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 현실과 달리 너무 낙관적으로 인식해 걱정된다.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되풀이 했다. 그는 ”북한은 오로지 (지신들에 대한) 적대 정책의 종식, 안전보장, 그것을 말할 뿐“이라며 북의 대남적화 야욕엔 입을 다물었다. 이어 그는 작년 판문점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이 ”1년 내에 비핵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그는 작년 김정은·트럼프 싱가포르 회담이 끝나자 두 정상의 ”합의는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장미 빛으로 덧칠했다. 

저 같은 문 대통령의 북핵에 대한 낙관적인 인식은 우리 국민에게 김정은이 곧 핵을 폐기할 것이란 환상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김은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핵폐기 대신 대북제재와 경제지원이나 얻어내려는 의도만 드러냈을 뿐이었다.

결국 문 대통령이 보증 서다시피 한 김의 북핵 의지는 착각이었음이 지난 2월 말 트럼프·김정은 베트남 하노이 회담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트럼프가 북한 영변 핵시설 외에 북이 숨긴 우라늄 농축시설 등 다른 핵시설 폐기를 요구하자, 김은 이미 쓸모없게 된 영변 핵시설 하나만의 폐기 대가로 북에 대한 모든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1년 내 핵폐기를 장담했던 문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김은 핵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음을 노정시킨 것이었다. 

그로부터 5주일만인 지난 5월4일 김은 280-450km 사거리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들을 발사했다. 북이 이 단거리 미사일에 핵 탄두를 장착해 휴전선 근처에서 발사할 경우 남한 전 지역이 핵폭탄 세례를 받게 된다.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 1년6개월 만의 도발이었다. 김정은의 5.4 도발은 미국과 한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미사일은 물론 핵실험도 할 것이라는 겁박이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이라며 대북 경제지원 묘안부터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는 유엔 제재를 피해가며 남북간의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기초 조사도 밀어붙였으며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모색하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이라던 대목을 뺐다. 문 대통령은 미·북 하노이 회담이 열리자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과 “함께 굴린 작은 눈덩이가 평화의 눈덩이가 되었다.”며 평화가 정착된 것 같은 허상을 띄웠다. 그러나 김은 반대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로 답했다.

지난 1년여 동안 문 대통령의 낙관적인 사태인식은 국민들을 북이 ‘주적’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핵을 포기하고 함께 공영하려는 착한 동족이라는 환상에 빠지게 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대북 경각심은 무저녀갔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감행했는데도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은 북의 도발이 “내부결속용”이라고 둘러댔다. 대통령의 낙관론 코드에 맞추기 위한 핵심 안보기관들의 의도적 축소였다. 문 대통령의 낙관적인 인식 표출은 친북유화책이 결실을 거둔다는 것처럼 포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국가안보엔 독이 된다.

더 나아가 우리 국민은 북한이 “오로지 적대 정책의 종식, 안전보장”만 바랄 뿐이라는 문대통령의 안이한 판단에 젖어들게 되었다. 그의 안이한 대북 판단과 낙관론 속에 국민의 대북 경각심이 해체된다면, 북의 적화책동에 싸워보지도 못한 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평창에서 북한과 “함께 굴린 작은 눈덩이가 평화의 눈덩이”가 된 게 아니라 재앙의 눈덩이가 되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 대북 낙관론을 재고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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