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궁한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가학적 유사 성행위’ 요구하는 성인들

채팅 앱을 이용해 이뤄지는 미성년자 성매매
채팅 앱을 이용해 이뤄지는 미성년자 성매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하악생이 ‘교ㅂ’ 입고 때려드려요. 침도 가능” 앱에 접속하자 알아듣기 힘든 단어로 구성된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방에게 쪽지를 보내 내용을 묻자 자신은 ‘중학생’이며 돈을 주고 자신에게 맞을 사람을 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 학생은 평소 이러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남성이 많다고도 했다. 별다른 죄의식 없이 그저 용돈 벌이로 생각하는 모습도 보였다.

죄의식 없는 성 매수 남성들 “청소년이면 더 좋다”

채팅 앱 모니터링·단속 강화해야

지난 16일과 17일 이틀간 랜덤채팅 앱에 접속해 확인한 결과, 일명 ‘만남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모습 수백 건 이상 발견됐다. 오전에 잠잠하던 채팅이 오후 4~5시를 기점으로 순식간에 성매매 창구로 변질된 것이다. 채팅을 게재하는 대다수는 남성들이었지만 중간중간 붉은 아이디로 표시된 여성들의 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단속이나 이용 정지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했다. 일반적인 성매매는 ‘한 번 13(성관계 1회에 13만 원)’과 같은 식으로 표기됐다. 유사 성행위는 ‘간단(간단한 성매매)’이나 ‘간딴’ 등의 은어로 전달됐다. 채팅 자체에서 성매매 관련 단어 사용을 금지하고 있긴 했지만, 이처럼 간단한 방법으로 단속을 피해갈 수 있었다.

‘성매매 창구’로 전락한 채팅 앱...미성년자도 손쉽게 접근

저녁이 되자 앱은 오로지 성매매만을 위한 장소로 변했다. 1분에도 수십 건의 글이 게재되며 사는 자와 파는 자의 흥정이 시작됐다. 서로 다양한 조건과 가격을 내세우는 모습은 현실 속 집창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성을 구매하는 남성은 30대와 40대가 대부분이었다. 이날 만날 남성을 찾던 한 20대 초반 여성은 “20대는 돈도 없고 낚시(만남을 약속 후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것)가 많아 꺼려진다”며 “40대는 완전 아저씨라서 힘들고, 30대가 딱 좋다”고 설명했다.

반면 성을 판매하는 여성의 대부분은 20대였다. 종종 30대나 40대의 글도 보이긴 했지만 그 수는 확연히 차이 났다. 문제는 10대 역시 20대 못지않게 많은 숫자가 앱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앱은 규정상 만 18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 앱 내 연령 설정도 20세부터 가능하다. 그러나 가입 과정에서 별다른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기에 대부분 청소년들은 나이를 ‘20세’로 설정한 뒤 앱을 이용하고 있었다.

자신이 ‘학생’이라고 광고하는 청소년들

청소년들은 구태여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닉네임이나 글에 ‘학생’, ‘교복’, ‘16살’ 등의 단어를 넣기도 했다. 자신을 16살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청소년이라고 하면 (남성들이) 더 좋아한다”며 “교복을 입어주면 돈을 더 주기도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정신적·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을 몇 푼의 돈으로 꾀는 어른들의 작태는 위험 수준을 넘어선 듯 보였다.

특히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일반적인 성매매가 아닌 ‘가학적 유사 성행위’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등장한 이 ‘가학적 유사 성행위’는 여성이 남성을 때리거나 침을 뱉는 등 변태적 성욕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직접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청소년들이 쉽게 빠져든다.

기자가 직접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닉네임을 설정하고 ‘때려드린다’는 글을 올리자 불과 5분 만에 20건이 넘는 쪽지가 쏟아졌다. 쪽지를 보낸 남성들의 나이는 23세부터 43세까지 다양했다. 한 남성은 “고등학생이냐. 코인 노래방에서 때려 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요청했다. 기자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묻자 “고등학생이 교복을 입고 때려주면 기분이 좋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욕구를 이유로 아직 성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학생에게 거리낌 없이 변태적인 유사 성행위를 요구한 것이다. 신분을 밝히고 정식 인터뷰를 요청하자 남성은 기자를 ‘차단’한 뒤 채팅방을 나가버렸다.

“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성관계 제안하기도

기자가 받은 쪽지 중 몇 개는 직접적인 성매매를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때려주는 건 돈이 적지 않느냐. 눈 꼭 감고 잠시만 참으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했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 13조 2항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권유하기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고등학생’임을 밝혔음에도 남성들은 “상관없다”며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돈이 궁한 가출 청소년 등이 이러한 유혹을 받을 경우 거절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성인 남성과 청소년의 힘 차이를 고려하며 자칫 이 같은 만남이 성폭행이나 그 이상의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채팅 앱 이용을 막고, 모니터링을 강화해 성 매수 남성들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하는 이유다.

칼 빼든 여성가족부…법 개정 필요성 대두

이처럼 채팅 앱 등에서 벌어지는 성범죄가 늘어나자, 지난달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방식을 이용한 미성년자 성매매 행위에 대해 특별 단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많은 성 매수자들은 오픈 채팅이나 채팅 앱 등을 이용하면 단속에 적발될 위험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 역시 당사자 특정이 가능하다. 형사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관할 경찰관서 등과 함께 성매매 근절 등 여성폭력방지 합동단속을 실시한 결과 채팅 앱 악용 성매매 사범 68명이 적발됐다. 다만 ‘침’을 뱉는 등의 변종 성매매는 아직까지 처벌 근거가 모호해 단속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는 법 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변종 성매매 퇴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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