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저성장·양극화·일자리·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하다”며 “정부가 과감하게 자기 역할을 함으로써 민간의 혁신적인 도전을 끌어내기 위한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저임금근로자 비중과 임금 5분위 배율이 역대 최저로 낮아졌고 상용직과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면서 직장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이 분명하게 개선되었다는 식의 ‘깨알’같은 자화자찬도 약방의 감초처럼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런 성과(?)의 배경으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아직은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삶의 질 개선을 체감하기에는 미흡하기에 재정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대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재정은 매우 건전하다는 수식을 자연스레 덤으로 붙이면서 말이다.

이에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를 찾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이 바뀌기 전에 추경이 확정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미세먼지 관련 추경도 시간을 다투는 내용이고, 경기 하방 리스크 선제적 대응을 위한 민생 추경도 중요하고 시간을 다투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곧바로 청와대와 정부의 이런 추경안 통과 노력에 직접적으로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등장했다. 4월 실업률이 4.4%로 2000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월별 취업자수도 17만명 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도소매업 취업자 수와 제조업, 건설업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가 애써서 일각의 우려로 치부하고 싶었던 자영업자의 추락이 각종 지표로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 몰락의 척도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는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소폭 증가했으나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큰 폭으로 줄었다. 근무 시간별로 봐도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8% 감소했으나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1~17시간 근로자는 1년 전보다 25.5% 늘어 1982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의 고용률은 증가했지만 경제의 주력부대인 30~50대 고용률은 감소하였다.

 전체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은 실업자 수와 함께 2000년 통계작성 이후 동월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고, 청년층 체감실업률도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인 25.2%를 기록하였다.

즉, 최고의 실업률과 초단시간 근로자가 최대를 기록하면서 고용의 양과 질 두가지 모두 암울하기만한 결과인 것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최근 올해 취업자 증가 폭에 대한 정부의 목표치를 15만명에서 20만명으로 상향 조정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서 이런 결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할 뿐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지난 2, 3월 청년 고용률이 아주 높아졌고 청년들의 실업률도 아주 낮아졌다”고 밝은 표정으로 언급한 바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착각의 늪에 빠진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거짓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실체도 없는 대통령 말이 청년에게 비수로 날아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흔히 경제는 실험대상이 아니라고들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기치아래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단축 등 그들만이 확신하는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노력도 없이 “선제적 대응을 해야할 정도로 시급을 다툰다.”는 억지 논리만으로 ‘추경’이라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명검’을 실험대상으로 함부로 휘두르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서원대학교 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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