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속세 50%로 OECD 전체 2위...할증 붙으면 사실상 65%
OECD상속세 평균 26%에 불과해...15개 국가는 상속세 0%
한진그룹, 조양호 전 회장 지분 상속시 약 2000억 원 상속세 예상돼

한진그룹 본사 빌딩. (사진-뉴시스)
한진그룹 본사 빌딩.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한국을 떠나는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가 부자들의 ‘탈(脫)한국’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OECD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상속세는 50%로 일본(55%)에 이은 2위다. OECD국가 상속세는 평균 26%에 불과하다. 특히 룩셈부르크,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등 15개 국가는 상속세가 0%다.

19일 외교부에 해외 이주를 신고한 사람은 2200명으로 2017년 825명의 2.7배로 늘었다. 한 이민컨설팅업체는 “2~3년 전과 비교하면 이민 상담 건수가 세 배 가까이 늘었다”며 “과거에는 취업이나 자녀 교육을 위해 떠나려는 30~40대가 많았는데 지금은 상속을 위해 이민을 고려하는 50~70대가 많다”고 했다.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가는 미국, 캐나다, 호주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 비해 상속·증여세가 낮거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상속·증여세 면제 한도를 높였고 캐나다와 호주는 아예 없앴다.

이민업체 한 관계자는 “미국이 지난해 상속·증여세 면제 한도를 549만 달러에서 1120만 달러로 2배 이상 끌어올리자 이민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민업체 관계자는 “법대로 상속·증여세를 내면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줄 수 없다 보니 이런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세율을 낮추지 않는 한 세금을 피해 해외로 떠나는 트렌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한진그룹의 상속세 문제도 우리나라 상속세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그룹 경영권을 두고 ‘3남매 갈등설’이 불거지는 가운데 무엇보다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상속세 문제가 그룹 입장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한진칼 지분을 급격히 늘린 상태에서 1600억에서 2000억 가량으로 예상되는 조 씨 일가의 상속세 문제는 그룹 경영권과 지배력을 좌우할 주된 문제로 예상된다.

상장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4개월 동안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에 대한 상속세는 2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연간 400억~450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주식담보대출, 배당 확대 등이 거론되지만 이 방법만으론 재원 마련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은 조 회장이 지분 17.85%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3남매는 각각 2.31%, 2.34%, 2.30%씩 갖고 있다. 오너 일가와 우호 지분을 합치면 16~17%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KCGI는 한진칼의 지분 12.68%를 취득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6.64%를 취득했다. 이 둘을 합치면 19.32%에 달한다. 게다가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4일까지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해 기존에 12.68%이던 보유 지분율을 결제일 기준으로 8일 13.47%로 끌어 올렸다.

상속세에 대한 부담으로 주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져 그룹 지배력을 사실상 뺏길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 13일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26%의 2배에 달하고, 일본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며 “전 세계는 상속 과세를 통해 소득 재분배와 경제적 기회 균등을 실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인식하에 자본 유출을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보다 유용하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 소득세로 납부한 소득에 추가로 상속세를 부과한다는 면에서 이중과세적 요소가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이 이중과세 성격이 갖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상속제를 폐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동원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도 “국제적 추세는 상속세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민간과 기업에 부를 남겨두는 것이 국가가 관여하는 것보다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30억 원 초과 상속재산에 대해 50% 상속세율을 적용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해서는 추가로 20~30% 할증평가를 통해 상속재산의 가치가 산정된다. 이 경우 실질적인 상속세율은 최대 65%까지 적용된다.

상속세 개정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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