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세몰이가 총선이 내년 4월에 치러짐에도 불구하고 조기 과열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이 대선으로 착각할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연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독재자’, ‘김정은 대변인’, ‘달창’ 등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반문재인 공세는 한국당 지지율을 한때 최고치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민주당 역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2019년 올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라는 점을 활용해 전국적으로 추도식 행사를 기획, 진보진영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 양 진영의 운명을 건 대결의 결과는 내년 총선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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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5월18일부터 8월18일 특별추도기간 ‘노·DJ’ 추모
- 우파 세 결집에 진보진영 핵심지지층 대상… 유시민 선봉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강성 발언이 ‘도가 지나치다’는 안팎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이 상승하자 독설을 이어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5월 13일 발표한 5월2주차 주간집계 결과를 살펴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평가가 48.6%로 0.5%포인트 내렸고, 부정평가는 47.0%로 1.0%포인트 올랐다.

긍정평가는 3월3주차부터 8주 연속 40%대 후반에 머물러 있다. 반면 한국당은 34.4%로 1.3%포인트 오르며,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민주당과의 격차도 오차범위(±2.2%포인트) 안으로 좁혔다. 특히 한국당으로 당명을 개정한 뒤 지지율은 최고치를 찍었다.(리얼미터가 5월7∼10일 YTN 의뢰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20명 대상(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p,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국당 지지층 결집에 DJ·노 추모제 ‘정치적 소환’

하지만 한 주도 안 돼 민주당 지지율이 급등하고 한국당 지지율이 급락해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던 양당 지지율 격차가 다시 크게 벌어졌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지지율보다 4.6%포인트 오른 43.3%, 한국당 지지율은 4.1%포인트 내린 30.2%로 각각 집계됐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역시 0.3%포인트 오른 48.9%, 부정 평가는 1.2%포인트 내린 45.8%로 각각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 5월13∼15일 전국 유권자 1천5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5%포인트,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국당의 문 대통령에 대한 강경 발언은 한국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올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5월23일)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일(8월18일) 10주년 되는 해를 맞이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기획해 반격에 나서고 있다. 보수진영 세 결집에 따른 ‘총선위기론’이 나오자 집권여당 역시 진보진영 세 결집에 본격 뛰어들었다. 중심에는 ‘원조 친노’이자 전현직 노무현재단 이사장 인사 둘이 뭉쳤다.

이해찬  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은 그동안 ‘정치할 생각이 없다’는 단호한 자세에서 5월 14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을 계기로 ‘노무현의 정치실현’을 추구하겠다며 대권 도전 의사도 살짝 내비쳤다. 유 이사장은 이날 “정치를 하고 말고는 제 마음이다. 나중에 하게 되면 욕하시라”고 말해 보수진영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내 잠룡군을 긴장케 만들었다.

유시민 이사장의 도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유 이사장과 노무현재단에서는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을 전후로 ‘10주기 추모행사’를 5월 한 달간 서울, 부산, 경남 등 전국에 걸쳐 연다고 밝혔다. ‘새로운 노무현’이라는 주제로 이미 5월11일 김부겸, 유시민 두 인사가 대전에 토크콘서트를 개최했고 5월12일에는 이종석·유시민이 5.18 민주광장에서 열었다.

‘정치 안 한다’던 유시민, “하면 욕하시라” 도발

5.18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양정철·유시민·김어준이 시민문화제를 개최하고 19일에는 부산 시민공원에서 강원국·유시민이 김미화 사회로 토크 콘서트 및 노랑콘서트 등 시민문화제를 개최한다. 울산의 경우 울산시민 문화제를 5월 6일 개최했고 사진전도 열고 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도 노무현대통령 어록, 서적 전시회 개최, 경산·영천 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 이 밖에도 김포, 수원, 고양·파주, 인천, 전북, 전남, 제주, 세종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추모행사를 진행했거나 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노무현 재단에서는 380여억 원을 들여 노무현의 철학과 가치를 담을 플랫폼인 ‘노무현 시민센터’를 종로에 건립한다. 이를 위해 국고보조금 115억 원과 재단후원적립금 165억 원에 건축모금 캠페인을 벌여 100억 원을 추모행사기간 중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라이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5월 23일이 될 전망이다. 노무현재단에서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을 오후 2시부터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과 생태공원 내 특설무대에서 엄수할 예정이다. 추도식은 노 전 대통령 유족을 비롯해 노무현재단 임원과 참여정부 인사, 정당대표, 지자체장 등이 대거 참석한다. 유정아 전 노무현시민학교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추도식에서 공식 추도사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낭독할 예정이다.

모공연과 함께 모든 행사는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지지층의 많은 참여를 위해 노무현재단은 서울에서 진영읍까지 왕복 봉하열차도 운행한다. 노무현 재단이 전국적인 추모행사를 통해 진보진영의 세 결집에 나서는 사이 이해찬 당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행사와 연계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4월25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학술 회의에 참석해 “정조대왕 이후 219년 동안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12년을 빼고는 일제강점기이거나 독재 또는 아주 극우적인 세력에 의해 이 나라가 통치됐다”며 “이제 겨우 재집권했는데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김대중 도서관과 노무현 재단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어 5월 3일에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DJ·노 서거 10주기를 맞아 5월 18일부터 8월 18일까지를 추도기간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추모사업들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서거기간을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집중 세몰이 기간으로 선포한 셈이다.

노무현 재단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을 단독으로 진행한다면 이해찬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까지 김대중.노무현 재단과 공동 주관해 개최해 추모 분위기를 전국적으로 조성, 지지자들의 결집을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총선전 지지층 결집을 통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 읽힌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추도사업은 노무현·김대중 순례길 걷기와 두 전직 대통령 생가 및 묘역 방문 등은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는 5월20일부터 23일까지 ‘광주에서 봉하까지 민주주의 길’을 주제로 전국청년위가  주관해 목포, 광주, 부산, 봉하 마을 등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장소를 순례한다. 또한 18일부터 8월18일까지 3개월 동안 각 시도당 및 지역위원회 차원에서의 DJ·노 대통령 생가 방문도 이어진다.  

그동안 DJ 추모식은 김대중평화재단이 준비한 추모행사가 전부였다. 또한 총 30권으로 DJ 기고문, 연설문 등을 모은 전집 출간이 눈에 띄는 행사였다. 추모식은 국립현충원에서 열리고 서거일을 맞이해서 전국적으로 추도식이 열렸다. 하지만 DJ 전국 지역 추도식은 노무현 재단이 주관하는 추모식과는 달리 지역기관이 맡아서 진행해 형식적으로 흘렀다.

2018년 DJ 서거 9주기 때에는 김대중 평화센터가 주최했고 당시 여야 정치인이 다수 참여했다.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추도식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추도사 낭독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했고 추모 영상 상영, 추모공연 등 순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 대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2017년에는 문 대통령이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다. 작년 추도식에는 이밖에 당일 김대중 평화문화제, 추모 학술회의 등의 행사가 개최됐다.

李, “추모행사 그치지 않고 문 정부 성공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이번에는 민주당과 노무현 재단이 적극 후원하고 노무현 재단, 김대중 평화센터, 김대중 도서관, 김대중 기념사업회가 협력해 두 대통령의 추모행사를 90일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진보정권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10주기가 정치적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활용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호기 교수는 김대중 도서관과 노무현 재단이 공동개최한 학술회의에서 “DJ·노 정부는 자신의 정체성을 ‘주체로서의 국민’과 ‘시민적 참여’에서 찾았고 가각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표방했다”며 “이후 시민 정치 참여 욕구를 거부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항의가 촛불집회 또는 촛불시민혁명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해찬 대표 역시 5월1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분 대통령의 뜻을 기리고 민주정부 10년의 공과를 성찰하기 위해 토론회와 시민문화제 등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추모행사로 그치지 않고 문 정부 성공을 위한 과제를 논의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겠다”고 추모행사를 계기로 정권 재창출의 의지를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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