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사나이’가 만들어가는 ‘성평등’ 서울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의 삶을 바꾸는 서울’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생활 밀접한 곳에서부터의 변화를 시도해 왔다. 이번에는 그가 여성 분야에 방점을 찍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성평등 철학은 지난 2012년부터 시정에 반영돼 왔다. 다만 이전 정책이 여성 1인 가구 등 보안에 취약한 이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임기에는 정책 입안 때부터 성평등 요소가 적용되고, 사회 저변에 이 같은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박 시장이 그리는 ‘성평등 도시 서울’의 청사진에 관해 서면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여성의 감수성이 강점이자 경쟁력이 되는 도시로 만들겠다” 
“세상의 절반 여성…문제 해결, 더 나은 사회 위한 필수 과제”[리드]



박원순 서울시장은 3번째 당선에 성공하면서 명실공히 ‘서울의 사나이’가 됐다. 2011년에 서울시장으로 첫 당선이 됐으니 올해 9년 차다. ‘내리’ 세 번 당선된 비결은 무엇일까.

박 시장은 “서울시는 협치와 혁신이라는 강력한 동력 위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며 최초의 역사를 계속 쓸 수 있었다. 이 과정과 결과에 보내준 시민의 지지와 응원이 나를 역대 최초의 3선 서울시장으로 만든 것이다”라고 공로를 서울시민에게 돌렸다.

계속해서 “‘대한민국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라는 시민의 선택에 담긴 엄중한 책임감을 변화와 혁신의 에너지로 만들 것”이라며 “‘시민의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 되겠다고 했던 시민과의 첫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 나가겠다. 시민들에게 약속한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을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성, ‘개발 대상’
아닌 ‘능동적 주체’”


이번 임기에서 박 시장이 골몰하는 주제는 ‘성평등’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여성 관련 이슈가 주목받으면서 성평등은 새로운 과제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법원이 성폭력 사건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거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등 사회 각계에서 성평등을 주요 안건으로 바라보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박 시장 역시 성평등을 “우리가 ‘평등’이라는 가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성평등 또한 우리 모두가 함께 지향해야 할 당연한 가치이자 반드시 실현돼야 할 인권”이라고 정의하면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가치관은 서울시 정책에도 오롯이 반영된다. 서울시는 ‘여성 안심귀가서비스’와 ‘여성 안심 홈 5종세트’ 등의 제도 마련과 더불어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을 선언하는 등 지자체 가운데 성평등 실현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이유를 묻자 박 시장은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다. 우리 사회의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단 여성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내 아이와 내 가족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과제이자 책임”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과거보다 여성 인권이 신장되고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지만 아직까지 사회 곳곳에 그들 스스로 느끼는 유리천장, 육아의 한계, 경력단절의 벽, 안전에 대한 불신들이 존재하는 실정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계속해서 “유리천장 없는 도시, 젠더 감수성으로 디자인된 도시, 여성의 감수성이 강점이자 경쟁력이 되는 도시, 결혼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는 책임 보육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지향을 차근차근 실천에 옮겨온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정책 발표를 넘어 사회 전반에 성평등 문화가 스며들게끔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7일 ‘성평등 추진계획’을 발표할 당시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의 명칭이 “여성을 개발, 발전시키는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이것을 ‘서울시 여성일누리(가칭)’라는 하나의 통합브랜드로 변경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박 시장은 “명칭이 갖는 사회적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이름 하나가 사람들의 인식을 결정하고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여성일자리 시설에 관례적으로 붙여 온 개발, 발전이라는 표현 역시 여성을 ‘능동적 주체’가 아닌 ‘개발 대상’으로 간주하게 한 역효과를 낳았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처럼 여성을 대상화하는 표현은 명칭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후 여성 일자리 기관의 근본적인 체질 전환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그에 맞는 명칭을 고민하게 됐다”며 “이번에 통합 브랜드로 개편한 것은 이전보다 세심한 젠더 감수성을 적용하고 다변화·다각화된 여성일자리 기관의 역할을 담아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도입 앞둔
‘성평등 임금공시제’


그동안 서울시는 안심귀가스카우트, 불법촬영 점검, 안심이 시스템 구축 등 여성의 사회 안전망 구축에 주력하는 정책을 마련해 왔다. 서울시는 여기서 나아가 노동 시장에서 성평등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그 첫 발은 ‘성평등 임금공시제’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란 서울시 23개 투자·출연기관에 성별, 고용형태별 임금 정보를 의무화하는 시스템으로, 오는 10월 도입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는 최초 시도다.

박 시장은 “국내엔 낯선 제도지만 이미 스위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선 널리 시행되고 있다. 단순히 성별과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이 어느 정도 차이 나니 이를 올려라’는 것이 아니고, 고용의 전 과정에서 성별 격차를 고착화하는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한 시도”라며 “채용부터 배치, 승진 등 모든 과정에서 규정·제도·관습상의 문제가 발견되면 개선책을 만들어 성별 임금격차를 줄여갈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여성·노동학계, 시민단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사대표 등 20명으로 구성된 ‘성별임금격차개선 TF팀’을 만들었다. 박 시장은 TF팀에 관해 “성별이 임금격차의 이유가 되지 않는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만들어 가기 위한 자문기구”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성별임금격차 개선을 위한 심의·의결·조정 및 실행 ▲서울시 성별임금격차개선 기본계획 수립 ▲성별임금격차 실태조사, 인식개선 및 개선방안 ▲서울시 및 산하기관 평가지표 등 성평등 임금공시제의 전반 방향에 관한 합의를 모색 중이다.

고용과 임금 문제는 생계와 직결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 노동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쉽사리 풀기 어렵다. 여성은 고용 시장에서 ‘유리 천장’이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남성은 ‘역차별’이라며 이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남녀갈등이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박 시장은 “성별에 따른 임금 문제는 단순히 누가 옳다, 그르다를 따지고 감정적인 대립을 하기 이전에 합리적인 해법을 함께 찾아가야 할 문제”라고 응수했다.

다만 “지난 3월 8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9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 사회에 유리천장이 여전히 엄존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갈등을 넘어 화합으로 가기 위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시가 ‘성평등 임금공시제’ 등 다양한 시도로 합리적 지표를 제시하는 것도 임금 문제에 있어 남성, 여성이라는 구분이 필요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디딤돌을 놓는 과정이다”라며 “남성, 여성이 아닌 동등한 인간이자 동료로서 함께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 마련되도록 서울시부터 근본적 노력을 시도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건강한 합의점을 찾아가겠다”고 발언했다.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고용 성평등을 우선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박 시장에 의하면 현재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여성공무원(자치구 포함)은 총 2만781명으로 전체 공무원 가운데 4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서도 관리자급인 5급 이상 여성 공무원의 비율은 23.8%(총 3538명 중 843명, 올해 기준)으로, 17개 시·도의 평균 비율은 15%를 웃도는 수치를 나타낸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의 5급 이상 여성관리자 비율은 2011년 15.8%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3.8%로 상승했고, 시 위원회 여성 비율은 2011년 33.4%에서 지난해 41.3%로 올랐다.

이에 관해 박 시장은 “서울시는 우리 사회의 견고한 유리천장을 깨려면 전국 지자체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서울시부터 선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성 관리자를 전향적으로 양성해 왔다”며 “앞으로도 5급 승진 선발 시 동일 조건일 경우 여성을 우선 고려하고, 주요 핵심 부서에 여성 공무원을 전진 배치하는 등 능력 있는 여성 공무원들이 차별 없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시는 2012년 2월 전국 최초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2017년에는 젠더자문관 직제를 새로 설립하는 등 정책에도 성평등 요소를 반영하도록 했다.

젠더자문관은 복지·안전·일자리 정책이 성평등한지, 정책 안에 성적 약자를 차별하는 요소가 있는지 등을 먼저 살피는 업무를 담당한다.

설립 당시 기존 6개 부서(복지정책실, 시민건강국, 안전총괄실, 소방재난본부, 노동민생정책관, 경제정책실)가 대상이었으나, 지난 3월 문화본부, 청년청, 도시공간개선단, 주택건축본부, 서울혁신기획관 등이 더해져 총 11개 부서에서 시행된다.

한편 서울시의 주요 여성 정책인 ‘안심귀가스카우트’와 ‘안심이’ 등은 이용자가 많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안심귀가스카우트 서비스는 올해 1,2월에만 약 8만 건에 육박했다. 또 안심이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25개 자치구로 범위를 확대해 사업 실시 5개월 만에 다운로드 횟수만 3만 건을 기록했고, 현재 1만3820명이 회원 가입돼 있다”면서 “실효성 없는 제도를 시민들이 계속 이용하겠느냐”고 논란을 일축했다. 

서울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안심귀가스카우트 이용자는 2013년 3만 건에 그쳤으나 지난해 34만 건으로 증가했다. 약 11배가 늘어난 것이다.

박 시장은 “특히 안심귀가스카우트의 경우 25개 자치구에서 452명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에서 뼈가 굵은, 그야말로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들”이라며 “술에 취해 여성에게 음란행위를 하는 남성을 신고해 피해를 막는 등 여성 범죄를 예방하고 있다”면서 “또 지난해 매일 밤만 되면 현금인출기에 나타나는 남성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안심귀가스카우트가 경찰에 신원조회를 요청, 지명수배자인 것을 확인해 현장에서 검거한 일도 있다. 이처럼 이들은 지역 안전 지킴이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공공장소 불법 촬영 예방에도 주력하고 있다. 서울시의 불법촬영 점검 대상은 2013년 2만6000개소였으나, 지난해 이보다 6배 가량 확대된 15만 개소로 범위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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