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여당 ‘불편한 기색’ 노림수 따로 있나?

문무일 검찰총장 [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항명이냐” “고언 아니냐” 등 여론도 분분하다. 경찰은 물론 청와대와 여당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문 총장의 발언을 둘러싸고 내분 조짐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 출신 여당 의원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반대
경찰 “수사권 조정안 검사의 영장청구권 전제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패스트트랙  관련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는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이런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 문 총장의 이같은 행보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문 총장은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호의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 “심각한 상황”
법안 처리 추진력 타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 총장의 이런 입장에 대해 조직 내부를 추스르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패스트트랙 상정 후 실무와 괴리가 크다는 우려와 함께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문 검찰총장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문제였다.

청와대는 행정부에 속해 있는 검찰이 법안에 반발하는 것은 특정 정당이 반대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계속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파열음이 커질 경우 법안 처리의 추진력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 출신 여당 의원들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에서 수사권을 분리하기 위해 시작된 검·경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결론지워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조 의원은 자신이 속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사보임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경찰청도 지난 2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사의 경찰 수사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통제 방안을 강화했다”며 “개정안은 경찰의 수사 진행단계와 종결 사건에 대한 촘촘한 통제 장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현재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전제하고 있다”며 “검사는 영장청구를 통해 언제든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만큼 경찰 수사권 비대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 경우 사건 관계인에게 이를 통보하고,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게 된다”며 “경찰 임의대로 수사를 종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도 했다.

 

나경원·이정미 “항명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권조정안 패스스트랙에 반발한 것과 관련 지난 2일 “문 총장은 극도로 발언을 자제하고 최대한 수위를 낮췄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썼다”며 “패스트트랙 폭거가 얼마나 반(反)민주주의적인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문 총장은 문 대통령이 임명했다. 사실상 항명으로 비출 수 있는 공개 반발이다”라며 “문재인 정권과 여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처리가 얼마나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은지 입증한다. 문 대통령은 일말의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문무일 검찰총장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구암유치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총장 발언에 대해 “검찰이 국민 대의기관에서 각 정당이 합의한 것을 정면에서 민주주의 위배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앞으로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에 대해 얼마든지 논의가 더 필요하고 충분하게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견들에 대해 반영하겠다는 것을 밝혀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 자체에 대해 어떤 이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마치 문 총장이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는 식으로 국회법에 따른 절차 자체를 검찰이 부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지난 2일 검찰총장에 대해 “개념 없는 언행으로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검찰 권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국회의 정당한 입법절차에 대해 정부 관료가 공공연히 반기 드는 것이야말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망각한 행동”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또 이 대표는 “해당 법안은 지난해 6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따른 것”이라며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는 검찰총장의 이런 행동은 사실상 항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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