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등극 놓고 제 밥그릇 챙기기

조양호 전 회장의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총수 [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5일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장남 조원태 회장을 한진그룹 총수(동일인)로 직권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 내부에 조 회장의 반대파가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조 전 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상속분이 가장 많은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의중에 따라 추후 한진그룹 지배권 향배가 변경될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선 삼남매의 경영권 갈등설도 꾸준히 제기 되고 있다. 


모친 이명희 지분 분배에 따라 경영권 향방 갈릴수도
경영권 확보를 위해 조 회장, KCGI와 물밑 협상 가능성도

지난 15일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한진에) 지분이 다소 낮더라도 조직변경, 투자결정, 업무집행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현시점에서 조 대표이사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어 조원태 당시 대한항공 사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삼남매 한진칼 지분 대동소이

다만 조 전 사장의 회장 자리 선임을 두고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한진그룹 측이 앞서 공정위에 제출한 서류상에는 조 회장을 직접 적시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삼남매가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조 회장의 어머니인 이 전 이사장이 공정위에 동일인 지정 관련 서류 제출을 앞두고 측근들에게 “(조양호 전 회장의) 49재도 안 끝났는데, 총수 지정이 그렇게 시급한 일이냐”라는 의미로 불만을 토로한 사실이 외부로 전해지면서 조 회장의 총수 지정에 가족들의 내부 갈등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특히 한진그룹 경영권 지배력 확보에 있어 이 전 이사장의 의중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재계도 크게 놀랍다는 반응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재 조 전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표이사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2.34%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1%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2.3%를 보유하고 있다. 

작고한 조 전 회장이 가진 한진칼 지분은 17.84%다. 만약 유언장이 없다면 조 전 회장 지분은 배우자 이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5.94%, 삼남매에게 각 3.95%씩 상속된다.

유언장이 없는 경우 민법상 배우자에게 1.5, 자녀들에게 각각 1의 비율로 유산을 배분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 전 회장의 상속분은 ▲이명희 전 이사장 5.94% ▲조원태 회장 6.29% ▲조현아 전 부사장 6.26% ▲조현민 전 전무 6.25%로 각각 분배된다.  

이명희 전 이사장 의중, 캐스팅 보트

조현아·현민 자매의 지분이 조 회장의 지분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조 회장이 지배력 확보를 위해선 이들과의 마찰이 달갑지만은 않다.

게다가 오너가에게 가장 큰 문제는 2000억 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납부다.

이 과정에서 삼남매가 갈등을 빚거나 현금 부족으로 지분을 팔게 되면 사모펀드 KCGI가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높다.KCGI는 한진칼 주총 직후인 지난 4월 한 달 동안 지분율을 기존 12.68%에서 14.98%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한진칼 특수관계인(오너 일가 포함·28.95%)과의 지분율 격차는 기존 15.48%포인트에서 현재 13.97%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업계에선 KCGI가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에도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은 내년 3월 주총에서 본격적으로 ‘실력 행사’를 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조원태 대표이사가 KCGI와 타협에 나서고 있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17일 한 매체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위협해온 토종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와 타협에 나서는 분위기가 관측되고 있다고 보도했다.이 신문은 조 회장의 측근이 최근 KCGI 측 인사를 접촉해 한진그룹의 경영 혁신에 대한 조 회장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지분(2.34%)으로 그룹 총수가 된 조 회장으로서는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4.98%를 보유한 KCGI 측이 우호지분을 급속도로 늘려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한 관계자는 “KCGI는 국민연금이 내년도 주총에서 한진칼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을 상황까지 계산하고 최근 30%까지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공정위에 의해 총수로 지목된 조 회장이지만 그룹 경영권과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갈 길이 첩첩산중이다.

한편 삼남매간 갈등 여부와 이 전 이사장의 지분 배분과 관련해서 일요서울은 한진그룹 측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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