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신선들의 땅’이라  불리는 중국 절강성에 닿으니 하늘을 걷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절강성의 쌍두마차 신선거와 설두산에 올라 구름 위로 우뚝 솟은 봉우리를 따라 걸으면 마치 나비가 된 듯 신선과 노니는 듯 아득한 호접지몽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렇게 신선이 머문 세상을 엿보았다.

 

나비된 듯 신선 되어 노니는 호접지몽 ‘절강성’


상해에서 차로 3시간 반을 달리면 중국 남동부의 양자강 하구에 있는 절강성이 나온다. 전체 면적 중 약 80%가 구릉과 산지로 덮여 있고 동쪽으로는 바다와 접하고 있어 ‘8산 1수 1전’이라고도 불린다. 절강성은 성도인 항주와 영파 등 행정도시로 나뉘는데 특히 영파에는 중국 국가가 최고의 풍경이라고 인정하는 ‘5A급’ 풍경명승구인 신선거와 설두산이 있다. 중국은 자원의 가치에 따라 1A부터 5A까지 등급을 매겨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5A급이면 보존 가치가 최고 등급인 곳을 말한다. 그 비경에 감탄한 문인과 산악인들 사이에는 꽤 알려졌지만 중국의 다른 관광지에 비하면 아직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덜한 만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덕분에 중국 역사에도 여러 번 등장한 환상적인 풍경을 가슴에 담을 만하다. 선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잔도를 걷다 보면 마치 거대한 낭떠러지에 매달린 듯 하늘을 걷는 기분마저 든다. 156미터 아래로 맹렬한 기세로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를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하다. 맑은 공기로 호흡하니 신선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신선의 흔적을 찾아 중국 절강성을 걸으며 중국의 숨은 비경을 만났다.


PART 1.   신선이 되어 걷다  
신선거 트레킹

절강성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꼽으라면 단연 신선거다. 신선거는 ‘신선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다. 원래는 ‘모든 영혼이 편안히 머문다’는 의미로 영안이라 불렸으나 북송의 3대 황제인 진종이 다녀간 후 이곳이 마치 신선이 사는 곳 같다고 해 신선거라는 이름을 하사하면서 새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이제 막 중국 명산을 여행하기 시작한 이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곳이다. 세계에서 규모가 제일 큰 화산 유문암 지형으로 그 독특한 자연경관이 마치 장가계의 아기자기한 매력과 태항산의 웅장한 비경을 섞어 놓은 것 같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도 숨겨진 보석 같은 관광지로 현지인들 사이에서 조금씩 알려지다가 2013년 9월 중국 정부가 1.5억 원을 투자해 ‘신선거 풍경구’라 이름 짓고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했다. 남과 북으로 뻗어 오르내리는 두 갈래의 케이블카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1억 1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생긴 해발 700~800미터에 걸쳐 있는 봉우리들을 편하게 걸으며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우뚝 솟은 봉우리 옆 절벽에는 잔도를 내고, 협곡 사이는 출렁다리로 연결해 고유의 비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길을 텄다. 동시에 하늘 위를 걷는 것과 같이 신선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특별하다. 


제1코스
숲을 지나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천 길 낭떠러지

신선거 풍경구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공원의 산길을 걷는 듯 잘 꾸며진 삼나무 숲길이 울창하게 펼쳐진다.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아늑한 카페도 있으니 잠깐 쉬어가도 좋다. 신선거는 암봉으로 이뤄진 곳인데 초입에서부터 기암괴석을 만날 수 있다. 늠름한 장군의 옆모습을 닮은 장군암, 하늘을 여는 봉우리인 서천문 등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한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다. 정신없이 걷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우니 숲길 중간마다 세워진 표지판을 잘 살피며 걷는 것을 추천한다. 표지판에는 암봉을 소개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기암괴석과 깊은 협곡이 이어지는 신선한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평평하게 이어지던 산책로가 끝나고 북문 케이블카 정류장에 다다른다. 케이블카를 타고 약 960미터가량 오르면 눈앞에 거대한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이어진다. 신선거는 산이라기보다는 지면에서 90도로 솟은 절벽의 집합체에 가깝다. 아찔한 절벽의 허리쯤에는 잔도가 벨트처럼 빙 둘러 설치돼 있다. 잔도는 절벽을 깎아 만들어 낸 길이 아니라 철근으로 만든 길을 이어 붙인 길로 허공에 떠 있는 형태다. 잔도가 무너지면 말 그대로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낭떠러지 옆에 어떻게 길을 낼 생각을 했는지 놀랍다. 잔도공은 안전장치 하나 없이 맨몸으로 모래와 철근을 나르고, 철근을 절벽에 심거나 시멘트를 발랐을 것이다. 신선거의 웅장한 절경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이런 환상적인 풍경을 내어준 잔도공들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제2코스 아찔한 출렁다리 지나 마주하는 선계의 풍경

크고 다양한 봉우리의 행렬에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신선거의 진가는 해발 1270미터 위에 놓인 산 정상부에서 만난다. 걷기와 쉬기를 반복하며 절벽의 잔도와 숲길을 걷다 보면 깊은 협곡을 잇는 아찔한 남천교南天橋가 나타난다. 길이가 120미터나 되는 이 출렁다리는 높이가 100미터가 넘는 협곡을 연결해 잔도를 걷는 것보다 한층 더 스릴 넘친다. 가이드는 날이 흐리면 남천교 아래 시운곡時運谷 사이로 운무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운해에 둘러싸여 신선이 아직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고 한다. 
남천교를 지나면 또 다른 잔도가 이어진다. 잔도를 한 바퀴 돌면서 신선거의 백미, 관음봉觀音峰을 보게 되는 코스다. 방향은 왼쪽과 오른쪽 어디로 출발하든 상관없지만 왼쪽으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이 방향으로 걷는 길이 해를 등지고 걷게 돼 눈부심 없이 관음봉을 한눈에 제대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 멀리 관세음보살이 합장한 채 기도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바로 919미터의 관음봉이다. 희뿌연 안개 속에 나타난 고요하고 신비로운 자태를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지른다. 비현실적인 풍광 앞에서 가느다란 감탄사만 입에서 새어 나온다. 

제3코스 봉우리 앞에서 인증사진 찍으며 마무리

남천교와 관음봉으로 화룡점정을 찍고 나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다. 케이블카 도착 지점에는 마지막 내리막길이 있다. 내려오는 동안에도 등산로 옆으로 힘차게 흐르는 신용 폭포, 주작 폭포, 취선 폭포가 발길을 잡는다. 그렇게 30여 분을 걸으면 남문 매표소가 나타나고 호접지몽의 꿈에서 깨어난다. 
신선거에는 당나라 시인 이백두, 청나라 건륭제 등이 다녀갔다고 전해진다. 특히 건륭제는 운무가 피어오르는 산 중 신선거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바위가 제 살을 깎으며 만들어 낸 경치는 가까이 갈수록 보는 이를 압도한다. 과연 진종 황제가 이름 붙였던 것처럼 신선이 되어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절강성의 비경임을 이곳을 다녀간 모든 이들이 느끼는 셈이다. 매표소 뒤로 햇살을 받으며 줄지어 서 있는 아름다운 모습의 바위 봉우리들이 인사를 건넨다. 꿈에서 깬 사람들은 봉우리를 배경으로 마지막 인증사진을 찍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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