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신임원내대표로 이인영 의원이 당선됐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무난하게 승리했다. 당초 이해찬 당 대표와 친분이 깊고 친문 주류를 대표하는 김태년 의원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오히려 1차 경선에서 3위를 한 노웅래 의원에게도 밀려 결선도 못갈 뻔했다. 

이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은 개인적으로나 전대협 세대로 불리는 86운동권 세력에게 적잖은 책임감을 부여하고 있다. 우선 필자는 이 원내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주장한 통합과 혁신 그리고 변화를 위해선 본인 스스로 백의종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의원은 3선으로 구로을 지역에서 그동안 제대로 된 경선도 없이 당선됐다. 3선 중진에 전대협 맏형으로 당 대표 선거에 두 차례 나섰지만 초라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지역에선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고 본인도 지난 20대 총선에서 3선까지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원내대표를 백의종군 자리로 삼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길 기대한다. 그래야 통합과 총선승리 주장이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다. 아울러 공정한 공천 약속도 이뤄질 수 있다. 


두 번째는 공안 대 운동권으로 비춰지는 황교안 당 대표와 맞상대를 자제하길 바란다. 황 대표에 대한 독설은 이해찬 당 대표에게 잠시 맡겨두는 것이 낫다. 출마 배경이 황 대표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원내대표가 된 이상 파트너는 황 대표가 아닌  나경원 원내대표다. 현재 정국은 경색됐다. 선거법.개혁입법안을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에 태우면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외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은 추경예산안부터 민생법안, 개혁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 동물국회, 동물농장이라는 비아냥을 더 이상 받으면 안된다. 다시 강경 투쟁은 역풍이 불 공산이 높다. 이제는 능수능란한 투쟁을 잠시 접고 제1야당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성과내는 이인영 원내대표’가 되길 바란다. ‘역시 투쟁은 잘하는 운동권 원내대표’라는 비난을 받지 않길 바란다. 

세 번째는 그동안 86운동권들이 정치권에 들어와 ‘양지만 쫓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운동권 동지라는 명목으로 그들만의 리그만 펼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이젠 동지적 관계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로 망을 넓혀야 한다. 그러려면 후배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당선되자 ‘내년 총선에 허인회도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조롱섞인 말도 나온다. 80년대 학생 운동을 이끌었고 2000년대 정치권에 화려하게 등장한 게 86운동권이다. 이젠 사회 곳곳에서 열심히 자기 개발을 하고 전문성을 갖고 있는 후배를 발굴해야 할 때다. 원하든 원치않든 정치권에서 꽃길을 걸은 86 운동권이 해야할 과제다. 

물론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권력도 맛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운동권, 시민단체, 노동계 인사들이 당정청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공기관 등 요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직이 탄탄하면 활용하고 싶고 그러다보면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 그래야 이인영 원내대표가 80년대에 이어 제2의 정치인생을 누릴 기회가 찾아온다. 원내대표 자리를 정치적 도약의 자리로 삼지 말고 헌신하는 자리로 삼길 기대해 보다. <부국장 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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