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견종 중에 시츄는 특유의 눌린 얼굴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치와와는 툭 튀어나온 앞이마와 작은 몸집으로 애견인들의 인기를 누려왔다. 시츄와 치와와 뿐 아니라 현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견종들은 대부분 고유종이 아니라 종 개량을 통해 만들어진 견종이다. 개 뿐만 아니다. 소와 돼지 같은 가축들도 더 좋은 육질을 얻기 위해 개량을 거친다.

가축개량법 중에 근친교배는 인간이 원하는 특정한 형질의 가축을 만들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사람의 손을 탄 가축, 애완동물들 중에 근친교배가 이뤄지지 않은 종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사람의 취향에 맞춘 동물을 얻기 위한 근친교배는 신적인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기에 많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앞서 말한 시츄의 경우는 눌린 얼굴로 인해 코와 기도 사이가 짧아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쉽게 염증이 생긴다. 커다란 눈에는 이물질이 자주 끼고 안구질환에 시달리다 심한 경우 시력을 잃기도 한다. 치와와는 툭 튀어나온 이마와 달리 뇌를 보호할 뼈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경우에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목숨을 잃는다. 근친교배가 낳은 필연이다.

근친교배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또 근친교배가 꼭 인간의 손을 거치는 것도 아니다. 제한적인 서식지에 사는 특정 종은 피가 섞이는 경우가 흔하게 관찰된다. 자연에서도 근친교배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근친교배가 아닌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근친교배는 더 강한 형질을 갖는 종을 탄생시키는 방식으로 고정된다.

정치에도 동물 종만큼이나 서로를 구분 짓는 계보, 계파가 존재한다. 계파는 정치이념에 따라 구성되는 정당과는 다르다. 가깝게는 현 여권의 친노, 친문이 있고 야권에는 친이, 친박이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DJ를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와 YS를 중심으로 한 상도동계가 정당보다 앞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한국정치에서 이런 정치 계보, 계파는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노무현, 문재인, 이명박, 박근혜, 김대중, 김영삼과 같은 정치거물들 주변에 형성된 정치파벌은 국민에게 매력을 어필해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런 노력은 국회의원 선거와 같은 경우에는 특정 세력, 인물을 영입하는 개혁공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YS는 15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여당의 당명을 민주자유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대대적으로 개혁인사를 영입해 총선에 배치했다. 이 당시에 영입된 인물들이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김영춘 같은 인물들이다. 국민들에게 개혁성을 과시할 수 있는 개혁인사들이 상도동계와 구 민정당계 인사들과 결합한 결과 신한국당은 예상을 뒤엎고 139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다.

DJ는 대통령 재직시절에 치러진 16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이인영, 우상호, 임종석과 같은 386운동권을 대거 전진 배치했고 115석을 얻어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했다. 20대 총선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약하면서 인물들을 영입해 전진배치하면서 현재의 친문 형성의 기반을 다졌다.

여권 주류가 내년 4월 총선에서 쓸 유력한 카드인 과감한 물갈이를 통한 개혁공천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이질적인 세력을 영입했을 때 효과가 컸다. 청와대 출신 40명 전진배치설이 여권 주변을 떠도는 요즘, 특유의 동질감으로 계파의 울타리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는 현 여권 주류가 어떤 인물들을 영입할지 지켜 볼 일이다. <이무진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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