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의원 [뉴시스]
이인영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범친문이자 비주류 출신인 이인영 의원이 당선되면서 당내 권력구도에 변화가 감지된다. 당초 친문 주류이자 이해찬 대표가 밀고 있는 김태년 의원이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커다란 격차로 이 의원이 승리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친문 주류와 친문 비주류 간 맞대결에서 비주류 진영이 승리해 신주류로 부상했다는 평이다. 아울러 이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친문이 본격 분화의 서막이 올랐다는 시각이다. 

- ‘친문·신주류’ 전대협 이인영 ‘친노·주류’이해찬 사단 압도
- 당·청 명실상부한 ‘운동권 제2전성시대’ 총선까지 장악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이인영 의원이 당선됐다. 이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운명을 가를 내년 총선과 민생·개혁 입법을 처리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떠안게 됐다. 그동안 친문 주류가 당을 장악해 왔지만 이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당내 역학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당초 이해찬 당대표 등 친문 핵심 주류가 미는 김태년 의원의 당선이 유력했지만 이 원내대표가 예상밖 선전을 하면서 비주류의 반란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민주당 의원 128명  중 125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1차 경선에서 친문 주류 후보인 김태년 의원은 37표에 그친 반면 친문 비주류인 이 원내대표는 54표, 비주류인 노웅래 의원은 34표를 얻었다. 세 후보 모두 과반이 넘지 않아 1, 2위  간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3표’차로 체면 구긴 친문  주류 김태년 2차 ‘완패’

2차 결선 투표에서 의원들의 선택은 분명했다. 노 의원의 34표 중 이 원내대표가 22표를, 반면 김 의원은 12표만 가져가 76대 49로 적잖은 표차로 이 의원이 승리했다. 이 의원은 3명의 후보 중 가장 뒤늦게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다. 최고위원직을 제외한 이렇다할 고위 당직을 맡은 바 없다.

또한 고 김근태 계열(GT)로 친노·친문 주류 세력과도 거리가 먼 인사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 86운동권 맏형 격이지만 김태년 의원 역시 전대협 1기 동기로 별 다른 차별성을 두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가 큰 격차로 친문 주류 후보였던 김 의원을 이긴 배경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질 친문 주류와 친문 비주류 간 공천 경쟁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여권 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내년 총선에서 변하지 않을 상수 두 가지는 ‘정권 심판론’과 ‘세대교체’다.

통상 정권 임기 중간에 치르지는 전국단위 선거는 심판 성격이 강해 여당의 참패 내지 패배로 끝이 났다. 세대교체는 새로운 얼굴을 내세워 승부수를 띄운다는 점에서 총선 때마나 나온 단골메뉴다.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 신세다. 총선이 열리는 내년은 문 대통령 집권 4년 차이자 취임 3년이 되는 해다.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는 반드시 과반의석을 가져가야 하반기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고 재집권의 토대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려면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 현재 청와대 출신과 전직 장차관 그리고 공기업 출신까지 40여 명의 정치 신인이 대기하고 있다. 관건은 공천이다. 여당은 정치 신인에게 최소 10~20%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반면 현역 의원은 의정활동 평가 등에서 감점을 받을 수도 있어 내년 공천에서 물갈이 대상이 되거나 경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그런데 친문 주류인 이해찬 당대표와 더불어 ‘이해찬 사단’으로 불리는 친문 주류 김태년 의원이 원내시령탑에 올라 공천을 좌지우지한다면 문재인 정권에서 복무한 정치 신인들이 대거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현역의원들 사이에 돌았다.

더욱이 이 대표는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으로 현역 의원들에 대한 대폭 물갈이를 해도 크게 반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고 3철 중 한 명인 양정철 전 비서관이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부원장은 민정비서관을 지냈으며 친문강경파로 분류되는 백원우 전 의원이다.

결국 친문 비주류인 이 원내대표가 의원들 사이에 친문 견제 장치로 작동한 게 큰 격차로 당선된 직적접인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주류 노웅래 의원이 1차에서 얻은 34표 중 3분 2가 친문 비주류인 이 의원에게 간 배경이 됐다. 현재 민주당은 ‘비문은 없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128명 모두 친문이다. 하지만 친문 주류와 친문 비주류가 존재하는 것까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줬다.

전해철·홍영표부터 정세균계, 송영길 비주류까지 지원

여당 내에서는 이 의원이 당선되는 데 일조한 그룹으로 GT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와 진보·개혁 성향 의원들의 정책 그룹인 더좋은 미래, 그리고 친문 초재선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 상당수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스스로를 ‘범문’이라고 밝혔듯이 친문 핵심 주류를 제외한 범친문과 비주류가 손을 잡은 격이다. 또한 정세균 전 의장, 홍영표 원내대표, 김진표, 송영길, 전해철, 우상호, 강훈식 의원 등 친문, 정세균계, 비주류, 86운동권, 손학규계까지 다양한 정파소속 의원들이 이 의원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눈에 띄는 인사들이 홍영표, 김진표, 전해철 등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중진급 의원들이 이 의원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친문 분화가 본격화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당대표 선거에서 친문 분화 조짐은 나타났다. 친노·친문 중진들이 친노·친문 좌장인 이해찬 대표를 지지했다. 반면 친문 후보를 자처한 김진표 의원은 전해철 의원이 속해 있는 ‘부엉이 모임’ 다수의 회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냈다.

앞서 언급했듯이 청와대 발 ‘공천 물갈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친문 비주류 특히 3선 이상 중진들이 이 원내대표에게 몰표를 준 셈이다. 결국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내년 공천경쟁을 둘러싼 친문 주류와 친문 신주류, 신친문과 구친문, 현역과 정치 신인 간 전초전 성격이 짙었다.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친문이 분화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당내 권력의 중심이 친문·친노 핵심에서 친문 신주류 연합진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출입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어려운 시기에 원내대표를 맡아서 부담되고 선배들 의견을 구하면서 하나하나 경청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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