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000만 명 식량부족 vs 식량 공작 방법 재탕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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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북한 식량 지원 문제가 화두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생방송된 KBS 대담에서 여야 대표들의 회동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식량 등의 지원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통한 압박을 진행 중인데 자칫 북한의 숨통을 터줄 수 있다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곡물 수확 상태가 최저치로 알려지면서 인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북한 식량 지원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본다.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미 대화 위한 새로운 카드

통합·전진 모임 “북한 미사일 발사에 식량지원 화답 ‘성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지지했다고 전했다.

이날 두 정상은 최근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체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90만t이다. 현재 북한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1000만여 명 가량이 식량 부족 상태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59만t을 수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WFP와 FAO는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2일까지 방북 조사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식량 지원 카드는 차선책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안

 

정부가 북한에 대해 식량 등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남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미북 간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대화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남북관계도 다를 바 없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전술유도무기와 장사정포를 동원해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위는 대화 촉구 메시지라고 보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결국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들고 나왔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견을 구했고 지지 의사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4·11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식량 지원 얘기를 꺼낸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 방안의 일환으로 금강산 및 개성공단 재개 등이 거론되자 선을 그으며 언급한 것이 인도적 차원에서의 식량 지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때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부분적으로 허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우리는 몇몇의 인도적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나는 솔직히 한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식량 지원 카드를 꺼낸 것은 차선책이다. 당초 문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을 추진하려 했으나 미국이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명분이 있는 대북 식량 지원 카드로 북한을 설득해 대화 테이블로 끌고 나오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같은 계획은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태영호 전 공사

“김정은, 치밀하게 계산”

 

지난 9일 자유한국당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정부의 북한 식량 지원 의지에 대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식량지원으로 화답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 13명으로 구성된 통합·전진 모임 좌장인 박대출 의원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이같은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할아버지 수염을 당기는 손자에게 상을 주는 식으로는 북핵 포기를 이끌기 어렵다는 인식이 절실하다”며 “인도적 식량지원을 하겠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적절한 시기와 방식 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량지원에 대한 한미 발표가 상이해 혼란을 주고 있다”며 “한미 간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도 지난 8일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칼럼에서 북한이 최근 단거리 무기들을 쏘아올렸음에도 불구 한미 당국이 긴급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한다고 한다며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김정은이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 매우 치밀하게 계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상황은 1990년대 후반기 북한에서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시기 김정일이 ‘선군정치’로 식량 지원이라는 ‘전리품’을 끌어들이던 특유의 식량 공작 방법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또 태 전 공사는 과거 “국제 공동체의 식량 지원이 도착할 때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장군님의 선군정치가 가져온 전리품’이라고 선전했다”며 “이번에도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적절한 수준의 도발로 ‘식량을 제공하면 평화를 준다’는 식의 식량 공작 방법을 다시 쓰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제안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일 여야 지도부 회동을 공식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생방송 KBS 대담에서 “패스트트랙 같이 당장 풀기 어려운 문제를 주제로 하기 곤란하다면 이번 식량 지원 문제, 남북 문제 등에 국한해서 회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가 식량 지원을 하게 되면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해야 된다”며 “나중에 사후에 국회에 보고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패스트트랙 문제 때문에 여야 간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데 그 문제는 별도로 해결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여야가 함께 모여서 협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제에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동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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