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정치권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특히 원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독설막말등 강성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을 좌파독재’,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규정했고 급기야 독재자로 규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청와대 폭파론에 이어 달창’, ‘한센병 환자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발언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한국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왕따에 대한 반발 성격이 강하지만 속내는 반문재인 정서에 기댄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1여다야의 불리한 구도를 타파하고 집권당과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기위한 정지작업이란 해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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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제1야당' 패싱부각,  一與多野깨고 1대1 구도 포석
- 반문재인 정서 확산... '샤이 지지층' 결집 기대

최근 여의도에서 가장 핫한 인사로 떠오른 정치인은 나경원 원내대표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달창으로 비유하면서 같은 여성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현정권 규탄대회에서 대통령 특별대담 사회를 맡았던 송현정 KBS 기자를 언급하며 문빠, 달창 이런 사람한테 공격당했다고 표현했다.

송 기자는 문 대통령과 취임 2주년 특별대담에서 한국당이 대통령을 독재자로 표현한 것에 대해 직접 질의하면서 문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가 지지층을 달창이라고 지칭하면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달창은 문 대통령 지지모임인 달빛기사단달빛창녀단으로 비하한 인터넷 은어다. 나 원내대표는 의미를 모르고 썼다고 사과했지만 막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나경원발 '대여투쟁' 최종 타깃 '문 대통령'

516일에는 한국당 한 의원이 방송에 출현해 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로 비유해 막말논란에 기름을 부은격이 됐다. 전날 15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5.18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국회에서 5.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건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막말정치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김현아 의원은 16일 한 방송 대담중에 민주당 소속 표창원 의원이 이 대표의 발언을 옹호하자 그렇게 치면 똑같이 들이댈 수 있다. 자신의 상처에 대해 고통을 못 느끼는 병도 있는데 한센병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면 그 의학적 용어들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로 비유한 셈이다.

한국당의 막말 논란의 신호탄은 313일 임시국회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 나선 나경원 원내대표가 쐈다. 나 원내대표는 당시 문 대통령을 겨냥해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주십오라고 말해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후 한국당에서는 문 대통령을 겨냥해 좌파’, ‘독재라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황교안 당 대표도 거들고 나섰다. 황 대표는 연설보다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황 대표는 59일 북 미사일 발사관련 입장문을 게재하며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 정부인지, 북한 정권의 변호인인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라고 적었다. 511일 대구 규탄대회에서는 문재인 정권은 폭탄 정권이라고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여기에 6선의 중진에 총선불출마까지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막말정치에 거들고 나서면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의원까지 의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의원은 지난 24대강 보 해체에 반대하는 서울역 관장 집회에서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서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버리자며 막말 대열에 뛰어들었다.

김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김무성 의원을 내란죄로 다스려주십시오라는 청원서가 올라와 14일 이후 20만 명 이상 참여해 청와대가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국당의 거친 발언은 감정적인 측면도 강하지만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림수라는 지적도 있다. 감정적인 측면의 한 가운데는 반문재인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원내 제1야당이지만 현 정권은 한국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보기보단 패싱의 대상으로 보고 무시하고 있다. 지난 4월말 여야 4당은 선거법과 개협입법을 패스트 트랙에 태울 당시 한국당을 빼고 진행시켰다.

오히려 집권 여당은 국회사무와 함께 선진화법 위반으로 한국당 의원 40여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정의당 역시 한국당 의원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이해찬 대표는 당시 한국당 의원을 도둑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현수막을 걸고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을 독재자로 표현하면서 총공세에 나섰고 삭발식과 장외투쟁으로 확대됐다.

한국당이 도를 넘는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막말과 독설을 쏟아내는 데는 지지층 결집 목적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나 원내대표의 달창발언이전 한국당 지지율 상승효과가 있었다. 그동안 숨어있던 샤이 보수층을 한국당 지지층으로 견인하는 데 반문정서가 한몫한 셈이다

무엇보다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위해서는 현재 1여다야 구도를 깨야 한다. 선거법과 개혁입법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과정에서 한국당만 제외됐다. 오히려 이런 점이 한국당에서는 현정권에 맞서는 유일 야당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정의당, 민평당, 바른미래당과 별 차이가 없이 총선에 임할 경우 여당이 유리한 구도다.

이런 점에서 한국당은 반문재인 정서에 기댄 지지층 결집, 나아가 야4당과 확실하게 차별화를 하면서 일대일 구도로 내년 총선에 임할 경우 최소한 원내 제1야당을 유지할 수 있고 정권 심판론바람이 세게 불 경우 원내 1당마저 노려볼만 하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막말’, ‘독설이 지나쳐 부메랑이 돼 한국당의 목을 죌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집토끼를 잡는 사이 경쟁정당의 산토끼 역시 결집하고 중도에 있는 들토끼마저 산으로 간다면 한국당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 집토끼만 잡고 들토끼산으로 갈 수도...

한편 한국당의 문 대통령에 대한 총공세에 대해 문 대통령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취임 2주년 KBS와의 대담에서 한국당의 독재자라는 지적에 대해 문 대통령은 패스트 트랙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것으로 독재라는 것은 맞지 않다라면서 촛불 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부를 독재, 그냥 독재라고 하면 설득력이 없으니까 색깔론을 들어서 좌파독재라고 규정짓는 것에 대해서....”이라고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당혹스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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