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서 길 잃을 때, CEO에게 답을 묻다

와바 이효복 대표 · 진이찬방 이석현 대표 · 탑위그 위병환 대표 · 솔레미오 신석순 대표

누르하치는 변방민족인 여진족의 수장으로 시작해 마침내 중국을 통일해 청나라를 세운 고전적 영웅이다. 명나라 정벌 이전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한 누르하치의 역량이야말로 현대 CEO 들이 귀감으로 삼을만하다. 군대개편, 소수민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인종편입정책, 정복 후 과감한 유화정책 등은 현대에 들어서 기업들이 앞다퉈 추진하는 구조개편과 화합, 공격적 마케팅 전략과 다르지 않다.


“고객의 필요를 먼저 내다보는 배려”
진이찬방 이석현 대표

불황을 뚫기 위해 창업CEO들의 잠 못 드는 밤이 깊어가고 있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는 요즘 같은 불황에 시대를 분별하고 개척해가는 누르하치의 역량이 절실하다.

각 CEO들은 실전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 후 속속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잡아내고 있다. 표적 고객에 맞는 공격적이면서도 섬세한 마케팅, 탁월한 기술력으로 고객의 필요 충족 등 각 CEO만의 독특한 운영이 불황을 시원하게 뚫어가고 있다.

세계맥주 전문점 와바(www .wabar.co.kr)의 이효복 대표는 어려울수록 마케팅을 세분화하면서 공격적인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맥주 스타일별로 20여가지의 자체브랜드(PB) 맥주를 선보여 전체 맥주 판매에서 PB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을 점차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또 내년부터는 맥주마다 담긴 스토리를 활용해 시즌별 맥주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대표는 “어학연수나 해외유학을 다녀온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다”며 “자신만의 경험이 있고 개성을 표현 할 수 있는 맥주를 찾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어 이런 마케팅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최근 멜라닌 파동 등으로 PB상품 마케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표의 공격적인 전략이 눈에 띄고 있다.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신뢰는 믿음과 약속을 뛰어넘어 책임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는 것. 따라서 신뢰가 밑거름이 된 브랜드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이다.

이 대표는 와바를 런칭한 후에는 공동창업이라는 새로운 창업 패러다임도 제시했다. 와바의창업비용이 적지 않은데다 불경기에 대한 예비창업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총 개설비용의 평균 35% 정도를 본사가 지원한다. 이 새로운 창업형태를 도입해 현재 투자형 공동창업의 수익률은 연평균 25%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대형 매장을 여러 명이 투자해 위험률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최근 투자형 공동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해외로의 진출도 빠르게 시도하고 있다.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에 6개 매장을 오픈했고, 지난 5월에는 홍콩에 인토푸드시스템HK를 설립, 패스트푸드형 한식전문점 ‘도시락’을 런칭하기도 했다. 도시락은 홍콩 시장에서 테스트를 거친 후 동남아 전역으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바 이후의 후속 브랜드도 출시했다. 2004년에는 화로구이전문점 ‘화로연’을, 2007년에는 창작전통유리주가 ‘뚝탁’을 내놨다.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 산업은 기획력 뿐만 아니라 이를 100% 현장에 접목하는 실행력의 완성도에서 판가름 난다”며 “현장에서의 움직임이 관건이고, 움직임의 주체인 사람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반찬가게 전문점 진이찬방(www.jinifood.co.kr)의 이석현 대표는 주부의 사회진출 증가와 싱글족과 실버세대의 증가를 눈여겨봐왔다. 그래서 몇 년 전 경기 영향을 적게 받고 소포장(g)이 가능한 반찬가게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재래시장 등에서 접했던 반찬가게가 아닌, 위생적이고 효율적인 반찬가게로 입소문을 타면서 주부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주방과 매장을 일체형으로 구성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조리과정 등을 공개해, 꼼꼼한 주부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직장을 가진 주부들은 직접 조리하기보다는 안전이 보장된 반찬가게를 통해 바쁜 일과를 꾸려나가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특히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진이찬방은 자극적이지 않는 맛과 색으로 고객의 깔끔한 입맛을 책임지고 있다.

이대표는 “마포점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하루끼니 분량의 반찬을 구입해 가고, 근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도 밥과 반찬을 구입해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존 반찬가게 개념이 확장되고 고객층이 넓어지면서 진이찬방의 1일 매출(26㎡)은 180만원 정도다.

진이찬방은 일반 가정의 찌개류, 밑반찬부터 시작해 명절음식, 도시락, 행사음식까지 공급하고 있다. 가격대도 1,000원대부터 다양하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40여 가지의 메뉴와 가맹점주들이 직접 구상한 즉석 반찬류 등을 포함한 100여 가지의 메뉴들이 고객에게 공급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 밀착적인 메뉴개발에도 주의하고 있다. 본사와 가맹점주들은 지역적 입맛과 특색을 파악해 적절한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신선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전국 가맹점에 주3회 재료를 배송하는 것도 진이찬방의 경쟁력이다.

특별한 기술력이나 자본력 없이도 창업할 수 있어 여성 예비창업자들의 문의가 많다. 실재로 진이찬방 가맹점주들은 모두 여성이다.


“오로지 기술력만이 고객 을 만족시킨다”
탑위그 위병환 대표

가발사업만 20여년을 계속한 한우물 경영인이 있다. 바로 TOPWIG(www.topwig.co.kr)의 위병환 대표다.

TOPWIG는 그동안 ‘환민’이라는 이름으로 가발시장에서 20년간 노하우를 쌓아온 선두기업이다. 위 대표는 창설 이래 지속적인 연구개발투자와 해외생산기지 구축 등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가발의 선진화를 이끌어 왔다.

위 대표는 가발기술의 한계로 알려진 내피가 피부병을 일으키는 등 가발 사용자의 건강을 해치고, 여성 탈모 등 젊은이들의 탈모가 증가하는 상황에 주목해 왔다.

그런 가운데 지속적인 연구개발투자와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기술성과 전문성을 견고히 다져왔다.

세계최초로 내피 없는 가발을 개발해 특허를 얻었다. 이는 획기적인 기술력으로, 내피를 없애고 골조사 방식(String Catcher)을 최초로 실현한 것이다.

현재 세계 84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미용실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오히려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에 위대표는 “가발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지고 치열해질 것이다. 가발기술의 지속적인 진화를 통해 탈모 1000만 시대의 리딩(leading)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전했다.

이제 탈모는 중년 남성에게만 찾아오는 유전적인 문제를 넘어, 이제는 여성과 20~30대의 고민이기도 하다.

현재 탈모 1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가발시장만 해도 1000억 원 규모를 넘어서면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성으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스파게티전문점 솔레미오(www.솔레미오.kr)의 신석순 대표는 “브랜드가 판매하는 아이템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타깃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타깃에 맞는 마케팅을”
솔레미오 신석순 대표

신 대표는 솔레미오를 출시하면서 타깃 고객으로 여성을 공략했다. 분위기와 맛 그리고 가격, 이 세 가지가 잘 어우러져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 솔레미오 고객의 80%가 여성이다. 이를 위해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저렴한 가격, 여성이 좋아하는 선물 이벤트 등을 마련했다. 여성 고객은 남성에 비해 입소문이 강하다. 신 대표는 이같은 구전마케팅도 노렸다.

그래서 솔레미오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내추럴’하다. 인테리어 자재로 고목을 사용해 자연 속에 있는 듯 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꽃장식과 소품을 이용하고, 각 섹터마다 색상의 미를 더해 분위기가 편안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주 메뉴인 스파게티는 5~7천 원대이며 사이드메뉴인 샐러드도 고품질의 재료를 사용 하면서도 5~6천 원대다.

이처럼 여성의 깐깐한 입맛과 감성을 만족시키고 있는 솔레미오는 직영점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에 가맹점 모집을 시작해 9개월여만에 20여개의 가맹점이 오픈 중이거나 오픈예정이다.

신대표는 그 다음으로 입지를 꼽았다. 업종에 맞는 입지 선택도 중요하다는 것.

목표 고객이 많이 몰려 있는 상권에 저렴한 점포를 확보해 타깃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안전한 성공전략이라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각 업체마다 마케팅, 기술력, 가격 경쟁력 등을 차별화 할 수 있어야 한다.

CEO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벤치마킹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면서도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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