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시설 은폐 인정할 것”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내부 변화 알리기에 적극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을 찾아 ‘북한의 핵전략과 하노이회담 후 북한 내부 변화와 향후 우리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됐다. 행사는 자유한국당 미래혁신청년위원회와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정운천 의원 등과 함께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청년들이 참석했다.

 

“북한, 트럼프 무력 위협 통한 핵 포기 압박 벗어났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이날 강연회에서 판문점 선언 1주년 성과와 과제 그리고 북한과 한국이 거둔 성과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트루먼 독트린과 애치슨 라인에 대한 설명을 했다.

 

미군의 한국전쟁 참전은

일본 구하기 위해서?

 

트루먼 톡트린이란 1947년 3월 미국 대통령 H.S.트루먼이 의회에서 선언한 미국외교정책에 관한 원칙을 말한다.

이 원칙의 요지는 공산주의 세력의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자유와 독립 유지에 노력하며, 소수자의 정부지배를 거부하는 의사를 가진 여러 나라에 대하여 군사적·경제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당시 공산세력으로 인해 위험에 직면했던 그리스와 터키의 반공 정부에 대해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원조가 제공됐다. 이 원칙은 그 후 미국 외교정책의 기조가 되었으며, 유럽 부흥계획과 북대서양조약으로써 구체화됐다.

태 전 공사는 트루먼 독트린을 거론하며 “1949년 말 변곡점을 맞는다”며 “1949년 8월 달에 소련이 핵실험을 한다. 그래서 원자탄을 보유하고 미국과 핵 대결을 선언한다. 그래서 1949년부터 세계는 미소 양자 핵 대결 구도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미국 전략가들은 만일 미국이 지금처럼 공산주의자와 접경지역에서 공산당을 밀어붙이면 소련과 미국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그 전쟁은 핵전쟁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래서 공산당들과의 접경지역에서 미국이 한 발씩 물러서는 전략을 취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뒤이어 1950년에 발표된 애치슨 라인을 설명했다.  

애치슨 라인은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한반도를 제외시켜 한국 전쟁의 발발 원인이 된 선언으로 미국 국방 장관인 애치슨이 주장했다. 애치슨은 1950년 l월 태평양에서의 미국 극동 방위선을 한국과 타이완을 제외한 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정했다. 당시 이 선언으로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했고 이 틈을 이용해 김일성이 1950년 6월 25일 한국 전쟁을 일으켰다. 그후 이 선언은 미국 공화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폐지됐다.

태 전 공사는 애치슨 라인을 거론하며 “만약 한반도가 공산당에게 넘어 간다면 다음 단계는 마오쩌둥이 대만을 넘어 차지할 거고 결국은 한반도와 대만이 다 공산당한테 넘어가면 맥아더는 미국이 일본을 방어할 힘이 빠진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일본을 방어하자면 빨리 일본주둔 미군이 바다를 건너서 한반도 전쟁에 개입을 해야 한다. 맥아더의 이 주장에 트루먼 대통령이 넘어갔다. 그래서 미군이 한반도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소련 핵보유가 결국은 6.25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선 신뢰 후 비핵화

기존 비핵화 도식 바꾼 北

 

태 전 공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명분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70년 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했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핵무기를 내려놓는냐. 미국과 북한 사이에 신뢰가 구축될 동안만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야겠다”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한마디로 ‘선 신뢰 후 비핵화’로 정리하며 북한이 4.27선언과 판문점 선언으로 기존 비핵화 도식을 새롭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4.27 선언 이전 미국을 포함한 국제적인 분위기는 선 진정성 있는 조치 후 협력과 대화였다. 

이러한 변화는 6.12 싱가포르 합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태 전 공사의 주장이다. 태 전 공사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 중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 등의 문구를 증거로 내세웠다.

결국 북한은 4.27, 6.12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서 비핵화의 순서를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바로 김정은의 ‘북한 핵보유국 굳히기 전략’ 중 얻은 성과다. 

김정은의 또다른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위협을 통한 핵 포기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북한은 특히 수소탄과 ICBM을 그대로 가진 채 미국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협상이 이어지면서 북한은 적어도 1년 동안 추가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이런 성과에 대해 “어마어마한걸 얻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2017년 북한이 핵을 보유한 이후에 유엔에서 북한에 연이어 제재를 취했다. 만약 그 제재를 미국이 그대로 강행했다면 북한은 올해를 견디지 못할 뻔했다”며 “그런데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싱가포르에서 미북 회담을 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대북제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30번의 불법 환적을 공해상에서 했다.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는 석유를 얻었다”며 북한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영변 외 핵시설 공개에

깜짝 놀란 김정은

 

태 전 공사는 이날 강연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뒷이야기도 했다. 바로 회담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볼튼이 들고 있던 노란 봉투 얘기다.

태 전 공사는 그 안에는 영변 핵시설 외에 북한이 운영하고 있는 핵시설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며 회담장에서 트럼프가 그걸 공개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당시 김정은이 놀랐을 거라고 전하며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볼턴은 아 이거 있구나 하는 확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앞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에 다시 협상이 이뤄진다면 이 문제를 비껴갈 수 없다. 김정은이 긍정도 부정도 안 했기 때문이다”라며 “그래서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제재가 진짜 효과를 보는구나 확신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한 발 더 나아가 “김정은이 핵시설 은폐를 일부 인정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 밖에 태 전 공사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떠나기 위해 자동차에 타려던 순간 북한 최선희 외무부 부상이 “김정은 위원장님이 한 번만 더 만나자고 한다”라며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NO’ 비핵화할 의지가 있을 때 다시 만나자”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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