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뭇매 맞은 ‘롯데’에 ‘트럼프’ 친밀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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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를 받았다. 국내 대기업 총수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것은 신 회장이 처음이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롯데의 이번 미국 시장 진출을 바로 보는 시선은 양분된다.

단순한 사업 성공으로 보는 곳도 있지만 미중 무역 분쟁 상황에서 롯데를 끌어안은 곳이 미국이라는 점을 더욱 주의 깊게 보는 곳도 있다. 향후 이번 롯데에 대한 미국의 러브콜이 국가 간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추측마저 나돈다.

 2017년 사드보복 이후 中사업 철수 수순…머쓱해진 中
 트럼프 “31억 달러 투자 감사” “한국은 훌륭한 파트너” 트윗도


한동안 롯데는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 내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 중국 내 112개 롯데마트와 5개 백화점은 영업이 중단되기 일쑤였고 일부 점포는 헐값에 처분해야만 했다.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일부 제과공장도 적자가 이어지면서 문을 닫거나 매각이 진행 중이다.

최근 선양시가 약 2년 동안 중단됐던 선양 롯데월드 공사에 대한 인·허가를 내줬다는 좋은 소식이 있긴 하지만 현지에서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롯데는 중국에서만 수조 원의 손실을 봤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아픔을 겪은 롯데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는 것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 미·중은 관세 인상 맞불을 놓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위기에 처한 롯데그룹을 미국이 품으면서 정치적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며 롯데를 새우에 비교하기도 한다.

미국 투자로 활로 모색?     

지난 13일(현지시간) 신동빈 롯데 회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투자 확대 및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면담은 지난 9일 롯데케미칼이 준공한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 에탄크래커 공장 투자에 대한 고마움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신(동빈) 회장의 백악관 방문을 환영한다"는 글과 함께 면담 사진을 게시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루이지애나에서 한국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31억 달러를 투자했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면서 "한국과 같은 훌륭한 파트너들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튼튼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 주 레이크찰스에 총 사업비 31억불을 투자해 에틸렌 100만 톤 생산능력을 보유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 운영하는 첫 번째 대한민국 화학회사가 됐다고 했다.

레이크찰스를 비롯한 휴스턴 지역은 세계 최대의 정유공업지대로서 유럽의 ARA(암스테르담·로테르담·안트워프),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3대 오일허브로서 미국 내 오일·가스 생산, 물류거래의 중심지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이번 건설 사업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한-미 양국 정부와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세계 수준의 석유화학 시설을 미국에 건설, 운영하는 최초의 한국 석유화학 회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 발전은 물론 한국 화학 산업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31억 달러에 달하는 이번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대미 투자이자 한국기업이 미국의 화학공장에 투자한 것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며 "미국과 한국에 서로 도움이 되는 투자이자 한미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2014년 2월 에탄크래커 합작사업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2016년 6월 기공식을 개최하여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였으며, 약 3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축구장 152개 크기(약 102만m2, 약 31만평)의 대규모 콤플렉스를 한국 화학기업 최초로 미국 현지에 건설했다.

신규 공장은 에탄 분해를 통해 연간 100만t의 에틸렌을, EG공장에서는 연간 70만t의 EG를 생산할 예정에 있으며, 글로벌 고객사와 약 80%이상의 구매 계약을 체결하여 안정적인 판매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고 밝혔다.

또한 높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메카텍(Wash Tower), 삼양홀딩스 (Cycling water treatment system)를 포함한 국내 약 24개 업체들을 적극 참여시켜 설계 품질 납기의 정확성 등을 이끌어 냄과 동시에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 조력자 역할을 담당하였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공장 준공으로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에틸렌 생산규모는 약 450만 톤/년이 되어 국내 1위, 세계 7위권의 생산규모를 갖추게 되었으며, 우즈베키스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에 위치한 글로벌 생산기지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화학회사로 성장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확대해석” 경계

한편 롯데 측은 중국 정부와의 의견 차이 여론에 복수 매체를 통해 "미국 투자는 사드 이전인 2014년부터 미래 먹을거리로 준비해왔던 사안"이라며 "중국 사드와는 무관한 순전히 비즈니스적인 결정"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스]  대기업 잇따라 미국行…美 호황 영향 때문

국내외 기업들이 미국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올해 들어 조지아 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까지 1단계, 2025년까지 2단계 개발을 통해 연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와 테네시 주에 세탁기 등 가전 공장을 건설하고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한화큐셀코리아는 미국 조지아 주와 태양광모듈 생산 공장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S그룹의 발전 계열사인 GS EPS가 국내 민간 발전회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전력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과 관련해 업계는 미국 경제의 호황과 투자 환경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이 더 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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