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의 급사로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자 이이첨·정인홍 등이 이끄는 대북(大北)파가 정권을 잡았다. ‘정여립 반란사건’ 처리 과정에서 맺힌 원한이 컸던 북인은 집권하자마자 ‘폐쇄적, 보복적, 일당 독재적’으로 흘렀다. 정권을 잡자 내부 권력투쟁으로 분열과 숙청은 다반사가 되었고, 이런 요인들이 켜켜이 쌓여 결국 정권 몰락의 빌미가 됐다.

대북파는 영창대군을 지지했던 소북(小北)파를 축출한 후, 인목대비 폐비 과정에서 다시 대북(찬성)-중북(반대)으로 나뉘며 세력이 약화됐다. 인조반정 때 서인이 불과 500명의 군사만 동원하고도 쿠데타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러나 1623년 인조반정으로 광해군과 대북파는 가차 없이 숙청당하고 적폐세력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권의 ‘친문(親文)’과 광해군 정권의 ‘대북파’가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5월 10일로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가 시작됐다. 2년 전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겠다는 국정운영 방향을 밝혔다.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을 강화하고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고 전국의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며 일자리를 챙기고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취임사에서 한 문 대통령의 약속은 정반대로 되고 말았다. 마치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 된 꼴이다. 취임 후 첫 일성으로 일자리 현황판을 청와대 집무실에 설치하고 독려에 나섰지만 54조원을 쏟아붓고도 일자리 창출은 실패했으며, 청년실업은 25.1%로 늘어났다.

국민통합을 위해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여야협치는 실종되고 제1야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면서 의회정치는 조종을 울렸다.

문재인 정부는 ‘권력재편’, ‘적폐청산’, ‘주류세력교체’를 정권의 주목표로 삼았다. 중앙권력과 지방권력 그리고 사법부와 언론까지 장악함으로써 이른바 촛불독재는 완료했지만, 견제와 균형의 원칙, 삼권분립의 원칙 등 자유민주주의 위기를 불러왔다. 인사는 호남편중과 코드인사에다 국회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만 11명이나 되는 참사가 되었다.

적폐청산 작업은 정치보복으로 일관하여 분열과 대립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주류세력교체를 위해 역사전쟁을 감행했지만, 5년짜리 3류 좌파이념으로 건국 70년의 국가정체성을 허물 수는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언한대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는 시도, 친북정책과 외교의 고립화, 관제 민족주의 광풍,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한 생산·투자·분배, 마이너스성장, 기업해외탈출, 고용감소·실업자 증대를 야기한 소득주도성장, 기업을 좌초시킨 ‘3대 암초’인 최저임금·주52시간 근무·통상임금, 탈원전 강행, 미세먼지 대란, 22조원을 들여서 만든 4대강보 해체 등 무엇 하나 발전 지향적인 것이 없다.

무엇보다 가짜 평화분위기 조성으로 상무정신이 약화됐으며, 군사훈련 중단으로 군사력이 크게 약화됐다. 그동안 국방안보의 기본정책이었던 ‘자강·동맹·균세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북의 미사일 발사를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정부’가 되고 있다. 평화는 군사력이 뒷받침 될 때 지킬 수 있다는 진리를 국민이 망각하게 될까 두렵다.

또한 복지정책은 오직 선거를 위한 현금성 선심정책으로 포퓰리즘화 하고 있다. ‘봉급 사회’에서 ‘배급 사회’로 가게 되면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가 되고 만다. 현 종북좌파정부는 중남미 부도국가의 공통점인 ‘과잉복지·공무원증원·통계조작’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경제 난독증’에 빠진 정부는 최악의 경제 참사에도 자화자찬하고 있다. 경제침체 극복 없인 성공 없다. 이 나라를 떠받쳐 온 상징 가치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대한민국은 허울만 남고 있다.

인조반정이 성공하고 반정에 기여한 공신들만 줄줄이 등용되자 백성들이 ‘폐모살제(廢母殺弟)한 광해군 정권하고 다를 게 뭐냐’고 푸념하는 기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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