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 선출돼도 가시적인 변화 없어... 실무자 교체돼야”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정확하게 2년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아직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을까. 일요서울이 20대 남녀 4명을 만나 지난 2년의 문 정부 평가와 남은 임기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왼쪽 앞쪽부터 최미림(23여, 대학생), 고경연(23여, 대학생) 이도영 (일요서울 기자), 노재윤(28남, 취업준비생), 한종욱(26남, 대학생)
왼쪽 앞쪽부터 최미림(23여, 대학생), 고경연(23여, 대학생) 이도영 (일요서울 기자), 노재윤(28남, 취업준비생), 한종욱(26남, 대학생)

-“최저임금 획기적으로 올라…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중요”

-“20대 지지 받으려면 일자리 정책 새롭고 구체적인 것 내야”

문 정부 출범 당시 ‘광화문 청와대’, ‘청와대 국민청원’ 등 정부가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젊은층에게 ‘소통’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줬다. 임기 초반 국정 지지율이 80%를 넘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등 경제정책의 역풍을 맞으며 국정 지지율이 40%대로 하락했다. 이제 문 정부 출범 2주년이다. 일요서울이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소재 한 카페에서 20대 청년 4명과 좌담회를 열어 문 정부의 지난 2년을 돌아보고 청년들이 바라는 점 등을 들었다. 좌담회에 참여한 20대 청년으로는 노재윤(28남, 취업준비생), 한종욱(26남, 대학생), 고경연(23여, 대학생), 최미림(23여, 대학생)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당시 어떤 변화를 기대했나.

한종욱: 문 정부 출범 당시 다들 기대했던 것처럼 공정하고 잘사는 사회를 원했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도 잘못이 있다면 처벌하고 취업 기회도 똑같이 주어지길 바랐다. 물론 5년 임기 안에 많이 바뀌지 않겠지만 그 당시에는 공정한 사회를 기대했다.

노재윤: 문 정부가 출범할 당시 주요 공약은 집값 잡기와 일자리 창출로 기억한다. 서울 집값이 내려가고 일자리 기회가 많아져 실업률은 내려가고 취업률은 올라가길 기대했다.

최미림: 특별한 변화를 기대했다기보다는 정권에 변화가 있어서 좋았다. 대선 당시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국민들과 가까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청와대 공개 등 서민들과 가까이 하며 변화를 보여주는 대통령을 기대했다.

고경연: 사실 기대를 많이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언행으로 봐서 소통이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고나 재난이 발생해도 정부가 바로 나설 것을 기대했다. 내가 대학생이다보니 여러 가지 해주는 것보다 정부와의 소통이 개선되는 것이 중요했다.

-지난 2년간 얼마나 변화했고 기대한 바가 달라졌나.

고경연: 문 정부 출범 당시 초반 지지율이 높고 호평을 받았지만 현재는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리는 등 공약을 시행하고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잡음이 많이 발생한 게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소통도 딱히 체감할 수 있는 정도로 달라지지 않았다.

노재윤: 잘 모르겠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 어떤 정책을 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체감하기에는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최미림: 국민청원 등을 시도했는데 좋지 않은 면도 있겠지만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정치가 된 것 같아서 이전보다 대통령이 우리 삶에 좀 더 다가온 거 같다.

한종욱: 사실 냉정하게 봤을 때 대통령이 바뀐다고 나라가 바뀔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재벌 등 기존의 기득권층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정치권력만 바뀌었다. 그래서 5년 동안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뀌지 않은 그들이 결국 실무자인데 실무자가 변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더라도 가시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광화문 청와대 시대 등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한 발 뺄 줄 아는 것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노재윤: 우리나라 최대 숙제는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떤 정부에서든 노력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문 정부가 북한에 너무 퍼주는 거 같다. 다른 방법으로 통일에 가깝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통일을 목표로 가야 하지만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퍼주기는 정답이 아니다.

최미림: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하는 것조차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북미회담에서 좋은 결과를 내진 못했지만 대화를 계속 시도한다는 것은 호평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에 대한민국이 있고 대화의 중재자가 문 대통령이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고경연: 얼마 전 미사일 발사는 대한민국 정부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잘못이다. 북한은 앞으로는 말을 듣는 척하다가 뒤로는 미사일을 쏜다. 그것이 세대마다 반복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여러 회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이끌어냈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난 모습을 보는 거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었다. 미사일 발사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북미 간 마음을 열 수 있게 해준 문 대통령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중재자 역할을 잘했다.

한종욱: 오늘날 세계의 힘은 경제에 있다. 북한이 미국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우리나라를 찾은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원해서 중재자 역할을 한 게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독재자지만 한 나라의 수장이고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은 중국식 사회경제를 유지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대량의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과 미국 자본이 북한으로 들어간다면 자신의 정권이 붕괴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문 대통령을 통해서 의견을 전달하는 데 이용을 당하면서 우리는 완전한 경제 개방을 취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청년 일자리 등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종욱: 최저임금은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물가를 잡아야 하는데 물가도 같이 올라가니 결국은 최저임금 인상이 소용없다.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서 전체 내수가 늘어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청년 일자리는 제일 어려운 과제다. 기업이 열어줘야 한다. 기업들이 문을 열지 않고 정부에서 만드는 일자리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창업을 많이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법만 아니면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라고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 일환으로 아세안 연합과 거래를 늘리기 위해 해외 순방을 다니고 있다. 그런 식으로 교역량을 조절하면서 독립성·자주성을 유지하겠다 하는데 영리하다고 생각한다.

최미림: 최저임금은 올라야 하지만 상승폭이 획기적이었다. 받는 입장에서도 너무 많이 오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업체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을 시키지 않는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잘못됐다, 정부가 성급한 판단을 하지 말고 물가라든지 아르바이트 근로법이라든지 방법을 조금 더 다양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경연: 나도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인건비가 오르니 점주들이 두 명을 써야 할 일에 한 명을 쓴다. 일하는 사람이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임기에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고경연: 20대의 지지를 받으려면 일자리 정책은 새롭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다른 복지보다도 우리가 당장 급한 것은 ‘일자리’다. 20대에 취업을 하지 못한다면 사회생활을 시작조차 못한다.

한종욱: 첫째는 성과를 내야 한다. 노력은 알게 모르게 많이 한 거 같다. 좀더 20대들에게 와 닿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길 바란다. 둘째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항상 욕을 먹는다. A로 가면 B에게 욕을 먹고 B로 가면 A에게 욕을 먹는다. 아니다 싶은 것은 쳐내고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할 땐 사과 하는 모습을 보이며 논란이 있는 사안에는 정부가 먼저 나서서 강경하게 해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절차를 따지는 것보다는 밀고 나가야 한다.

정책을 만들 때 국가 전체적으로 실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계적인 게 필요하다. 임기가 짧다는 문제가 있겠지만 정책을 실행하지 못하더라도 토론만으로 가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권이 달라져도 충분한 토론을 거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 다음 정부도 무시할 수 없을 거다. 정치권력이 교체돼도 국민 생활은 계속된다.

노재윤: 정부가 정책을 펼치는 데 흔들리는 것 보단 확실히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정말 아닌 건 귀담아 들어야겠지만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관철하는 모습을 보이길 원한다.

최미림: 2주년이라고 하지만 이거밖에 안 됐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 정부가 못해서 빨리 끝나길 바란다기보다는 그 사이에 문 대통령이 잘 됐던 안 됐던 시도한 정책들도 많아 남은 기간들이 기대가 된다. 앞으로는 결혼 정책과 아동 지원금 부분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지표를 보여준다. 결혼과 아동복지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보는 것이다. 고용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그런 것들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