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쉬는(점심) 시간에 촬영한 웨어러블 장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쉬는(점심) 시간에 촬영한 웨어러블 장비.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군이 지난해부터 ‘스마트 예비군훈련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예비군 훈련장에 일명 ‘군대 스마트워치’로 불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착용하는 전자기기‧이하 웨어러블)’를 도입했다. 기자는 지난달 25일 금곡 예비군 훈련장을 찾아 웨어러블의 기능을 살펴보고 예비군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오후부터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지난달 25일. 기자는 예비군 기본훈련을 받기위해 오전 8시 50분경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금곡 예비군 훈련장을 찾았다. 입소 시간(오전 9시)이 임박하자 예비군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입소를 위해 인도인접 과정을 거쳤다. 군 관계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며 이름을 말하자 한 번에 본인확인이 완료됐다. 신분증 리더기에 신분증만 갖다 대도 확인이 가능하도록 절차가 간소화 된 것이다. 이때 기자는 처음 보는 물건을 받았다. 바로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이다.

군은 웨어러블이 훈련 일정과 교육 내용, 훈련 방법, 훈련 결과, 조기퇴소 여부 등을 예비군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예비군의 위치를 파악해서 신속하게 응급구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교장에 마련된 디지털 정보 표시기(DID) 내 근거리 무선통신 리더(NFC Reader)에 웨어러블을 갖다 대면 훈련을 예약하거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군은 지난 2017년 금곡 예비군 훈련장 웨어러블 장비에만 수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에 따르면 웨어러블에는 대기압‧고도 측정‧착용 감지‧6축 자이로‧가속도‧기온‧접촉식 체온 측정 센서 등이 탑재돼 있다. 방진‧방수는 IP68(완전한 방진구조‧침수 1m 이상 보호)등급이다. 블루투스 통신과 NFC, 급속충전 모드도 지원한다. 스트랩은 교체형이다. 기자가 만져보니 우레탄 재질처럼 느껴졌다.

웨어러블 장비 기능들.
웨어러블 장비 기능들.

기능을 살펴봤다. 웨어러블 왼쪽 상단에는 NAME 버튼, 왼쪽 중간부에는 MODE 버튼, 왼쪽 하단에는 TIME 버튼, 오른쪽 중간부에는 SOS 버튼이 있다. 기본화면에서는 시간, 날짜, 요일, 알람,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세 개 버튼을 각각 누르면 사용자 정보, 시스템 정보, 스톱워치, 알람, 피부온도‧맥박 측정, 이동거리, 오전‧오후‧야간 평균 정보(맥박‧온도‧칼로리 소모), 대기압, 통제실 메시지 등이 화면에 표시된다.

예비군이 직접 작동할 수 있는 기능은 알람, 스톱워치, 피부온도‧맥박 측정 뿐이다. 이중 피부온도‧맥박 측정은 직접 작동할 필요가 없다. 자동으로 측정하기 때문이다. 피부온도는 대략 9초, 맥박은 27초가량의 시간이 흘러야 측정 수치가 화면에 나타난다.

특히 SOS 버튼에 눈길이 갔다. 빨간색 버튼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눌러보진 않았으나 SOS 버튼을 장시간 누르고 있으면 통제소에 구조신호가 발송되고, 예비군의 위치를 파악해 응급구조 인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일기 예보에서는 오후에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오전부터 비바람이 시작됐다. 강하진 않았으나 거센 비바람이 임박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국방부는 웨어러블 장비에 대해 ‘교장에 마련된 디지털 정보 표시기(DID) 내 근거리 무선통신 리더(NFC Reader)에 웨어러블을 갖다 대면 훈련을 예약하거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자는 훈련과정에서 디지털 정보 표시기에 웨어러블을 갖다 댈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는 군 관계자들이 각 교장에서 장비(DID)에 탑재된 훈련 관련 동영상만 켜 놓은 채 예약기능을 활용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교장에 도착하니 현장 대기순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웨어러블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 셈이다.

뜬금없는 메시지.
상황실 메시지.

비가 내렸지만 야외 훈련을 계속하던 중 군 관계자의 무전기 너머에서 “실내훈련으로 변경한다. 강당으로 집합”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외 훈련 도중 실내로 집결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맥이 풀린 상태로 강당으로 향하는 도중 손목에 진동이 느껴졌다. 메시지가 왔다. 훈련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야지교전 합격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가 화면에 표시됐다.

웨어러블 정면 우측 SOS 버튼(왼쪽부터), 좌측 버튼 NAME·MODE·TIME 버튼, 뒷면
웨어러블 정면 우측 SOS 버튼(왼쪽부터), 좌측 버튼 NAME·MODE·TIME 버튼, 뒷면

과연 예비군들은 웨어러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예비군 5년차 A(29)씨는 “처음엔 너무 신기했는데 이제는 지샥(G-SHOCK) 손목시계랑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거추장스럽다”면서 “이런걸 보급 하려고 수억에서 수십억 원을 투입했다면 세금 낭비”라고 말했다.

예비군 6년차 B(31)씨는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왔더니 스마트 워치 같은데 스마트 워치 같지도 않은 손목시계를 훈련 간에 착용하라고 줬다. 외형은 민간에서 판매 중인 시계들을 베끼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딱 봐도 예산 부족처럼 느껴진다”면서 “제대로 사용한 것은 식당과 퇴소 절차 뿐이었다. 걸음수는 실제와 다르고 화면도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더라. 국민의 세금으로 보급한 것 치고는 참으로 부실하다. 중간에서 누가 꿀꺽(?)한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급 호출 기능은 괜찮은 것 같다. 우리군은 민간 스마트 워치를 베끼려 할 게 아니라 외국군의 웨어러블 사례를 종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외국 웨어러블에는 개인이 확인할 수 있는 위치 표시와 나침반, 간단 보고체계까지 탑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심지어는 벽 투시기까지 달려있다고 하는데 현재 상태로 예비군을 넘어 전군 장병에게 보급되면 심각한 예산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도 이날 예비군 훈련을 받으면서 웨어러블을 직접적으로 사용했던 것은 피부온도‧맥박 측정, 식당에서의 식사 여부 확인, 퇴소 과정에서 훈련 종료 확인이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비군들 사이에서 웨어러블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편 국방부는 금곡 예비군 훈련장을 시작으로 예비군에게 웨어러블을 포함한 스마트 체계를 적용한 후 검토과정을 거쳐 오는 2024년까지 전군으로 확대할지 결정한다.

‘더욱 옥죄어진 감시와 통제’, ‘정작 예비군에게는 편리함이 없는 장비’ 등의 비난을 씻기 위해서는 장비 개선과 훈련 시스템 정립이 시급해 보인다. 현역 장병들에게도 보급될 수 있는 만큼 해외 사례 등 여러 기술들을 참고해 선진화된 장비로 개선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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