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리비아에서 무장세력에게 납치돼 약 10개월간 억류돼 있던 한국인이 무사히 석방됐다. 피랍된 지 315일 만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7월 리비아 남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된 우리 국민 주모(62)씨가 우리 시간으로 어제 오후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주씨는 자발 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회사 ANC사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7월 6일 직원 숙소에 난입한 무장 괴한 10여명에게 납치됐었다.

주씨는 현지 공관의 보호하에 전날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도착해 안전하게 머물고 있으며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1차 검진 결과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며 귀국 후 추가 정밀 건강검진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씨를 납치한 세력은 리비아 남부 집단에서 활동하는 범죄 집단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납치 경위와 억류 상황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안전 귀환에는 UAE 정부의 힘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말 서울에서 개최된 UAE와의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왕세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국민이 석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계기로, UAE 정부가 사건 해결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7월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출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총력 지시한 이후 이번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2월 왕세제가 (한국에) 왔을 때도 특별히 요청드렸고, 그 과정에서 왕세제가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이 문제 해결에 노력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신병 확보 과정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 실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보안을 요하고 있어서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UAE 외교부가 리비아 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석방을 이끌어 낸 것 같다"고 했다. 

구출 방법과 관련해서 "(정부에서) 여러가지를 다 검토했다"면서 "리비아는 현재 내전이 진행되고 있어 정세가 불안한 상태다. 최근에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주씨가 피랍된 지역이 리비아 남북지역이라 구출 작전이나 석방을 위한 협상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정부에서도 여러가지 가능한 방향을 다 검토하고 최대한 노력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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