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만으로 피선거권 10년 박탈... 스치기만 해도 ‘금배지’ 없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 49명이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형이 확정돼 5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을 시 내년 총선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내년 총선까지 재판이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검찰이 기소한 의원에게 공천을 주는 것은 한국당 지도부도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달 3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드러누워 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드러누워 있다 [뉴시스]

-與, 고발-협상 분리... 고발 취하로 형량 감면 ‘쉽지 않아’

지난달 25일과 26일 선거제 개혁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여야 간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 지난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7년 만에 ‘동물국회’가 재현됐다. 이후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했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이 한국당 의원들을 무더기 고발했다.

민주·정의 “용납 안 돼”

민주당은 의안과 앞에서 펼쳐진 몸싸움과 집기 파손 등을 비롯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장 봉쇄 등과 관련해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국회법 위반 혐의로 한국당 의원 29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불법과 폭력에는 결코 관용이 없을 것”이라며 “국회를 무법천지 만들려는 세력과 타협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역시 민주당과 같은 이유로 지난달 29일 한국당 의원 4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후 신상진 한국당 의원은 명단 취합과정 중 실수로 포함됐다며 고발을 취소해 최종적으로 피고발된 의원은 39명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법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런 세력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용도 있을 수 없다”며 “법치주의 아래에서 폭력의 방식으로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한국당은 법치주의에 정면 도전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고발장 이름에 포함된 한국당 의원은 강효상·곽상도·김명연·김선동·김성태·김순례·김정재·김진태·김용태·김태흠·김학용·김현아·나경원·민경욱·박덕흠·박성중·백승주·성일종·송언석·신보라·안상수·엄용수·원유철·여상규·윤상직·윤상현·윤재옥·이만희·이양수·이은재·이장우·이주영·이종구·이종배·이진복·이채익·이철규·장제원·전희경·정갑윤·정양석·정용기·정유섭·정진석·정태옥·조경태·주광덕·최연혜·홍철호다.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를 통한 법안 처리를 금지하고자 만들어진 법안이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국회 내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

국회법 제165조(국회회의 방해금지)와 제166조(국회회의 방해죄)의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상해하거나,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그 밖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원들은 공직선거법상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각각 5년과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 때문에 이번 무더기 고발에 유죄판결이 나올 경우 한국당 의원들의 내년 총선 출마가 불가능하고 당선돼도 금배지는 반납해야 해 21대 국회 총선 공천권은 검찰과 법원에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한쪽에서는 검찰이 제1야당 의원들을 대거 수사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껴 수사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발이 취하될 경우 형량이 줄 수 있지만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고발 취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당은 선진화법 위반 고발 건으로 추경 등의 민생법안 통과와 국회 정상화를 놓고 협상할 생각이 없다. 두 건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게다가 국회 선진화법 위반 건은 범죄의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향후 여야가 정치적으로 합의를 이뤄 고발이 취소돼도 수사는 멈추지 않고 진행된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한국당 의원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창민(오른쪽) 정의당 부대표와 신장식 사무총장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의안과와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42명에 대한 국회선진화법 및 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한창민(오른쪽) 정의당 부대표와 신장식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의안과와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42명에 대한 국회선진화법 및 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여유롭던 나경원, 고발 취하 원해?

한국당은 처음에는 국회 선진화법 위반 고소에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동물 국회’ 당시 한국당 의원들에게 “위법이다. 고발당한다”고 경고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고발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국회 선진화법 위반 고발에 대해 당이) 연연하지 않는다”며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철저히 변호인단을 구성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국회 선진화법 위반 고발에 대해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이 고발된다고 하더라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발을 당해도 굴하지 않고 연일 강성 입장을 유지하던 나 원내대표는 며칠 지나지 않아 입장을 바꿨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에 대한 고발과 협박을 멈춰 달라”고 말했다.

이어 “(고발은) 나 하나로 충분하다. 수사를 하더라도 탄압을 하더라도 나를 하라”며 “우리 당의 다른 의원들에 대한 고발 취하 즉각 해달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날 고발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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