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SBS 보도 이후 거물 정치인들의 과거사가 다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한국 정치를 이끌어온 김영삼(YS) 김대중(DJ) 김종필(JP) 등 세칭 ‘3金’의 행적이 새삼 관심이 되고 있다. 이는 현정권에서 목을 매고 있는 ‘과거사 뒤지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3김 중 어두운 과거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람은 전직 대통령인 YS와 DJ. 이들 두 사람은 화려했던 정치 이력에 느닷없이 ‘숨겨진 딸이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씁쓸함을 더해주고 있다. YS의 ‘사생아 논란’은 YS를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낸 가네코 가오리(한국명 주현희)씨의 어머니 이경선씨가 지난 2000년 ‘LA 선데이저널’과의 인터뷰에서 “93년 가을부터 YS 퇴임 직후까지 김기섭 실장으로부터 모두 23억원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지난 2003년 국내 모 주간지는 ‘YS 친자확인소송에 휘말리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41년동안 아버지 없이 살아온 한 미혼 여성이 YS를 상대로 친생자 확인 소송을 통해 자신이 YS가 숨겨놓은 딸임을 확인 받고자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기사화하기도 했다. 특히 이 소송을 처음 맡았던사람이 현정부 초대 법무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라는 사실은 다시한번 세인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씨가 제기한 친자확인소송은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최근 이씨측은 법원에 DNA검사 등 과학수사를 의뢰했으나 YS측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DJ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의혹은 지난 19일 SBS가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SBS 제작팀은 DJ의 친딸이라고 주장하는 김OO씨의 인터뷰를 통해 김씨와 그 어머니의 기구한 운명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SBS는 DJ의 ‘숨겨진 딸’을 보도하면서 국정원 개입설, 진승현 게이트 관련설 등 또다른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하지만 DJ와 그 핵심측근들이 SBS 보도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DJ가 김씨가 친딸임을 고백하거나 유전자 검사를 통한 친자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DJ 숨겨진 딸’과 관련한 의혹도 YS 사례처럼 유야무야 묻혀질 가능성이 높다.JP 역시 정계은퇴 후 갖가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JP와 관련한 구설수에는 여성문제 등 이른바 스캔들은 별로 없다. 잘 알려진 대로 JP는 40여년의 정치역정 중 20여년을 박정희라는 절대권력자 밑에서 2인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권에서 오랜 세월 2인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기관리가 철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오히려 JP는 본인 보다도 가족과 친인척에 대한 악소문에 시달렸다. 친인척 중 누구는 낭비벽이 심하다, 또 누구는 당 자금을 사업자금으로 유용했다는 등 구설수가 끊이질 않았던게 사실이다.하지만 JP는 스캔들 대신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사법처리 위기에 몰린바 있고, 정부의 외교문서 공개 후 한일협정을 체결한 당사자로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이처럼 한국정치사의 산 증인인 3김이 퇴임후 각종 스캔들과 구설수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현실에서 권력의 무상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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