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민
이장민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막말 전쟁 때문에 TV를 켜기가 무섭다. 평범한 시민이라면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험악한 말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 할 것 없이 서로 주고받는 거친 말들이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대상황과 맞물려 시민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어떤 정치인은 청와대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키겠다고 하고, 어떤 정치인은 현직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또한 ‘도둑놈들’ ‘사이코패스’ 등 인격모독에 가까운 말들이 정치권에서 계속 휘몰아치니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지 분통이 터진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차마 뉴스를 볼 수 없는 지경으로 교육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정치인들이 정작 가장 비교육적인 말들을 쏟아내니 과연 제정신일까 싶다.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심정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장미꽃이 아름다운 계절의 여왕 5월에 우리는 일부 정치인의 입을 통해 피어나는 저주의 꽃을 보고 있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니 그냥 넘어가야 한다고? 천만이다. 정치인들이 도의와 품격을 잃어버린 채 낯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막말을 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켜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모욕적인 말을 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자신의 뜻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학교와 직장, 가정 등에서 우리가 상대방에게 하는 공포와 협박, 멸시, 혐오, 조롱의 말들은 모두 상대방의 모습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하는 것으로 상대방의 태도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바꾸기 위한 폭력적인 행동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대방을 강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그런 말들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최근 필자는 병원 두 곳을 연달이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병원의 안내데스크에서 재미있는 일을 경험했다. 한 병원은 대형병원으로 진료 접수를 하기 위해 안내데스크를 찾았는데 직원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마치 화난 사람처럼 뽀로통하고 냉랭해 말을 걸기도 힘들 정도였다.

간신히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는데 역시나 돌아오는 답변도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표정과 말투가 싸늘한 안내데스크 직원을 보는 순간 필자의 마음도 금세 닫혔고 말도 공격적으로 나왔다. 부드럽게 말을 해도 될 텐데 무의식 중에 말이 거칠게 나온 것이었다.

필자도 순간 당황해 서둘러 자리를 떠났지만 마음이 오랫동안 불편했고 씁쓸했다. 이번에는 동네의 작은 병원을 방문해 안내데스크를 찾았더니 환한 미소와 따뜻한 행동을 보이는 직원이 필자는 맞는 것이었다.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언제 병원을 방문했는지를 묻는 직원의 모습이 한 송이 아카시아처럼 향기로웠다. 직원의 아름다운 마음을 느끼자마자 필자의 마음도 동시에 열리면서 이번에는 온화한 말들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마음의 힘을 강렬하게 느낀 순간이었다. 두 병원에서의 경험을 통해 필자는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자극적인 말이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말과 행동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변하고 말과 행동이 바뀌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그들은 새로운 당신에게 다르게 행동하고 표현한다. 이것이 생각과 감정을 통해 에너지가 서로 진동하면서 교감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상대방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자신이 먼저 사랑스럽고 따뜻해져야 한다. 자신을 바꾸면 다른 사람들은 당신의 변화된 에너지 수준에 감응해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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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을 쏟아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인들이여! 제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최고의 방법임을 명심하길 바라며, 해금 연주자 정수년의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들으며 자신을 먼저 사랑으로 채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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