시작은 2000년 금융감독원이 진승현 전 MCI코리아 부회장 자신이 대주주인 열린금고에서 377여억 원을 불법대출받은 사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이후 수사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이 대거 연루됐다. 당시 검찰은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과 민주당 당료 출신인 최택곤 씨를 통해 진 전 부회장의 자금 수천만 원씩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관련자들이 구속기소됐지만 정관계 로비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1년 터진 ‘이용호 게이트’는 이 전 G&G 그룹 회장이 계열사 전환사채 680억 원을 횡령하고 보물선 발굴사업 등을 미끼로 주가를 조작해 250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치인, 검찰간부, 국정원, 금감원, 등이 연루되면서 ‘권력형 비리의 종합판’이라고 대서특필됐다. 무엇보다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DJ의 차남 홍업 씨와 처조카 이형택 씨의 비리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DJ정부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홍업씨는 이후 이권청탁의 대가로 수십억원 돈을 수수해 구속기소됐다. 이후 ‘최규선 게이트’에는 삼남인 홍걸 씨가 연루돼 구속됐다. 2003년에 터진 나라종금 로비사건에는 장남 홍일씨가 불구속 기소되면서 DJ 아들 세 명이 모두 사법처리되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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