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를 보면 내년에 있을 총선이 마치 대선처럼 느껴진다. 이유는 자명하다. 여야 원내 1, 2당이 총선에 명운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단 쪽은 여당 같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정국으로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추경, 민생입법 등 통과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개혁입법과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배경이다. 

총선에서 승리해야 그나마 문재인 정부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 여대야소가 된다면 임기 후반에 대통령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는데 당이 뒷받침하기가 수월하다. 그런 연후에야 정권재창출도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당은 DJ.노 서거 10주기를 맞이해 90일간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 2017년 대선 승리를 이끈 촛불세력을 재소환하고 있는 셈이다. 

선봉에는 이해찬 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서 있다. 이 대표는 진작부터 50년 장기 집권론을 내세울 정도로 정권 재창출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오죽하면 국정감사를 해야 할 정기국회부터 사실상 당은 총선체제로 돌입해야 한다고 독려할 정도다. 9월에 정기국회가 열리니 7개월 전부터 총선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사실상 입법기관으로서 정부와 예산 견제 역할을 포기하면서라도 내년 총선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이 대표가 총선에 올인하는 모습은 그의 말대로 ‘총선승리=정권재창출’이라는 공식을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수진영에 정권을 빼앗길 경우 본인을 비롯해 대통령까지 곤경에 처할 수 있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다.

여당뿐만 아니라 밖으로 돌고 있는 자유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5.18 망언’을 비롯해 대통령을 ‘독재자’에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몰아세우고 최근에는 ‘달창’이라는 혐오에 가까운 단어를 쏟아내는 이유는 내년 총선전 집토끼부터 잡고 보자는 심산이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 한국당은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참패하다시피 했다. 

한때 진보진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보수가 진보보다 많은 대한민국 정치지형을 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이후 보수진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여전히 한국당의 당 지지율은 ‘마의 3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황교안 당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도’를 넘는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배경이 됐다. 반문재인 정서를 자극할수록 보수층이 결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선을 넘는 독설은 언제든지 부메랑처럼 자기의 목을 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전략이다. 

한국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벼랑 끝 전술’을 펼치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일단 돌아선 지지층을 끌어안는 게 급선무다. 고토를 수복한 연후에 수도권으로 북상해야 한다. 역시 그 끝은 총선 승리다. 원내 1, 2당이 총선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다보니 국민은 안중에 없다. 여당은 또한 ‘황교안 대망론’이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 황 대표가 후보가 된다면 ‘누가 나와도 이긴다’는 안이한 사고가 감지된다. 

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호남 출신 이낙연 총리가 진보진영내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경쟁 잠룡들은 하나둘씩 거꾸러지거나 상처투성이가 됐다. 무엇보다 호남출신이 대통령에 오른 인사는 DJ가 유일하다. 총선만 이긴다면 정권교체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여야는 지금 총선을 대선처럼 대선을 총선처럼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손해는 국민들의 본다는 점이다. 아직도 총선은 1년 가까이 남았고 대선은 3년이나 남았다. 선택은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이 한다.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힘써주길 다시한번 간곡히 빌어본다. <부국장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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