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실세’ 민주연구원 vs ‘이미지 쇄신’ 여의도연구원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다음해 총선을 앞두고 당 싱크탱크 정비에 한창이다. 싱크탱크의 본래 목적은 정책 연구에 있지만 현실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총선 전략 수립도 한다. 양당이 선거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싱크탱크 정비에 힘을 기울이면서 총선 전초전에 들어가는 모양새라 앞으로 총선 싱크탱크 전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좌),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우) [뉴시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좌),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우) [뉴시스]

-양정철 “정권 교체의 완성은 총선 승리... 하나의 팀으로 가겠다”

-김세연 “젊은 세대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는 정당 거듭나기 위해 노력”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시절 민주자유당이 국내 최초로 정당 정책 연구원인 여의도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대부분 정당이 이를 벤치마킹해 각자의 연구소를 두고 있다. 정당별로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바른미래당 바른정책연구소, 민주평화당 민주평화연구원,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가 있다. 이중 민주당과 한국당의 싱크탱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거대 양당의 싱크탱크는 당의 정책 개발을 지원한다는 역할은 비슷하지만 내부 구성과 전략에 차이가 있어 각자의 방법으로 총선 전략 대결을 치를 전망이다.

‘文의 남자’ 양정철 중심으로 한 민주연구원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원장 선임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당내 전략가로 꼽히는 양 원장이 선임됨에 따라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연구원의 총선 전략·전술 역할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양 원장은 지난 14일 첫 출근길에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취재진들을 만나 “문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완전히 야인으로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뭐라도 보탬이 되는 게 필요하다 생각해 어려운 자리를 감당하기로 했다”며 “정권 교체의 완성은 총선 승리라는 절박함이 있어 피하고 싶었던 자리를 맡았다”고 당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민주연구원이 공천 물갈이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 “헌혈을 할 때 몸 안에 있는 피를 빼내고 헌혈하지 않는다”며 “근거 없는 기우고 이분법적인 생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음 총선에 친문 핵심 인사들이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당정청이 하나가 돼 국정운영을 책임 있게 해 나가는 것이 기본”이라며 “당 안에 친문, 비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총선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국민 앞에 겸허하게 원팀이 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 추세인 것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수치라는 건 항상 출렁거리기 마련이다. 수치에 급급하기 보다는 국민을 보고 뚜벅뚜벅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원장과 호흡을 맞출 부원장 자리에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에게 건의하면 이후 최고위에서 재가해 정식 발표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전했다. 백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친문 핵심인사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부원장 후보인 이철희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양 원장이 있는 민주연구원에 당내 친문·실세 인사들까지 합류한다면 과거 정책연구 등에 집중하던 역할에서 총선 준비를 총괄하는 총선 컨트롤타워로서 막강한 당내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연구원은 사무실을 최근 당사 건물로 옮겨 총선을 앞두고 당과 더 긴밀한 협력을 할 예정이다.

‘환골탈태’ 꿈꾸는 여의도연구원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정당 최초의 정책연구소답게 조직 규모가 크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를 결과를 내는 등 과거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그 명성을 이어가지 못한 채 조직규모도 민주연구원에 뒤처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민주연구원은 박사급 22명 등 포함 총 7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에 반해 여의도연구원은 박사급 6명을 포함 총 53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당은 여의도연구원의 과거 명성을 되찾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3월 7일 김세연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원장은 40대로 당내 젊은 층에 속한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달 15일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을 2부원장 임명 안을 의결했다. 박 위원장은 1990년생이다. 이는 문주연구원의 이산와 언전히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다음 총선을 대비해 취약 지지기반인 20~40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임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원장은 지난 1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인사가 메시지다. 우리당이 그동안 소통과 교감 능력이 다소 부재했다고 평가되는 세대와의 교감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런 인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총선에서 여의도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젊은 세대한테도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달 11일 당사에 사무실이 있음에도 미국 공유 오피스 업체인 위워크(Wework) 여의도점 6인실을 계약했다. 새로운 사무실은 김 원장 제안이다. 김 원장은 “기존에 경직된 사무공간 안에서 새로운 발상을 하려해도 한계가 있다”며 “그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으로 제한적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노출돼 그곳에서 스타트업이 움직이는 방법을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고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근 임원직을 제외한 여의도연구원 근무자 48명은 오는 6월까지 두 달 동안 한 주에 6명씩 이곳에서 근무한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회의하는 모습, 어버이날 카네이션 만들기 등 게시물을 올리며 청년층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은 내부 조직 정비를 마무리 짓고 다음 총선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15일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은 국회에서 ‘공천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를 개최해 다음 총선 공천에 대한 세부기준 등을 논의했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칼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사람 살리는 데도, 해치는 데도 쓸 수 있다”며 “지난번처럼 해치는 게 아닌 당이 예전의 모습을 완전하게 회복하는 공천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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